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자애경을 설하게 된 인연 64)
이 몸은 항아리처럼 깨지기 쉬우니
이 마음을 성채처럼 굳건하게 만들어서
지혜의 칼로 마라를 물리쳐라.
성취한 것을 지키고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65)
64) 오백 명의 비구들이 부처님으로부터 수행주제를 받고 수행 장소를 찾아 길을 떠났다. 그들은 넓고 깊은 숲을 발견하고 그곳을 수행 장소로 정했다. 그러자 숲속의 나무에 사는 목신들은 자기들이 자리 잡은 터에 비구들이 머무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그들은 비구들을 쫓아내려고 매일 밤 머리는 있고 몸이 없다든지, 몸은 있는데 머리가 없는 흉측한 모습으로 나타나 비구들을 놀라게 했다. 비구들이 수행으로 귀신들에 대한 불안, 공포, 놀람을 이겨 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부처님을 찾아뵙고 도움을 청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모든 두려움을 이기는 힘이 되는 자애를 가지고 가면 괜찮으리라고 말씀하신 후 자애경(① 『수행독송집』, 한국마하시선원, 92-99 쪽. ② 『예경독송문』, 빤디따라마, 100-107쪽 참조)을 설법해주셨다. 그렇게 부처님으로부터 자애경을 배운 비구들이 숲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경을 외기 시작하자 목신들은 비구들에게 갖고 있던 적대감을 버리고 환영해 주었으며, 그 이후부터는 목신들의 장난이 사라졌다.
그래서 비구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몸과 마음에서 생기고 사라지는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이 몸은 부서지기 쉽고 실체가 없는 것이 마치 항아리와 같다.’는 지혜가 생겼다. 부처님께서는 제따와나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위빳사나 지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아시고, 광명을 보내시어 마치 부처님께서 그들 앞에 계신 듯 모습을 나타내셔서 말씀하셨다.
“이 몸은 부서지기 쉽고 실체가 없는 것이 마치 항아리와 같다.”
이어서 부처님께서 게송을 읊으셨고, 오백 명의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65) ‘마음을 성채처럼 굳건하게 만든다.’는 것은 ‘위빳사나 수행에 몰두한다.’는 것을 말한다.
‘지혜’란 ‘위빳사나 지혜(첨부 13 참조)와 도의 지혜’이고, ‘마라’는 ‘번뇌’를 말한다. 위빳사나 지혜가 마라의 정체를 알아내고 도의 지혜가 마라를 죽인다.
‘성취한 것을 지키고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수행자가 획득한 위빳사나 지혜를 지켜야 한다. 즉 조건에 따라 생기고 사라지는 물질과 정신(몸과 마음)을 계속 관찰해서 위빳사나 지혜가 생기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도의 지혜가 생겨서 번뇌라는 마라를 정복한다. 그러나 성취한 것에 만족하여 그것을 즐기기만 하고, 반복해서 조건 따라 생기는 것을 관찰하지 않으면, 도와 과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성취한 것을 지키지만 집착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구경-담마파다』, 315-316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