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경전을 배우지 않았어도 법을 얻을 수 있는 이유
어떤 이들은 경전을 배우지 않으면 수행해도 법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듣고 믿어서 잘못 생각하는 이, 위빠싸나 수행을 능숙하게 알지 못하는 이, 경전에 대한 바른 견해가 충분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수행에 적당하게 생각함(요니소 마나시까아라)에 대해 설명하겠다.
경을 배워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경을 배우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수행할 수 있으면 경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이 책에서 설명한 대로 수행한다면 경을 배웠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런 방법으로 참으로 지극하게 수행해야 한다.
수행할 수 있더라도 말로 질문하고, 기억한 다음에
수행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부처님 당시 쭐라빤타까 장로 등 위빠싸나 수행으로
신통까지 겸비했던 이들을 생각해 보라.
법구경에 설하기를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
교학을 완전하게 잘 배우지 않았더라도
도와 과에 이를 수 있는 바른길, 바른 법이 되는
가장 적당한 위빠싸나 수행을 할 수 있다.
그 사람이 탐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제거해서
무상 고 무아의
3가지 특성을 자세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잘 벗어나려는 마음이 생겨서
현재의 금생(今生)과 미래의 내생(來生)에
사견과 갈등으로 심하게 집착하는 일이 없다.
모든 수행자들과 사람들이
도와 과, 열반, 3가지를 얻을 수 있는 은혜가 있다.
손으로 꽉 잡아서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 글대로 경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수행할 수 있음이 분명하다.
경을 배운 이를 교학(敎學)의 영역에서는 지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수행할 수 있는 이를 수행의 영역에서 지혜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을 능숙하게 가르치던 마하뽀띨라 장로에게
높으신 아라한들이 제자가 되어서 경을 배웠다.
마하뽀띨라 장로는 7살인 어린 사미에게 허리를 굽히고 공손하게 제자로 받아주기를 청해서 위빠싸나 수행법을 배웠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아 사미가 위빠싸나 분야의 스승이라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장로는 경을 배웠지만 위빠싸나 수행 측면에서는 이해 있는 이라고 불릴 수 없다.
그래서 『삿따 빠아테이야(Satta pātheyya)』에
“모든 원수를 이기는 것을 영웅이라고 하지 않는다.
삼장에 능숙함만으로 지혜 있다고 하지 않는다.
일천 개의 어려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말에 능숙하다고 하지 않는다.
적당하지 못한 보시는 보시라고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들 비구들이여!
오온을 완전하게 다스릴 수 있는 이만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지혜가 있다고 한다.
진리가 머무는 이만이 말에 능숙하다.
깨끗하고 높은 보시만을 보시라고 한다.”
라고 수행 편에서 설하셨다.
수행하려는 이들은 몸과 마음, 오온, 육근, 12처 등의 종류와 이름과 그 기능을 완벽하게 구별하여 아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이름들은 지혜의 이름(명칭. 빤냣띠)들이다.
수행자가 알아야 할 실재(빠라맛타),
즉 오온, 육근, 사대들의 담마를 정견으로 바르게 볼 수 있는 것,
모양, 소리, 냄새, 맛, 닿음, 마음이 생기는 대상,
이 6가지를 만나고, 알고, 보는 인지작용인 마음,
이것이야말로 실재법이다.
이 법들을 모두 알지 못하더라도
어느 한 가지의 한 부분을 관찰하면,
도와 과, 열반에 이를 수 있다.
예를 들면 뜨거운 성질을 오온, 육근,
사대라고 이름 붙여서 알지 못하더라도
원래의담마의 성품을 진정으로 만나는 뜨거움이
오온, 육근, 사대 등의 실재법이 되기 때문에
뜨거운 성질은 뜨거운 성질일 뿐인 것이 된다.
뜨거운 성질은 생겼다가 사라진다.
영원히 있는 것이 아니라고 알면
그렇게 아는 대로 이 뜨거운 성질의
무상만 관찰하면 좋은 범부(깔리야나 뿌뚯자나)가 된다.
도와 과, 열반에도 이를 수 있다.
믿지 못하겠거든 실제로 조사해 보라. 보일 것이다.
경전에도 확신할만한 증거가 있다.
부처님께서는 지혜로운 제자들과 함께
그러한 도(道)로써 번뇌를 제거한 것이 특별하다.
만약 전에 없었다고 하면
그렇게 없었더라도 지혜로 특별하게 있다.
자세히 말하면
“제자들이 사대(지수화풍) 성품들의 한 부문만으로
깊이 생각하여 열반에 이를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아주 작은 세포만큼 있는
상카라(생기고 사라지는 법을 지혜로써 볼 수 있다.
비교하여 잴 수가 없다. 그보다 지나치게 벗어날 수 없다.
현재 체험할 수 없는 것이 없다.”
이렇게 『물라빠나사』의 주석서에도 들어있다.
ABCD도 배우지 않았어도 입으로 말해서
참으로 실재를 관찰하는 수행을 할 수 있으면
열반의 행복을 얻을 수 있음이 매우 분명해서
경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수행을 체계 있게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지도하는 스승이 되려면
말할 것도 없이 경전(삼장)에 대해서
자세하고 명확하게 구분해서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