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지막 생에서의 고행자 생활
그들이 범천계에 있는 동안 우리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출현하는 시기가 도래하였다. 그때 미래의 마하 가섭인 어린 삡빨리(Pippali)가 마가다 왕국의 마하띳타(Mahātittha) 마을의 바라문 동네에 사는 까삘라(Kapila)라는 부유한 바라문의 부인의 자궁에 임신이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미래의 밧다까삘라니(Bhaddākāpilānī)인 그의 아내는 같은 마가다 국의 사갈라(Sāgala) 시에 있는 또 다른 바라문인 꼬시야(Kosiya) 가문의 부유한 바라문인 아내에게 임신이 되었다.
그들이 자라서 젊은 삡빨리가 20살이고 밧다까삘라니가 16살이 되었을 때, 삡빨리의 부모님은 아들이 혼기가 되었기 때문에 강제로 혼인시키려고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도 이제 가족을 거느릴 때가 되었다. 우리의 가문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삡빨리는 범천계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내 귀에 들리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부모님께서 생존해 계시는 동안은 같이 살겠지만, 부모님께서 떠나신 다음에는 출가하여 은둔자가 될 것입니다.” 이삼 일 후에 부모는 다시 그를 설득했다. 아들은 여전히 단호했다. 또 다시 설득했지만 그것도 묵살되었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어머니는 강요했다.
끈덕지게 어머니가 강요하자 삡빨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출가를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를 어머님께서 아시도록 해 드려야 하겠다.” 그래서 금세공인들에게 14,200g의 금을 주면서 소녀상을 조각해 달라고 했다. 소녀상이 만들어지자 깨끗이 씻은 다음에 빨간 옷을 입히고 화려한 꽃과 찬란한 장신구로 치장을 했다. 그리고는 어머님을 모셔 와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 저는 이 조각처럼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야만 결혼할 것입니다. 그런 소녀를 못 만난다면 결혼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라문인 어머니는 현명했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했다. “내 아들은 공덕을 쌓았고, 보시행을 했으며, 고귀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가 과거생에 그렇게 많은 공덕을 쌓았다면 혼자 쌓았을 리 없다. 틀림없이 함께 공덕을 쌓은, 황금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훌륭한 여인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여덟 명의 바라문을 불러서 그들에게 인사를 한 다음, 황금 조각을 마차에 태우고 이렇게 말했다. “형제들이여, 아름다운 소녀를 찾으러 떠나십시오. 여러분들이 우리와 계급과 혈통과 재산이 동등한 가문에서 이 황금 조각을 닮은 소녀를 보거든, 이 조각을 선물 즉 예물로 주세요.” 이 말과 함께 그녀는 바라문들을 떠나보냈다.
여덟 명의 바라문은 이렇게 말하면서 받아들였다. “이런 일이야말로 우리처럼 현명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그들은 마을을 떠나서 어느 쪽으로 갈지 서로 상의했다. “맛다(Madda) 지방이야말로 미녀들로 유명한 곳이다. 그리로 가기로 하자.” 그래서 그들은 그 지방에 속해 있는 사갈라 시로 갔다. 그들은 조각을 그 도시의 목욕하는 개울가에 갖다 놓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부유한 바라문의 딸인 밧다(까삘라니)의 하녀가 그녀를 목욕시키고 장신구로 치장해 준 다음 호사스런 방에 남겨 두고 목욕하는 개울가로 갔다. 조각이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내 주인아가씨가 나보다 먼저 왔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녀는 그녀에게 잔소리를 쏟아 부었다. “야, 이 꼬마 고집쟁이 여자야! 왜 여기 혼자 와 있어?” 그녀가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면서 조각을 주인아가씨로 착각하고 손을 치켜들어 때리자, 그녀의 손바닥이 마치 돌로 만든 벽을 때리는 것처럼 몹시 아팠다. 하녀는 뒷걸음치면서 이러한 거친 말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런! 내가 이 돌덩이 같은 여자를 내 주인아가씨로 알았으니 나도 참 멍청하기도 하지! 하지만 이 여자의 미모는 내 주인아가씨의 발밑에도 못 미쳐!”
그 말을 들은 여덟 명의 바라문은 하녀를 에워싸고 물었다. “너의 주인아가씨가 그렇게 아름다우냐?” 하녀는 이렇게 반박했다. “이 여자가 아름답다고요? 내 주인아가씨는 이 여자보다 백배, 천배 아름다워요. 그녀가 12평 넓이의 방에 앉아 있으면, 그녀의 피부의 색깔 때문에 불을 켤 필요도 없어요.” 바라문들이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이 가 보자!” 그들은 황금 조각과 함께 하녀를 따라서 꼬시야 가문의 부유한 바라문의 집으로 가서 대문 밖에 서서 자신들의 방문을 알렸다.
주인인 바라문은 그들을 잘 대접한 다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마가다 왕국의 마하띳타 마을의 부유한 까삘라 바라문의 집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주인이 무슨 일로 왔는지 묻자 자신들의 목적을 이야기했다. 꼬시야 바라문이 대답했다. “벗들이여, 그것은 환영받을 목적입니다. 까삘라 바라문은 출생과 가문과 재산이 나와 동등합니다. 나는 우리 딸을 신부로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약속하면서 꼬시야 바라문은 황금 조각을 받았다. 방문한 바라문은 사람을 보내서 “신부를 발견했으니 결혼식 준비를 하십시오.”라고 전하게 했다.
삡빨리의 하인들은 매우 기뻐하면서 그 소식을 주인에게 전하면서 “황금 조각을 닮은 신부를 찾았답니다. 이제 결혼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삡빨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 여자를 구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지금 저들은 신부를 찾았다고 하는구나! 내가 그녀를 원하지 않으니 편지를 써서 보내야 하겠다.” 그래서 그는 아무도 모르게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썼다.
“나는 친애하는 아가씨가 동등한 출생과 가문과 재산을 가진 다른 적절한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라오. 나는 숲으로 가서 은둔자의 삶을 살 사람이오. 그대가 나중에 비통해 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오.”
그리고서 그 편지를 비밀리에 밧다에게 보냈다.
부유한 바라문의 딸 밧다가 부모님이 자기를 마가다 왕국의 마하띳타 마을의 부유한 바라문인 까삘라의 아들 삡빨리에게 시집보내려 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자, 그녀도 마찬가지로 아무도 모르게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썼다.
“저는 당신이 당신과 동등한 출생과 가문과 재산을 가진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를 바랍니다. 출가하여 여자 은둔자가 될 사람인 저는, 당신이 나중에 불행해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그 편지를 비밀리에 삡빨리에게 보냈다.
양쪽의 심부름꾼들이 중간에서 만났을 때, 밧다의 하인들이 물었다. “벗들이여, 그대들이 가지고 가는 편지는 누구로부터 누구에게로 가는 것입니까?” 삡빨리의 부하들이 솔직하게 “우리의 주인인 삡빨리님이 밧다님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그들이 물었다. “그대들은 누구의 편지를 누구에게 가지고 갑니까?” 밧다의 부하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 “우리의 주인아가씨가 삡빨리님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양쪽의 심부름꾼들이 합의해서 편지를 뜯어서 읽어보고는, 편지의 내용이 심각하게 영적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서 “신랑과 신부라는 사람들이 하는 짓 좀 보게!”라고 말했다. 그리고서 그들은 양쪽의 편지를 찢어서 숲 속에 던져 버렸다. 그 다음에 그들은 서로 기뻐하고 답례로 주고받는 내용의 편지를 새로 써서 각각 상대방에게 보냈다. 이리하여 본인들이 결혼하기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부모와 중매인이 획책한 대로, 부유한 장자의 아들인 삡빨리와 다른 부유한 장자의 딸인 밧다의 결혼 날짜는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