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아누룻다 장로를 시봉한 천녀 133)
번뇌가 완전히 제거되어 134)
음식에 집착하지 않으며
비어 있고 표상이 없는
해탈에 노니는 그들의
자취는 찾을 수 없다.
허공을 나는 새처럼.
133) 아누룻다 장로는 자신의 가사가 낡아서 새 가사를 만들려고 쓰레기장에서 남들이 버린 옷 조각들을 줍고 있었다. 그때 천상에 살고 있던 그의 전생의 아내 잘리니는 그 모습을 보고 즉시 천상의 좋은 옷 감 세 조각을 쓰레기 더미에 넣고 끄트머리가 밖에서 보이게 해두었다. 얼마 후 쓰레기장을 헤집고 다니던 아누룻다 장로가 그 옷감을 발견하고 정사로 가져와 가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부처님께서는 팔십 명의 장로들과 오백 명의 비구들을 거느리고 오시어 아누룻다가 바느질하는 것을 도와주셨다.
때마침 잘리니는 젊은 여인으로 변신하여 정사에 내려왔다가 그 모습을 보고 마을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부처님이 계시는 정사로 가지고 가라고 권했다. 그리하여 모든 스님들이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이 공급되었는데 그것을 본 몇몇 비구들이 아누룻다 장로를 비난했다.
“아누룻다 장로는 아마도 이 기회에 자기가 얼마나 많은 음식을 받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신도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지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여, 여래의 아들 아누룻다가 친척이나 신도들에게 음식을 요구했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아라한은 음식이나 의복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 정사에 온 음식은 천녀에 의한 것이지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고 이어서 게송을 읊으셨다.
134) 번뇌(아사와)에는 감각적 쾌락 번뇌, 존재 번뇌, 사견 번뇌, 무명 번뇌 모두 네 가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