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스페인에 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변의가 있어 배변을 시도하는데 변이 딱딱해져서 나오질 않았습니다. 비행기에서 수분을 적게 섭취한 탓이었습니다. 결국은 손가락으로 파내야 했습니다. 대장항문외과 의사로서 ‘변비가 이렇게 불편할 수도 있구나’를 느끼며 환자를 잘 치료해줘야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 대장 항문과 의사로서 변비를 치료함으로써 환자들에게 도움과 기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육류, 패스트푸드 유아 때 모유보다는 분유 등을 많이 먹어 변비가 많습니다. 학교에 들어가면 뛰어놀기보다 피자, 치킨, 햄버거 등 범람하는 패스트푸드를 먹으면서 여러 학원을 다니며 스트레스가 쌓여 변비가 생기기 쉽습니다. 더욱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대입을 위해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해야 하고, 친구들과의 경쟁 관계에 따른 스트레스로 쉽게 변비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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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의사 버커트(Burkert)는 1969년 란셋(Lanset)에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육식을 많이 먹는 영국인은 음식물이 입에서 항문까지 나오는 음식물 통과 시간이 78.8시간으로 변비가 많았고, 채소를 많이 먹는 아프리카, 우간다 사람은 34시간으로 짧았고 변비가 없었습니다. 영국인에게 채소와 곡물을 많이 먹였더니 41.9시간으로 변비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식물성 섬유가 부족한 현대인은 육류를 조금 줄이고 채소를 많이 먹으면 변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많이 인용되는 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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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양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