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찬미(讚美)-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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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앞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달게 자고 있다.
볕 좋은 첫 여름 조용한 오후이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중 고요한 것만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 고요히 자는 얼굴을 잘 말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평화라는 평화는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오는 듯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결 같은 꽃잎,
아니 아니 이 세상에 곱고 보드랍다는 아무것으로도
형용할 수 없이 보드랍고 고운 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라!
그 서늘한 두 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귀울여야 들릴 만큼 가늘게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잘 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보라!
우리가 전부터 생각해오던 하느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 티가 있느냐?
죄 많은 세상에 나서 죄를 모르고,
더러운 세상에 나서 더러움을 모르고,
부처보다도 예수보다도 하늘 뜻 고대로의 산 하느님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무 꾀도 갖지 않는다.
아무 계획도 모른다.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먹어서 배부르면 웃고 즐긴다.
싫으면 찡그리고, 아프면 울고… 거기에 무슨 꾸밈이 있느냐?
시퍼런 칼을 들고 대들어도
맞아서 아프기까지는 방글방글 웃으며 대하는 이가,
이 넓은 세상에 오직 이 어린이가 있을 뿐이다.
오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릎 앞에서 잠을 잔다.
더할 수 없는 참됨과 더할 수 없는 착함과,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게다가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 가진 어린 하느님이
편안하게도 고요한 잠을 잔다.
옆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속까지
생각이 다른 번잡한 것에 미칠 틈을 주지 않고
고결하게 순화시켜 준다.
나는 지금 성당에 들어간 이상의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사랑스러운 하느님의 자는 얼굴에 예배하고 있다.
(어린이 찬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