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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존자의 일기

[제1권]1. 키와 그림자

작성자그림자|작성시간22.02.13|조회수58 목록 댓글 2

1. 키와 그림자

 

이 세상의 모든 형체는 키가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것이 이치이다. 형체의 크기와 규모에 따라서 그림자도 크거나 작거나, 길거나 짧은 등 여러 가지 모양을 지니게 된다.

 

이 세상에 고따마라는 이름을 가지신 삼마삼붓다(모든 것을 다 아는 바른 깨달음을 얻으신 분) 한 분께서 출현하셨다. 그리고 조용한 평화로움을 지금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담마(진리)를 설하셨다. 다음에는 담마를 이용해 차례차례 지혜의 언덕으로 건네 줄 수 있는 승가를 세우셨다. 담마의 깨끗한 길과 승가를 크고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45안거 동안 크나큰 노력으로 가르침을 펴셨다.

 

삼마삼붓다! 그 부처님의 키는 얼마인가?

이 세계에서 부처님의 크기를 잴 수 있는 물건은 없다. 왜냐하면 깨달음이란 어떠한 규모나 범위를 바탕으로 그 크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처님의 크기는 이 만큼, 혹은 이 정도라고 비교해서 얻을 수 없다. 이 세상에는 비교할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만큼이라고 한정짓거나, 규모를 만들어 얻을 수 없는 그 크고 높으신 키의 그림자를 이제 과감히 비교해서 얻으려고 한다.

부처님의 그림자 크기를 재고 얻음에 있어서 나(아난다)에게 만족하게 여길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럴 수 있는가?' 하고 의심해야 할 것도 없다. 주변에 있는 다른 이의 생각이나 견해를 청하거나 바라지도 않는다.

이렇게 다른 이의 견해를 청하거나 원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비교할 수 없는 키의 그림자는 바로 나 아난다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항상 격려해주고 같이 지내는 승가 대중은 나를 부처님의 그림자라고 한다. 그림자라고 불릴 정도로 나는 부처님과 떨어지지 않고 지내왔다.

 

******

 

부처님을 책임지고 모시기 시작한 시간부터 시작해서, 부처님께서 가시는 곳은 항상 모시고 다녔다. 형님의 발우와 가사를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내어 드리고, 더운물이나 찬물이 필요할 때에는 가져다 드렸으며, 피곤해 하실 때는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또한 혼자 조용히 계실 때에는 ‘아난다 …’라고 부르시면 금방 듣고 달려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머물며 귀 기울이고 있었다.

형님을 모시는 동안 나는 몸의 일과 입의 일, 마음의 일, 이 세 가지 모두에 사랑이 넘쳐 있었다. 후반 25안거(성도 후 20안거가 지난 다음 후반부를 말함) 동안 이 책임을 맡고서부터 줄곧, 마지막 시간까지 어느 한 가지도 어긋남이 없었다.

모든 것에 만족하셨던 부처님께서는 내가 맡은 책임을 기억하시고 금 세공사의 아들 순다가 보시한 가사 한 벌(대가사, 위 가사, 아래가사)를 내려주셨다. 부처님을 모시는 시자의 책임을 맡던 날, 내가 청하였던 8가지 소원* 중에는 이러한 가사를 내려주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부처님을 모시는 모든 일이 최고의 정점에 이르렀고, 또한 그 일에 대해 부처님께서 만족하셨음을 같이 지내는 대중들에게 보이시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그 가사를 받았다.

지금은 그 가사를 주셨던 부처님께서 안 계신다. 부처님께서는 꾸시나가라 아름다운 숲에서 세수 80에 반열반에 드셨다.

나도 부처님이 안 계신 세월 40년을 보내고 지금 나이 120이 되었다. 이제 남은 수명을 보니 오늘부터 7일이 지나면 이 몸을 거둘 일이 남았을 뿐이다.

 

*주: 아난다 존자의 8가지 소원 : 아난다 존자는 부처님을 항상 시봉하는 책임을 맡을 때 네 가지 원치 않는 것과 네 가지 원하는 것을 부처님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다.


네 가지 원치 않는 상(賞) : 부처님을 존경하며, 좋아서 시봉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부처님께 드리는 좋은 음식, 가사, 거처 등을 탐내서 시자를 맡은 것'이라고 비난하여 그들이 구업을 짓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청을 드려서 허락을 받았다.


① 부처님께서 받으신 좋은 음식을 그에게 주시지 않는 것.
② 부처님께서 받으신 좋은 가사를 그에게 주시지 않는 것.
③ 부처님께서 거처하시는 곳[부처님께서 거처하시는 곳에서는 향기가 났기 때문에 응향각(凝香閣. 간다꾸띠)이라고 한다]에서 부처님과 같이 지내지 아니하는 것.
④ 부처님만 초청하였을 때 그를 불러서 같이 가지 아니하는 것.


네 가지 원하는 상
① 아난다 존자가 부처님을 모시기를 청했을 때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
② 부처님 뵙기를 원하는 이들이 아난다 존자께 청하고 아난다 존자가 말씀드렸을 때 허락하시는 것.
③ 아난다 존자에게 담마에 대한 의심이 생기면 그 의심에 관해서 여쭙기를 허락하시는 것.
④ 아난다 존자가 없는 곳에서 말씀하신 법을 그에게 다시 들려주시는 것.

 

******

 

나이를 먹고 늙어서 조용히 지냈던 이 로히니 강 근처에는 나의 제자들이 많이 있다. 의지하던 스승이 반열반에 들 것이라는 말이 퍼지자 강의 좌우 양편에 있던 그들에게 사단이 났다. 양쪽 모두 자기들이 있는 곳에서 반열반에 들게 하고 싶은 것이다.

이 로히니 강변 양쪽 제자들은 우리 교단에 은혜가 많은 이들이니 그들 모두의 마음을 만족하게 할 만한 방법을 써야 할 것이다. 그렇다. 양쪽 제자 모두의 마음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7일이 지난 후, 때가 되면 양쪽 모두를 똑같이 좋아하고 칭찬해 주는 스승의 마음을 그들 스스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몸은 따라가지 않고 마음이 가는 그곳, 육신은 비록 늙어서 주름이 잡혔지만 뜨거움이 사라진 조용하고 편안한 높은 법을 얻어서 다행이다. 지금 그 법을 실행하여 즐기며, 이러한 행복을 주신 은혜로운 그분을 떠올린다.

 

******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부처님의 그림자이다. 그림자는 그 키에 따라 생기기 때문에 키의 크기를 벗어날 수 없다. 그와 같이 키 역시 그림자 없이 따로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키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떨어지지 않고 따라 다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다음 20안거가 지난 후반부에 언제나 옆에서 시중을 드는 일이 필요하게 되었다.

나는 8가지 상을 청하면서 시봉을 하는 책임을 맡게 되었고, 그 후에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옆에서 모셨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시봉의 책임을 맡기 이전에도 부처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많은 시간을 지낼 수 있었다.

그분 곁에서 지내는 동안, 그분께서 말씀하셨던 법문을 수없이 많이 들었다. 시봉하기 전 혹시 듣지 못했던 설법이라도 당시에 부처님과 함께 있었던 마하 사리뿟따 등 큰 제자 분들께서 그때의 법문을 다시 말씀해 주셨기 때문에 부처님이 말씀하신 모든 법문들은 나에게 전해졌다. 그래서 그 은혜로운 분에게 생겼던 일들을 보려면, 당연히 그분의 그림자인 나 아난다를 통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던 담마, 그 가르침마다 마지막에는 결국 아난다의 모습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나와 함께 그분에게 의지하여 지내던 제자 분들 각각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기쁘게 하는

저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오, 모든 선한 이들이여!

 

잘 오신 거룩하신 부처님과

높으신 모든 승가 제자 분들의

갖가지 좋은 소식,

그 이야기를 모두 펴 보이겠습니다.

 

믿음과 지혜,

이 두 가지를 고루 갖추어

마음을 다해 잘 들으십시오.

 

Mahapārinibbāna Sutta Aṭṭhakatha

Dhammapada Aṭṭhakatha

Ānada Theragātha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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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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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금강 | 작성시간 22.02.14 고맙습니다
  • 작성자장뇌산삼 | 작성시간 22.02.15 사두사두사두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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