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배 조건
지배 조건 Adhipatipaccaya이란 왕이 다른 사람들을 누르고 백성들을 지배하듯이, 조건 법들이 조건 따라 생긴 법들을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지배 조건에는 “함께 생긴 지배 조건”과 “대상 지배 조건” 두 가지가 있다.
① “함께 생긴 지배 조건”은 조건 법이 자신과 함께 생긴 조건 따라 생긴 법들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 관계에서는 열의, 정진, 마음, 검증(지혜) 네 가지 지배들이 조건 법이다. 마음부수인 열의, 정진과 검증 중에서 오직 한 가지만 지배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음들 중에서는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뿌리를 가진 자와나 마음만이 지배가 될 수 있다.
② “대상 지배 조건”은 대상이 조건 법이 되어서 그것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들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 관계에서는 존중되거나 소중히 간직하고 있거나 강하게 원하는 대상만 조건 법이 될 수 있다.
가. 함께 생긴 지배 조건
빳타나에 이렇게 나와 있다.
(1) Chandādhipati
chanda sampayuttakānaṃ dhammānaṃ taṃ samuṭṭhānānañ ca rūpānaṃ
adhipatipaccayena paccayo.
열의 지배는,
열의와 결합한 법들과1* 그 열의 때문에 생긴 물질들에게2*
지배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1* “열의와 결합한 법들에게”: 2가지 뿌리를 가진 자와나 마음들, 3가지 뿌리를 가진 자와나 마음들, 그리고 그 마음부수들.
2* “물질들에게”: 이하 ‘물질들’이라 함은 마음에 의한 물질들을 의미한다.
(2) Vīriyādhipati
vīriya sampayuttakānaṃ dhammānaṃ taṃ samuṭṭhānānañ ca rūpānaṃ
adhipatipaccayena paccayo.
정진 지배는,
정진과 결합한 법들과3* 그 정진 때문에 생긴 물질들에게
지배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3* “정진과 결합한 법들에게”: 2가지 뿌리를 가진 자와나 마음들, 3가지 뿌리를 가진 자와나 마음들, 그리고 그 마음부수들
(3) Cittādhipati
citta sampayuttakānaṃ dhammānaṃ taṃ samuṭṭhānānañ ca rūpānaṃ
adhipatipaccayena paccayo.
마음 지배는,
마음과 결합한 법들과4* 그 마음 때문에 생긴 물질들에게
지배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4* “마음과 결합한 법들”: 마음부수들.
(4) Vīmaṃsādhipati
vīmaṃsa sampayuttakānaṃ dhammānaṃ taṃ samuṭṭhānānañ ca rūpānaṃ
adhipatipaccayena paccayo.
검증5* 지배는,
검증과 결합한 법들과6* 그 검증 때문에 생긴 물질들에게
지배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5* 검증: 지혜 즉 통찰지 기능, 혜근, 법의 조사, 택법각지, 조사하는 지혜와 같은 뜻이다.
6* “검증과 결합한 법들에게”: 3가지 뿌리를 가진 자와나 마음들, 그리고 그 마음부수들.
해설:
"함께 생긴 지배 조건"에서 조건이 되는(빳짜야) 요소는, 자신에 의해서 조건 따라 생긴(빳짜윱빤나) 실재들을 지배함으로써 영향을 미치며 그것들과 함께 생긴다. 현상들은 결코 홀로 생기지 않고 동시에 다른 현상들과 함께 생긴다. 마음은 혼자 생기지 않고 마음부수들과 함께 생긴다. 마음과 마음부수들은 함께 생기고 함께 사라진다.
함께 생기는 다른 실재들에게 "함께 생긴 지배 조건"으로 조건 법에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가 있다.
열의(찬다)
정진(위리야, 노력, 활력)
마음(찟따)
검증(위망사, 지혜, 법을 고찰함)
이 요소 중의 셋, 즉 열의, 정진과 검증은 마음부수들이고 하나는 마음이지만, 각 마음이 모두 지배하는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대하고 어려운 사업들이 성취되는 것은 이 네 가지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과업을 성취하려고 할 때 이 네 가지 요소 중의 하나가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즉 함께 생기는 실재들 그리고 그 순간에 마음에 의해서 생기는 물질에 대해서 지배 조건이 될 수 있다.
한 순간에는 이 네 가지 요소 중의 단 하나만 지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열의가 가장 우선할 때 동시에 다른 세 가지 요소는 지배가 될 수 없다. 열의, 정진과 마음은 선한 일이거나 불선한 일을 성취하는데 지배일 수 있지만, 아름다운 마음부수인 검증은 선한 일에만 지배가 될 수 있다.
함께 생긴 지배하는 요소들은, 아라한이 아니면, 선심이거나 불선심인 자와나 마음이7* 생기는 순간에 작용할 수 있다. 선심들은 언제나 탐욕없음과 성냄없음이라는 두 개의 아름다운 뿌리들과 함께 생기는데, 추가로 지혜와 함께 생길 수도 있다.
7* 자와나 마음들은 오문인식과정과 의문인식과정에서 일어나며, “대상을 급히 통과”한다. 인식과정의 마음에는 보통 7개의 자와나 마음들이 있으며, 선심이거나 불선심이다. 아라한에게는 선심이나 불선심이 없고, 자와나의 기능을 하는 작용 마음들이 있다.
불선심들은 어리석음과 탐욕 혹은 어리석음과 성냄이라는 두 개의 뿌리와 함께 생길 수도 있고, 어리석음 하나의 뿌리만 가질 수도 있다. 어리석음만을 뿌리로 하는 불선심들에는 두 가지가 있다. 즉 ‘들뜸(웃닷짜)과 결합한 어리석음에 뿌리박은 마음’과 ‘의심(위찌낏차)과 결합한 어리석음에 뿌리박은 마음’인데, 이 마음들은 두 개의 불선한 뿌리들을 가진 불선심들에 비해서 약하다. 이 두 가지 어리석음에 뿌리박은 마음들은 함께 생긴 지배하는 요소들이 작용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두 개 혹은 세 개의 뿌리를 가진 자와나 마음인 경우에만 작용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에 몰두하는 등의 예술 관련 작업을 할 때,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으로 하게 마련이다. 탐욕은 그것이 경험하는 대상에 집착하지만, 아무것도 완수할 수 없으며 지배하는 요소가 아니다.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과 함께 생기는 열의는 사업을 완수할 때 지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열의는 "함께 생긴 지배 조건"으로 마음 그리고 열의와 함께 생기는 다른 마음부수들의 조건이 된다.
마음에 인색이 없어져서 보시하기를 좋아할 때에는 선한 열의가 지배적이 될 수 있다. 이때 탐욕없음(알로바)과 성냄없음(아도사)도 있지만, 이 두 가지 선한 뿌리들은 보시할 정도로 지배가 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서 선물을 고르거나 남에게 주는 등의 보시를 할 때 지배가 될 수 있는 것은 열의이다.
정진은 과업을 완수할 때 지배가 될 수 있다. 음식을 마련하는 것은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지만, 때로는 우리가 좋아서 한다면 열의가 지배가 될 수 있다. 어떤 때에는 번거롭지만 요리를 하려고 한다면, 정진이 지배인 기능을 하면서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럴 때 탐욕도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요리하는데 정진이 가장 앞서 있다.
마음은 함께 생기는 마음부수들에 대해서 지배 조건이 될 수 있지만, 모든 마음이 지배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지배 조건은 적어도 두 가지 뿌리와 함께 생기는 자와나 마음들이 있을 때에만 작용할 수 있다. 뿌리가 어리석음 하나뿐인 어리석음에 뿌리박은 마음은, 어떤 일도 성취할 힘이 없으며 지배 조건이 될 수 없다.
어리석음과 탐욕이 뿌리인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 및 어리석음과 성냄이 뿌리인 ‘성냄에 뿌리박은 마음’은 뿌리가 두개이므로 지배 조건이 될 수 있다. 그것들은 함께 생기는 마음부수들에 대하여, 과업이나 사업을 불선한 방법으로 수행하는데 지배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
모든 ‘욕계 선심’과 아라한의 ‘욕계 작용 마음’은 탐욕없음과 성냄없음이라는 두 개의 뿌리를 가지고 있고, 추가로 지혜라는 뿌리를 가질 수도 있으니, 그것들은 두 개 혹은 세 개의 뿌리를 가진 것이므로, 함께 생기는 법에게 지배 조건이 될 수 있다. 선법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는 마음으로 어떤 과업을 성취할 때, 그 마음은 함께 생기는 법에게 지배 조건이 될 수 있다.
세 개의 뿌리인 탐욕없음과 성냄없음과 지혜와 함께 생기는 선정 마음과, 아라한의 작용만 하는 선정 마음은, 지배 조건이 없이는 생길 수 없다. 도 마음들과 과 마음들인 출세간 마음들은 세 개의 뿌리와 함께 생기며, 자와나의 역할을 한다. 도 마음들 바로 뒤에 따라오는 과 마음들은 자와나의 역할을 하는 유일한 과보심들이다. 출세간 마음들은 지배 조건이 없이는 생길 수 없다.
탐욕이라는 마음부수는 지배하는 요소가 아니지만,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지배 조건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잘못된 견해로 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수행할 때, 그 순간에는 확고하고 꾸준하게 불선심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그 마음은 함께 생기는 법들에게 지배 조건이다. 그런 마음은 어리석음과 탐욕에 뿌리박은 것이고, 그러므로 이 두 가지 뿌리들에 의해서 뿌리 조건으로 조건 지어진 것이다. 이간질하기를 그만둘 때, 선법에 확고히 뿌리박고 있는 그 마음이 지배가 되며, 이 경우에는 열의나 정진이 지배가 될 수 없다.
검증은 마음부수로는 지혜이다. 법을 경청할 때, 법을 숙고하고 실재들에 대해 사띠하고 있을 때, 검증은 지배 조건으로 마음 및 함께 생기는 마음부수의 조건이 된다.
마음에 의해 생기는 물질들도 지배 조건에 의해서 조건 지어질 수 있다. 몸 암시(까야 윈냣띠)와 말 암시(와찌 윈냣띠)는 마음에 의해서 생긴 물질이다.8* 우리가 스님에게 음식을 드릴 때, 선법에 확고히 뿌리박고 있는 마음은 지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 경우에 우리가 드리려는 의도를 몸짓으로 나타내면, 몸 암시라는 물질이 있는 것이고, 이것들은 지배 조건으로 선심에 의해서 조건 지어진 것이다. 이간질할 때 불선법에 확고히 뿌리박은 마음이 지배 조건이고, 말 암시라는 물질은 지배 조건으로 불선심에 의해서 조건 지어진 것이다.
8* ‘몸 암시’는 의도들을 표현하는 몸짓이나 표정에게 조건이 되는 일종의 물질이다. ‘말 암시’는 의도들을 표현하는 목소리에게 조건이 되는 물질이다.
선정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배하는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반드시 아름다운 것이어야만 한다. 선정을 얻을 정도로 사마타 수행을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네 가지 지배하는 요소 중 하나가 조건이 되는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선정을 얻을 수 없다. 『청정도론』에9* 이렇게 나와 있다.
9* 『청정도론』 Ch III, 24. 『위방가』 216-219
“비구가 열의를 지배로 삼아 마음이 통일되어 삼매가 생기면,
이것을 열의에 의한 삼매라 한다.
정진을 지배로 삼아, … 이것을 정진에 의한 삼매라 한다.
본질적으로 청정한 마음을 지배로 삼아, … 이것을 마음에 의한 삼매라 한다.
검증을 지배로 삼아, … 이것을 검증에 의한 삼매라 한다.”
지배하는 요소들에는 여러 등급이 있다. 이 네 가지 요소들이 높은 등급까지 계발되었을 때, 그것들은 ‘성취수단(iddhipāda)’이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것들은 신통력의10* 획득으로 인도할 수 있다. 그러한 신통력을 발휘하는 마음에 의해서 생긴 물질들도 지배 조건에 의해서 조건 지어진다.
10* 『청정도론』 Ch XII, 50-53
정신과 물질에 대한 바른 견해를 계발하는 위빳사나 수행을 할 때에도, 수행자가 각 단계의 위빳사나 지혜를 경험하고 나아가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네 가지 ‘성취 수단’이다. 실재들에 대한 사띠와 이해가 생기는 것은 조건에 의한 것이니 통제할 수 없다. 우리가 정신과 물질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숙고하기 위해서,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그것들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참을성과 용기이다.
바른 견해의 계발이라는 우리의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서, 지배 조건의 요소들은 필수불가결하다. 지배 조건을 공부하면, 바른 견해는 ‘자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조건들에 의존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기억하게 될 수 있다.
『상윳따 니까야』에11* 이렇게 나와 있다.
11* 각묵 스님, 『상윳따 니까야 6』(게을리 함 경 S51:2), 초기불전연구원, 2009, 88쪽.
“비구들이여, 누구든지
네 가지 성취수단 닦기를 게을리 하는 자들은,
괴로움(둑카)을 철저히 파괴하는 길인
성자의 도(道) 닦기도 게을리 한다.
비구들이여, 누구든지
네 가지 성취수단을 열심히 닦는 자들은,
괴로움을 철저히 파괴하는 길인
성자의 도도 열심히 닦는 것이다.”
그리고는 네 가지 성취수단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것들은 바른 삼매와 바른 정진과 함께 생긴다. 이 순간에 나타나는 실재를 모두 알아차리려는 정진이 위빳사나 바른 정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