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따미 테리의 서거
고따미 테리가 120세가 되었을 때, 그녀는 웨살리 시내에 있는 비구니 수도원에 살고 있었다. (원주: 율장에 의하면 비구니 수도원은 도시나 마을 안에 있어야 한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웨살리 근처에 있는 대림정사 수도원에 계셨다. 어느 날 아침, 탁발하고 식사를 마친 다음, 고따미 테리는 시간을 정해 놓고 아라한의 과정(果定)에 들어갔다. 과정에서 나와서 그녀가 여러 생을 거치는 동안 쌓아온 공덕을 회상하니 마음에 기쁨이 흘러 넘쳤다. 그리고서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점검해 보니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대림정사 숲의 부처님께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려야 하겠다고 생각했으며, 그녀의 오랜 도반들, 예를 들면 영감을 얻도록 해 준 두 명의 상수제자(사리불과 목련 존자)와 같이 수행하는 성자들에게도 자신의 죽음을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수도원으로 돌아가서 세상을 하직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석가족 출신인 500명의 비구니들에게도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원주: 이하에 기술하는 고따미 테리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마하위숫다라마(Mahāvisuddhārāma) 사야도의 “칫다삐다나니(The Chiddapidhānanī, Vol. Ⅰ, Chapter 12)”와 “비유경”에서 발췌한 것이다.]
부처님의 계모인 고따미 테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내 아들 부처님이 죽는 것이나 두 명의 상수제자나, 내 손자인 라훌라나, 내 조카인 아난다가 죽는 것을 볼 때까지 살지 않겠다. 나는 그들 중 누구보다도 먼저 죽겠다. 나는 지금 내 아들 부처님께 가서 나의 죽음에 대하여 양해를 구해야 하겠다.” 석가족 출신인 500명의 비구니들의 마음에도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바로 그 순간 땅이 거세게 흔들렸다. 맑은 하늘에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렸다. 비구니 수도원의 보호 정령들이 슬피 울었다. 500명의 비구니들은 고따미 테리에게 가서 정령들이 우는 것을 이야기하자, 고따미 테리는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렸다. 500명의 비구니들도 또한 자기들도 죽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다 같이 수도원의 정령들에게 설사 마음이 상하더라도 양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는, 고따미 테리는 수도원에 마지막 눈길을 던지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나는 이제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싫어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만나지도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물건과 헤어지지도 않는
조건 지어지지 않은 곳(열반)으로 간다네.”
이 말을 들은 사람들 가운데 자신으로부터 집착을 제거하지 못한 이들은, 사람이거나 천신이거나 간에, 비통해 하면서 울었다. (원주: 그들이 비탄에 젖은 눈물겨운 모습이 빨리어 경전에는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비구니들이 수도원을 출발하여 큰 길로 나오자 불자들이 집에서 나와서, 고따미 테리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몹시 슬퍼했다. 부처님의 계모인 고따미 테리는 그들의 슬픔을 진정시키려고 위로의 말을 했다. (원주: 법이 함축되어 있는 테리의 말은 빨리어 경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내용도 나중에 그녀가 읊는 게송에 반영되어 있다.) 그녀는 웨살리 시민의 비탄을 달래려고 9개의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께 도착한 그녀는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리면서, 모두 16개의 게송으로, 그녀의 일생 동안 계속되어 온 마음의 과정으로부터 벗어남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승인했다. 그 다음에 그녀는 세존을 칭송하는 다섯 구절의 게송을 읊었다.
그리고서 그녀는 승가와, 라훌라 존자와, 아난다 존자와, 난다 존자에게, 중생이란 존재의 해악을 서술하는 두 개의 게송으로 자신의 서거의 승인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 아라한이었던 난다 존자와 라훌라 존자는 위대한 테리의 말씀을 서정적 종교적 깨달음을 고무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으나, 아직도 아라한이 되기 위하여 수행하고 있는 아난다는, 그 말씀을 들으니 슬픔과 비탄이 북받쳐 올라와서 그 슬픔을 게송으로 표현했다. 위대한 테리는 지혜로운 말로 조카를 위로했다.
그런 다음, 부처님께서는 다음 시로써 고따미에게 신통력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고따미여, 내 가르침대로 수행하면 여자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의심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위하여 신통력을 보여 주십시오.”
120세의 늙은 비구니는 신통력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한 몸을 여러 몸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여러 몸을 한 몸으로 변신하기도 하며, 몸을 보였다가 안 보이게 하기도 하고, 벽이나 산을 투과하여 지나가는 등의 신통력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는 공중에 매달린 상태로 걸어가서 메루산을 버팀목으로 하여 그 위에 커다란 땅덩어리를 우산처럼 올려놓았다가 이 불가사의한 우산을 돌려서 뒤엎어 놓았다. 또한 마치 여섯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 있는 것처럼 날씨를 뜨겁게 하기도 하였다. 부처님의 요청에 의해 신통력을 보여 준 다음, 그녀는 내려와서 세존에게 인사를 드리고 알맞은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말했다. “존귀한 아들이시여, 그대의 계모인 내 나이가 이제 120살입니다. 나는 충분히 오래 살아서 늙었습니다. 나는 이제 죽고 싶습니다.”
고따미 테리가 보여준 기적적인 신통력에 어리벙벙해진 관중들은 그녀에게 물었다. “존자시여, 그런 힘과 능력을 부여받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덕을 쌓으셨습니까?” 그러자 고따미 테리는 빠두뭇따라 부처님 시대에서부터 바로 전 전생까지 계속해서 쌓아온 공덕을 이야기해 줬다. 그 이야기는 수많은 게송에 나와 있다.
그때 500명의 비구니가 신통력으로 하늘로 솟아올라 마치 별들이 꽃송이처럼 모여 있는 형상을 이루자 관중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부처님으로부터 그들의 신기한 공연을 마칠 것을 허락받은 다음, 그들은 세존에게 인사를 드리고 알맞은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많이 고따미 테리의 은혜를 입었는지를 세존에게 게송으로 자세히 말씀 드렸다. 그리고는 죽음을 세존께서 허락해 주십사고 요청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니들이여, 그대들은 세상 떠날 때를 스스로 압니다.” 그렇게 부처님의 승인을 받은 그들은 세존에게 인사드리고 수도원으로 향했다. 부처님께서는 수많은 불자들과 함께 그의 숙소 입구까지 고따미 테리를 배웅했다. 거기서 위대한 테리와 그녀의 500명의 비구니 제자들은 부처님께 함께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는 500명의 비구니들은 시내에 있는 수도원으로 돌아와서 각자 자신의 숙소에서 가부좌의 자세로 앉았다.
그때 수많은 부처님의 남녀 재가불자들이 성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볼 때가 왔음을 알고, 크나큰 슬픔으로 가슴을 치면서 마지막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주변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뿌리 뽑힌 나무처럼 땅바닥에 몸을 던졌다. 고따미 테리는 가장 나이 많은 여자불자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게송을 읊었다.
“딸들이여, 비탄해 하면 마라(악마)의 영역으로 갈 뿐 아무 소용이 없다. 모든 조건 지어진 것들은 무상한 것이어서 이별로 끝나고, 마음을 끝없이 동요하게 한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혼자 남은 그녀는 색계 초선에 들어간 다음, 차례로 다음 선정으로 올라가서 마지막에 비상비비상처정에까지 올라갔다가, 차례로 내려와서 색계 초선까지 내려왔다. 그렇게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8가지 속세의 선정에 머물렀다. 그리고 초선정부터 사선정까지의 선정에 머물렀다. 선정에서 나와서, 마치 램프의 기름과 심지가 다 타서 불이 꺼지는 것처럼, 그녀는 오온의 완전한 소멸을 실현했다. 나머지 500명의 비구니들도 완전한 소멸을 실현했다.
바로 그 순간 대지는 격렬하게 진동했고,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졌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렸다. 천상의 천신들이 슬피 울었다. 하늘에서 천상의 꽃이 비처럼 쏟아졌다. 메루산이 마치 무용수가 춤추듯 비틀거렸다. 큰 바다는 바다 속에서 지진이 일어난 듯 포효했다. 용들과 아수라들과 천신들과 범천들은 “모든 조건 지어진 것들은 무상한 것이어서 소멸되는 성품을 가지고 있다.”라는 등의 말로 그들이 깨달은 경지를 표현했다.
천신들과 범천들은 고따미 테리와 500명의 비구니들이 죽었음을 부처님께 보고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다 존자를 보내서 비구들에게 이를 알렸다. 그 다음에 부처님께서는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고 장례 행렬에 참여했는데, 그 순서는 이러했다. ⑴ 제일 앞에 사람들, 천신들, 용들, 아수라들, 범천들이 행진하고, 그 다음에 ⑵ 위숙깜마 천신이 만든 비구니들의 유품을 담은 여러 층의 지붕이 있는 500명의 비구니들의 황금 영구차, 이는 천신들이 운구하고 있으며, ⑶ 그리고 네 명의 제석천들이 운구하고 있는 부처님의 계모인 고따미 테리의 영구차가 따라가고, ⑷ 그 다음에 승가와 부처님이 따라갔다. 수도원에서 화장터까지의 길은 모두 덮개가 씌워졌고, 연도에는 사람들과 깃발들이 빈틈없이 늘어서 있었으며, 바닥에는 꽃이 뿌려졌다. 천상의 연꽃이 내려와서 허공에 떠 있는 것이 마치 하늘에 매달려 있는 듯 했다. 온갖 꽃들과 향기가 감돌았다. 떠나가는 성스러운 아라한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온갖 음악과 노래와 춤이 어우러졌다.
장례 행렬이 지나가는 동안 해와 달이 동시에 보였다. 별은 하늘에서 반짝였다. 때는 정오였지만 태양은 달처럼 서늘했다. 사실상 고따미 테리의 장례식을 치를 때가 부처님의 장례식 때보다 신기한 기적이 더 많이 일어났다. 부처님의 장례식 때에는 장례식을 지휘할 부처님이나 사리불 존자나 장로 비구들이 없었지만, 고따미 테리의 장례식 때에는 장례식을 지휘할 부처님과 장로 비구들이 있었다.
고따미 테리의 유해를 화장한 다음 화장터에서 아난다 존자는 유골을 거두고 이렇게 게송을 읊었다.
“고따미는 이제 가버렸다. 그녀의 유해는 타버렸다. 머지않아 부처님도 반열반에 드실 것이니, 훨씬 더 염려되는 일이 일어나겠구나.”
아난다 존자는 고따미가 사용하던 발우에 유골을 담아서 부처님께 갖다 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청중들이 볼 수 있게 유골을 집어 들고, 모여 있는 사람들, 천신들, 범천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치 나무속이 꽉 차서 굳건하게 서 있는 큰 나무가
위대한 줄기를 가지고 있지만
무상한 성품을 가지고 있기에 쓰러지는 것처럼
비구니 승가에 큰 나무줄기 같았던 고따미가
침묵 속으로 들어갔다. (반열반에 들어갔다.)”
부처님께서는 장례식을 마치고 청중들을 위하여 모두 10개의 게송을 읊었다. 독자들은 칫다삐다니(Chiddapidhānī)에서 이들 10개 게송의 원문을 찾아서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즐거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마하빠자빠띠 고따미 테리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