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의지조건 Nissayapaccaya-2
나. 먼저 생긴 의지 조건
의지 조건으로 다른 현상에게 조건이 되는 일부 현상들은, 자신들이 조건 짓는 현상들보다 먼저 생기고, 그 순간에 그것들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것들은 자신들이 조건 짓는 마음들에 대해서 토대(왓투) 역할을 하는 물질들이다. 그것들은 생기는 순간에는 너무 약하기 때문에 토대가 될 수 없다.
물질은 머무는 순간에만 토대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1 그러므로 물질은 자신이 의지 조건으로 조건 짓는 마음보다 먼저 생겨야만 한다.
*1 물질은 17마음순간 동안 지속한다. 생기는 순간 다음에 16번 순간을 더 지속하고, 15번 순간은 머무는 순간이고, 그 다음은 사라지는 순간이다.
심장토대는 재생연결식과 입태 순간에는 함께 생겨서 토대 역할을 하지만, 삶의 과정에서 심장토대는 자신이 토대 역할을 하는 마음들보다 먼저 생겨서, 그 마음들의 “선행 의지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위에 나와 있는 여섯 ~ 열 번째 의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6) 눈 감각장소는 안식계 및 그 안식계와 결합한 법들에게 의지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7) 귀 감각장소는 이식계 …
(8) 코 감각장소는 비식계 …
(9) 혀 감각장소는 설식계 …
(10) 몸 감각장소는 신식계 및 그 신식계와 결합한 법들에게 의지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다섯 가지 감각기관들[眼耳鼻舌身]은 자신들이 의지 조건으로 조건 짓는 해당 전오식(안식계, 이식계, 비식계, 설식계, 신식계)보다 먼저 생기지 않으면 안 된다. 먼저 생긴 안근(눈-감각장소)은 안식계 그리고 함께 생기는 마음부수들에게 선행 의지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토대이자 문인 눈이 없이는 안식이 생길 수 없다. 눈 자체도 업에 의해서 생기는 조건 지어진 것이며, 극히 짧은 시간인 17마음순간 동안밖에 지속하지 못한다.
몸-감각장소(신근)은 머리카락과 손톱과 발톱을 제외한 몸 전체와 몸의 내부에 퍼져 있다. 몸(신근)은 감촉대상을 경험하는 조건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내 눈’, ‘내 귀’, ‘내 몸’이라는 관념에 집착하지만, 그것들은 업에 의해서 생겼다가 즉시 사라지는 물질들일 뿐이다.
다음 경전은 조건들 때문에 생긴 실재들은 무상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그것들은 무상한 다른 조건 지어진 실재들 때문에 생겼
으므로, 그것들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눈과 안식, 귀와 이식은 무상하고 자아가 아니다. 상윳따 니까야에 이렇게 나와 있다.
*2 각묵 스님, 『상윳따 니까야 5』(그대들 것이 아님 경 S35:139), 초기불전연구원, 2009, 312쪽.
“비구들이여, 눈은 무상하다. 눈의 생성 조건이나 원인도 모두 무상하다.
비구들이여, 무상에서 생긴 눈이 어떻게 영원할 수 있겠는가?
(다른 감각기관들도 마찬가지이다.)
마노(마음)는 무상하다. ……
비구들이여, 무상에서 생긴 마노가 어떻게 영원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보고 잘 배운 거룩한 제자는 눈을 … 혀를 … 마노를 싫어하여 떠난다.
싫어하여 떠났기에 해탈한다.
해탈했기에 ‘해야 할 일을 다 마치고 다시는 윤회하지 않는다.’라고 그는 분명히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