아닛티간다 꾸마라 이야기
법구경의 주석서에 자신의 마음속에 상상으로 만든 미녀에게 사랑에 빠진 아닛티간다 꾸마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는 사람이 꿈이나 상상으로 어떤 상을 만든다면, 그 상에 대해서 욕구나 탐욕이나 애정을 느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닛티간다 꾸마라는 사왓티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전생은 범천이었습니다. 범천계(梵天界)에서 사는 동안 그는 감각욕망이나 탐욕의 속박을 받지 않았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다음에도 그는 이성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성년이 되자 부모님은 결혼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자를 싫어하는 그는 “저는 결혼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면서 거절했습니다. 부모가 계속 강요하자 결혼을 모면하려고 꾀를 냈습니다. 조각가를 물색하여 금으로 아름다운 소녀상을 만들게 한 다음, 그 조각처럼 생긴 여자가 있으면 결혼하겠다고 부모에게 말했습니다. 엄청난 부자인 부모는 브라만들을 고용하여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아들이 만든 금으로 된 미녀상을 닮은 신부를 찾게 했습니다.
브라만들이 맛다(Madda) 왕국의 사갈라(Sagala)라는 도시에 도착했을 때 미녀인 16세의 소녀가 7층탑에 유폐되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그녀의 부모를 만나서 미모를 감정해 보게 해 달라고 요청하여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탑에서 내려왔을 때, 그들은 그녀가 금상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중매인들은 부모에게 자신들이 신부감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 미의 여왕이 아닛티간다 꾸마라의 신부가 되게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허락을 받은 다음 밀사들은 신랑의 부모에게 그 소식을 급히 보냈습니다. 그러자 부모는 신부가 조각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소식을 듣고, 빨리 보고 싶어서 가능한 한 급히 데려 오게 했습니다. 이것이 순전히 상상으로부터 생긴 집착의 예입니다.
사갈라와 사왓티는 오백 마일 이상 떨어져 있었고 그 당시의 수송 수단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말이 끄는 수레에 탔을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여행 중에 완전히 기진맥진하여 마침내 병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아닛티간다 꾸마라는 이 소식을 듣고 그녀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볼 기회마저 놓친 것에 대해 너무나 괴로워했습니다. 그는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잤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사실을 아시고 불쌍히 여기셔서 탁발하러 그의 집에 들르셨습니다. 부모는 정중하게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아들에 대해서 질문하였습니다. 아들도 부모가 시키는 대로 세존 앞에 다가가서 예경을 드리고 앉았습니다. 세존께서 아들에게 질문하자, 그는 결혼하러 오는 도중에 길에서 죽은 여인으로 인하여 걱정과 근심이 생겨서,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할 정도로 비탄에 잠겨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원하는 감각대상과 그에 대한 탐욕을 조건으로 슬픔과 두려움이 생깁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를 게송으로 읊으셨습니다.
탐욕으로 인하여 비탄이 생기고,
탐욕으로 인하여 두려움이 생긴다.
탐욕으로부터 해방된 사람은
비탄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
이 법문을 들은 젊은이는 성자의 흐름에 들어가는 도(道)인 수다원도의 단계를 성취했습니다. 그는 결혼하기 싫어서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여 부모가 포기하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는 이제 자신이 만든 것보다 더 아름다운 미녀를 발견했기에 불가능이 가능하게 되자, 마음속에 집착이 생겨서 그의 순진한 마음에 괴로움이 생겼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