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눈으로 관찰하는 방법
이 방법으로 관찰할 때,
보이는 모든 생명 있고 없는 모든 것(유정, 무정)을
물질 대상(rupārammana)이라고 한다.
물질(모양)을 보이는 성품들의 무더기라고 기억하라.
나, 축생, 집, 나무, 숲, 물, 산, 불, 땅 등으로
기억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 저속한 것이든, 수승한 것이든,
모양, 물질 성품의 덩어리일 뿐이라고 기억해야 한다.
그리하여 보이는 성품들의 생기고 사라짐을
보기 쉬운 방법으로 관찰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수행 지도자들이 가르치는 방법대로
(수행하기 전의 준비과정의) 일을 한 다음에
자신의 앞에
예를 들면, 하얀 천 같은 것을 편편하게 펴놓아라.
그런 다음,
그 하얀 천의 가운데를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라.
오랫동안 그렇게 하면 보는 곳의 주변에 그림자처럼, 연기처럼,
작은 조각조각이 되는 모습들이
이리저리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림자 같은 모양들이 엷어졌다가, 많아졌다가,
펴졌다가, 모였다가, 생기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보이는 모양의 성품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들을
모아서 보라,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오랫동안 이렇게 보면, 어느 곳을 보든지
생기고 사라짐만 보게 될 것이다.
글을 읽더라도 글자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들로 보여서
읽을 수가 없게 된다.
나무들을 보아도 나무들이 조용하지 않고,
생기고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길을 걸으면 눈에 휙휙 지나쳐가며,
생기고 사라짐만 보이기 때문에
걸음을 옮길 수가 없어서 주저앉게 된다.
보기는 보지만 보이는 것이 가만히 있지 않고,
무너지고 무너지게 된다.
이 정도로 보이는 것마다 무너짐을 관찰할 수 있으면,
창문을 열고 그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의) 가운데에 마음을 두고 보라.
작은 모양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의자에 누워서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자신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을 만큼의 거리를 바라보아도
작은 모양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관찰해도 道와 果에 도달할 수가 있다.
오랫동안 그렇게 하면 삼매의 힘이 좋아져서
자신의 몸에 사대의 물질 성품들이 생기고 사라짐도 알게 된다.
그렇게 알더라도 수행자가 무엇이 되는지 바르게 알지 못하고
주의하지 않으면 사라지기도 한다.
선정 수행을 많이 한 수행자가 삼매의 힘이 좋아지면
사대 물질의 성품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드러난다.
그렇게 드러나더라도 모르기 때문에 쓸모없이 되어간다.
알면서 계속해서 관찰하면 많이많이 보게 된다.
이렇게 보이는 것들의 무너지는 성품,
보이는 것들의 어느 한 가지가 생기고 사라지는 것을 보아도 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관찰할 수도 있다.
관찰할 때 ‘비가 내린다. 사람들이 다닌다.’라고 생각하지 말라.
생기고 사라지고, 생기고 사라지는 것만 주의해서 보라.
명칭(빤냣띠)과 실재(빠라맛타)라는 것이 수행자의 마음에 드러난다.
‘무지(avijā)의 마음으로 보면 명칭일 뿐,
지혜(vijā)의 마음으로 보면 실재일 뿐,
이라고 기억하라.
지금 설명한 것에 무너지는 것이 법의 성품이다.
몸과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모양들을 몸(물질),
아는 성품을 마음이라고 한다.
무더기로 말하면 모양의 무더기를 물질 무더기[色蘊],
모양 성품들을 보고 행복(수카), 고통(둑카), 덤덤한 느낌(우뻭카)을 느낌 무더기[受蘊],
기억하고 생각하는 무더기를 인식 무더기[想蘊],
관찰하고 수행하는 무더기를 형성 무더기[行蘊],
아는 것을 의식 무더기[識蘊]라고 한다.
감각장소(아야따나)로 말하자면
모양의 성품을 형색 감각장소(루빠야따나),
눈을 눈 감각장소(짝꾸야따나),
성품(요소. 다뚜)으로 말하면
모양을 형색 요소(루빠다뚜),
안근을 눈 요소(짝꾸다뚜),
보는 성품을 눈 의식요소(짝꾸윈냐나다뚜)라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다른 문에서도 관찰할 때마다 구분해서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