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불방일
21-23 마간디야와 사마와띠 왕비34)
21 불방일은35) 열반에36) 이르는 길이고
방일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불방일한 사람은 죽지 않으나
방일한 사람은 죽은 사람과 같다.
22 이 사실을 분명히 아는
불방일한 지혜로운 이들은
불방일에 기뻐하고
성자의 경지에서 즐거워한다.
23 선정에37) 들고 끈기 있고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현자들은
속박에서 벗어난 위없는
열반에 도달한다.38)
34) 꼬삼비 국 우데나 왕의 사마와띠 왕비에게는 오백 명의 궁녀가 있었다. 사마와띠 왕비와 궁녀들은 수다원이었던 궁녀 쿳줏따라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듣고 모두 수다원이 되었다. 어느 날 우데나 왕의 세 번째 왕비인 마간디야는 사마와띠 왕비에 대한 질투심으로 사람을 시켜 사마와띠 왕비의 궁에 불을 지르게 했다. 그런데 궁이 불에 휩싸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왕비와 궁녀들은 수행에 몰두하여 사다함 혹은 아나함이 되었다. 왕은 불이 난 원인을 조사하여 그것이 마간디야 왕비의 짓임을 알고 그녀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모두 체포하여 죽여 버렸다. 그 일을 아신 부처님께서 사마와띠처럼 선량한 사람이 왜 불에 타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비구들에게 다음 이야기를 해 주셨다.
어느 전생에서 사마와띠 왕비와 오백 명의 궁녀들이 갠지스 강에서 물놀이가 끝난 다음에 불을 쬐려고 강가에 있는 풀 더미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그들은 그 안에 왕이 존경하는 벽지불이 멸진정[滅盡定: 색계 4선정과 무색계 4선정을 모두 성취한 아나함이나 아라한이 일정기간 동안 몸은 살아 있지만 마음과 마음부수가 생기지 않는 상태에 입정한 것(『부처님을 만나다』, 66쪽 참조)]에 들어 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 사태를 뒤늦게 파악한 왕비와 궁녀들은 자기들이 한 짓이 왕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흔적을 없애버리려고, 장작을 벽지불 주위에 높이 쌓은 후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 다음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벽지불은 멸진정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불 속에서도 몸의 털끝 하나 그을리지 않았다. 얼마 후 벽지불이 멸진정에 든 지 칠일 째 되는 날 멸진정에서 나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먼지를 툴툴 털고 떠나가 버렸다.
사마와띠 왕비와 궁녀들이 처음에 풀 더미에 불을 지른 것은, 살인하려는 의도적 행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과보를 초래하지 않지만, 나중에 불을 지른 것은 고의적 행위였으므로 끔찍한 과보를 초래하게 되어 그들 모두 지옥에 떨어져 십만 년 동안 계속 뜨거운 불에 탔다. 그러고도 과보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금생에서도 그들은 모두 궁에 갇혀 불에 타게 되었던 것이다. 이어서 부처님께서는 게송 세 편을 읊으셨다.
35) 불방일: (첨부 9. “방일과 불방일” 참조)
36) 빠알리어 “amata”는 “열반. 죽음이 없는 상태. 불사(不死). deathless”라는 의미이다. 열반을 체험하면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므로 죽을 일이 없어진다.
37) 선정에는 대상을 지향하는 선정(사마타 선정)과 특징을 지향하는 선정 (위빳사나 선정) 두 가지가 있다. (첨부 3. “사마타 수행과 위빳사나 수행” 참조.)
38) ‘이 사실을 분명히 아는’이란 ‘방일한 자에게는 윤회의 수레바퀴에 서 벗어날 길이 없다. 방일하지 않은 자에게는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길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아는’이라는 뜻이다. 이를 아는 자는 방일하지 않고 열심히 사띠 확립 수행을 하는 현자이다.
‘성자의 경지’란 ‘성자는 부처님들, 벽지불들과 그 제자들’을 말하고, ‘경지’는 ‘37보리분(첨부 14 참조)과 아홉 가지 출세간법(4가지 도, 4가 지 과, 열반)’을 말한다.
‘언제나 열심히 노력’이란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한다는 뜻이다.
‘열반에 도달’은 ‘네 가지 도와 네 가지 과를 통해서 열반을 경험’한 다는 뜻이다. (『법구경-담마파다』, 284-286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