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선정 수행자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은 위빠싸나 수행자(vipassanāyānika)인 경우의 이야기이다.
선정 수행자(samathayānika)는 먼저 선정 수행을 해야 한다. 선정 수행을 하려면 부처님께서 설하신 40가지 수행주제 가운데 자신에게 적합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초기 선정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위빠싸나 수행을 하면 된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40가지 선정 수행방법 중에서 각자 자신에게 알맞은 것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수식관(隨息觀. ānāpāna. 入出息念. 호흡관찰)이다.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부처님께 예경 올리고 계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는 스승님께 수행법을 가르쳐 주십사고 청하여 받은 다음에
수행하기에 적절한 장소에 앉아서
자세를 가다듬고 호흡을 관찰해 보라,
숨을 들이쉴 때, 코끝에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곳에 마음을 두어야 한다.
들어가고 나가는 바람이 스치는 곳에
마음을 두고서 자세히 보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도 나가는 대로, 들어오는 대로
닿고 스치는 곳에 사띠를 두고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게 하라.
가끔은 스치는 곳에 두었던 마음이 모르는 사이에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
그것을 알았으면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이 스치는 곳,
공기가 닿는 바로 그 자리에 다시 마음을 갖다 두어라.
오랫동안 이렇게 하면,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들이쉬고 내쉬는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다음을 알면서 살아가라.
그때가 바로 삼매가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기억하라.
오랫동안 그렇게 하면, 선정이 생기는 그 수준에 맞게
수식관 표상이나 다른 표상이 나타날 것이다.
표상이 나타나는 모습이
들이쉬고 내쉬는 바람들이 검은 바람처럼,
그 검은 바람들이 콧구멍 바깥,
한 자 한 뼘 정도의 거리에 있는 것처럼,
가슴이나 배꼽에 있는 것처럼 드러난다.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이 연기나 안개처럼, 더운 수증기처럼,
콧구멍에 하얀 솜이 차례차례 거듭해서 나가거나,
차례차례 더 많이 보이는 것처럼 드러난다.
흰 연기들이 불꽃과 섞여서 들어오고 나가는 것처럼,
하얀 진주 구슬이나 보배 구슬처럼, 숯불 불덩이처럼,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자신 앞에 드러난다.
오랫동안 그렇게 했을 때,
갖가지 색깔이 있는 불덩이처럼
크고 작은 덩어리가 자주자주 드러난다.
그렇게 드러날 때 드러나는 곳에 마음을 따라간다.
드러났던 것이 사라지고 다시 알아차렸을 때,
마음을 원래 장소에 갖다 놓아야 한다.
그밖에 탑, 누각, 동굴, 절, 부처님 등
이 삼계 안에 모든 아름답고 장엄한 것들이
가지가지로 보이기도 한다.
해와 달, 여러 가지 별들, 여러 가지 종류의 밝음과 광명,
선정 수행주제 40가지와 관련된 여러 가지 표상,
여러 가지 신통이 있는 아수라와 여러 천신들도 보게 된다.
가끔은 여러 천신들과 말도 하면서
그런 것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면서 좋아하고 우쭐해한다.
그때 만나는 어떤 천신이라도 멀리 하라.
그들이 말하는 것에 귀 기울이지 말라. 그릇되게 된다.
그저 수행만 열심히 그대로 계속하라.
삼매가 이 수준에 이르렀을 때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관찰하면,
자신이 보았던 광명 가운데
희고 깨끗한 구슬 하나를 대상으로 삼아서
자기 앞에서 한자 한 뼘 정도의 거리에 두고
마음으로 짐작해서 보이도록 하라.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 다시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닿는 곳에
마음을 두고 관찰하라.
깨끗한 구슬을 마음으로 만들어서 보라.
오랫동안 이렇게 하면, 자신의 마음이 생각했기 때문에
깨끗한 구슬이 드러난다.
구슬이 드러나면 사라지지 않도록 마음으로 놓치지 말고 보라.
처음에는 사라졌다가 다시 드러났다가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는 것 같이 드러난다.
드러난 구슬을 레몬이나 사과 정도의 크기로 생각하라.
너무 크거나 작게 하지 말라.
이 깨끗한 구슬을 닮은 표상(paibhāga nimitta)이라고 한다.
이 구슬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관찰해서,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고요하게 머물도록 노력하라.
오래되면 점점 더 고요하고, 고요해질 것이다.
그 밝은 빛은 오래될수록 점점 더 밝아질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선명한 표상이 고요하게 머물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을
고요해지도록 생각하며 지내는 것을 위딱까(vitakka)라고 한다.
그렇게 오래 생각해서 고요해졌을 때,
자기 생각대로, 두는 대로, 고요하게 머무는 것을
위짜라(vicara)라고 한다.
이렇게 표상이 고요해짐을 고요한 마음으로 조용히 보아서
삼매가 유지됨을 좋아하는 것을 희열이라고 한다.
그 희열이 커졌을 때 잘 관찰해서
행복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행복(sukha)이라고 한다.
거기서 행복하게 표상을 보고 있으면,
표상에만 마음이 머물러 있어서 표상이 동요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도 동요가 없어서 표상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표상만이 자기이고, 자기가 표상이라고 하는 것처럼 된다.
이렇게 되었을 때를 오직 한 가지(ekaggatā) 마음이라고 한다.
이렇게 5가지 선정 조건이 갖추어져서
초선정에 들게 된다.
그러나 이 초선정은 생기기도 쉽고 무너지기도 쉽다.
위빠싸나 관찰을 하려는 이는
선명한 표상이라고 하는 밝은 덩어리를 볼 정도가 되면,
위빠싸나를 볼 수 있게 된다.
선정수행을 한 다음, 위빠싸나를 관찰하려는 이는
이 책에서 처음에 설명한 방법대로
해야 할 일을 하고 나서 가슴부터 관찰하기 시작하면 된다.
혹은 자신의 몸 어느 한 곳에,
동전 크기만한 부위를 정해 놓고 관찰하라.
오래 계속하면, 그 자리에 차고 더움,
움직임들이 부드럽게 생기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 보게 되는 성품이 지수화풍 사대의 성품이다.
이렇게 만나는 성품을 끊어짐 없이 계속 관찰하라.
오래되면 천천히 넓게 퍼져서
생기고 사라짐을 전신에서 보게 된다.
마음을 길고도 길게 해서 참고, 관찰해야 한다.
마지막에는 만나게 된다.
그밖에 첫 번째 만났던 장소에서 지수화풍 사대를 관찰하든지,
혹은 자기 몸 어느 한 곳에
사대의 물질 성품들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중에서 가장 분명한 곳에 마음을 보내서 관찰하라.
이때 처음 관찰할 때부터 지극한 마음으로,
지극한 집중으로 관리해야 한다.
몸의 성품들을 놓치지 말고 관찰해야 한다.
가장 선명한 곳에서 깊이 집중해서 관찰해 보라.
오랫동안 그렇게 하면 점점 분명해진다.
지수화풍 사대가 전신에서 생긴다.
입태한 이후로 계속 끊임없이 생기고 사라지기 때문에,
그렇게 오랫동안 관찰하면 삼매가 좋아져서 보게 된다.
삼매가 좋아진 만큼 보이는 것도 많아진다.
이렇게 정성껏 관찰하면, 앞에서 설명한 대로 될 것이다.
물질의 성품이 전신에 있기 때문에, 관찰하고 싶은 장소에서 시작해서, 만날 수 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 마음이 할 수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하여 관찰해 보라.
그러나 선정 수행자들을 가르치는 많은 스승들은
대부분 선정 수행법을 가르쳐 준 다음에,
수행자의 머리 정수리에 있는 작은 곳부터
관찰을 시작하도록 가르친다.
정수리에서 오래지 않아 물질의 성품이 되는 차고 더움,
움직임 들을 보게 된다.
분명해졌을 때, 천천히 넓혀서 관찰하라.
전신으로 퍼져 간다.
이런 방법으로 전신에 분명히 드러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정수리를 관찰할 때,
가슴이나 등에서 뜨거운 성품이 생긴다.
점점 그 느낌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온 전신 어는 곳이든지 어떠한 상태이든지
‘모두 물질의 성품이다.’라고 기억하라.
그 가운데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을 관찰하라.
오랫동안 그렇게 하면,
이 책에서 설명한 현상들이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