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담마딘나 장로니
1. 과거생에서의 서원
미래의 담마딘나(Dhammadinnā) 장로니는 빠두뭇따라 부처님 시대에 항사와띠 시의 어느 가난한 노예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현명하고 정숙했다. 하루는 빠두뭇따라 부처님의 상수 제자인 수자타 존자가 탁발하러 왔는데, 그녀는 물을 길어오는 도중에 그를 만나서, 자신에게 배급된 식량인 케이크를 존자에게 주었다. 존자는 그 공양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리고 그녀의 선행에 합당하는 이익을 주기 위하여, 그 자리에 앉아서 케이크를 먹었다.
[존자는 숙소에서 멸진정으로부터 나와서 바로 탁발하러 온 것인데, 이는 선행의 과보를 즉시 받게 하는 것이다.]
노예 소녀는 믿음이 급속히 성장하여 자신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잘라서 주는 대로 돈을 받고 팔았다. 몇 푼 안 되지만 정당하게 번 돈으로 음식을 사서 자기 집에서 수자타 존자에게 드렸다. 이 소식을 들은 노예 소녀의 주인은 그녀의 고귀한 행동에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자기 아들과 그녀를 결혼시켜서, 그녀는 장자의 며느리가 되었다.
어느 날 장자의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함께 부처님의 정사를 방문했다. 그녀는 부처님께서 법문 제일이라고 어떤 비구니를 칭찬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자기도 언젠가는 그런 칭찬을 받고 싶다는 위대한 서원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부처님과 승가에 보시를 성대하게 하고, 자신도 미래에 그 비구니와 같은 지위를 얻고 싶다는 대한 서원을 말씀드렸다. 빠두뭇따라 부처님께서는 그녀의 서원이 고따마 부처님 시대에 이루어지리라고 예언하셨다.
왕실 재산관리인의 부인으로서의 전생
장자의 며느리는 선행을 하면서 살다가 수명이 다해서 죽은 다음에 천상에 태어났다. 그 후에 그녀는 인간계와 천상계에서만 태어났다. 지금으로부터 92겁 전에 그녀는 어떤 장자의 부인으로 태어났는데, 그 장자는 부처님의 이복동생들인 세 왕자의 재산관리인이었다. 그녀는 베풀기를 아주 좋아했기에 누가 하나를 달라고 하면 둘을 주었다.
끼끼 왕의 일곱 공주 가운데 한 명으로서의 전생
장자의 부인은 많은 선행을 하면서 살다가 수명이 다한 다음에 천상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깟사빠 부처님 시대에, 그녀는 바라나시의 끼끼(Kikī) 왕의 일곱 공주 가운데 여섯 번째인 수담마(Shudhammā) 공주로 태어났다. 다른 자매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결혼하지 않고 2만년이라는 생애 동안 고결한 삶을 살면서 다른 자매들과 공동으로 승가에 커다란 정사를 보시했다.
2. 마지막 생에서 비구니 생활에 전념
수담마 공주는 평생 동안 선행을 베풀면서 살다가 죽은 다음에 천상에서 다시 태어났다. 그로부터 그녀는 수많은 생을 천상계와 인간계에서 태어났다. 고따마 부처님 시대에 그녀는 라자가하의 장자의 가문에서 태어났다. 혼기가 되었을 때 위사카(Visākha)라는 장자와 결혼했는데, 사람들은 그녀를 장자의 부인 담마딘나라고 불렀다.
92겁 전의 풋사 부처님 시대에도 위사카와 담마딘나는 왕실 재산관리인과 그 부인이었으며, 인심이 후하기로 유명한 장자 부부였다. 위사카 장자는 부처님께서 라자가하에 오신 날 수다원도의 지혜를 획득한 101명의 부처님 제자 중의 한 명이었다. 그는 빔비사라 왕의 친한 친구였다.
성자(수다원)가 된 위사카는 그 후에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사다함과를 얻었고, 그 후에 또 법문을 듣고 아나함과를 얻었다. 일단 아나함이 된 다음에 그의 외모와 행동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전에는 아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띠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지만, 지금은 태도가 차분하고 마음은 고요해서 근엄해 보였다.
그의 아내 담마딘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긴 무늬가 새겨진 문으로 내다보면서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진지한 태도로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무슨 문제가 생겼나?’ 생각하면서, 계단을 내려가 층계참(층계의 중간에 있는 좀 넓은 곳)에서 남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환영하는 손을 잡고 다정하게 이야기하면서 층계를 올라가는 것이 그의 습관이었지만, 그날은 그녀의 손을 잡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아마도 식탁에서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침 식사 때에도 전과 같이 아내와 함께 식탁에 앉지 않고, 명상에 잠긴 나이 지긋한 승려처럼 조용히 식사를 했다. 그녀는 속으로 ‘아마도 저녁때에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녁때에도 위사카는 그들 둘만이 사용하는 안방으로 가지 않고 간이침대가 있는 자기 방으로 가서 혼자 잤다. 아내는 이제 걱정하기 시작했다. ‘내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됐나? 누가 우리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기게 했나? 아니면 나에게서 어떤 결함을 보았나?’ 이러한 무모하고 근거 없는 억측이 그녀의 순진한 마음을 괴롭혔다. 이삼일이 지나자 더 이상 말 안 하고 참을 수가 없어서 남편 옆에 온순하게 서서, 남편에게 합장으로 인사하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기다렸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당신은 왜 갑자기 나에게 다가온 거요?”
“갑자기라고요? 그렇죠, 주인님. 그런데 당신은 요새 변했어요. 무슨 일이 있어요? 저 외에 다른 사람이 생겼어요?”
“아니오, 담마딘나. 아무도 없어요.”
“그러면 누가 우리 사이에 이간질 하나요?”
“아니오, 그런 짓하는 사람 없소.”
“그렇다면 저의 결점을 발견했나요?”
“아니오, 담마딘나. 당신은 아무 결점이 없어요.”
“그렇다면 왜 당신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부부가 아닌 것처럼, 저에게 무관심한가요? 당신은 요새 며칠 동안 저에게 말도 걸지 않았어요.”
아내가 이렇게 나오자 위사카는 ‘출세간(出世間)의 법은 심오해서 세속적인 것처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가능하면 내 마음속에만 담아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설명하지 않으면 담마딘나는 틀림없이 오해하고 마음이 상할 것이다.’라고 생각한 다음에 이렇게 말했다.
“담마딘나여,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나는 출세간법을 이해했소. 출세간법을 이해한 사람은 세간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다오. 당신이 동의한다면, 당신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4억 루피의 재산과 내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4억 루피의 재산을 합친 8억 루피의 재산을 모두 당신에게 주겠으니, 단지 나를 남동생이나 아들처럼 대해 주시오. 당신이 어떤 식으로 대해 주든지 나는 만족할 것이오.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경우에는, 이 모든 재산을 가지고 당신 부모님께로 돌아가도 좋소. 만약 당신의 마음을 줄 다른 남자가 없다면, 나는 당신을 내 누이동생이나 딸처럼 돌봐줄 것이오.”
남편으로부터 중대하고도 솔직한 말을 듣고 완전히 만족한 담마딘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내 남편은 출세간법을 이해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출세간법은 남자들만의 영역인가? 여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자 남편에게 말했다.
“주인님, 출세간법은 남자들만의 영역인가요? 아니면 여자들도 알 수 있나요?”
위사카가 말했다
“담마딘나여,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가르침에 따라서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부처님 법의 상속자가 될 수 있다오. 조건을 갖춘 사람, 즉 도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만큼 과거에 공덕을 쌓은 사람은, 출세간법을 깨달을 수 있다오.”
“주인님, 그렇다면 저는 비구니가 되고 싶으니 허락해 주세요.”
“내 사랑하는 아내여, 듣던 중 반가운 소리요. 당신이 출세간법을 열망한다니 기쁩니다. 지금까지 내가 말을 꺼내지 않은 것은 단지 당신이 어떻게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오.”
위사카는 즉시 빔비사라 왕을 알현하러 가자 왕이 이렇게 물었다.
“장자여, 무슨 일로 갑자기 나를 찾아왔소?”
위사카가 말했다.
“폐하, 담마딘나가 비구니가 되고 싶어 합니다.”
“내가 담마딘나를 위해서 무얼 해 주면 좋겠소?”
“폐하, 저는 황금 가마와 길거리 청소 두 가지를 원할 뿐입니다.”
왕은 이 두 가지 요구를 들어주었다.
2.1 담마딘나의 화려한 출가
위사카는 담마딘나를 향기로운 물로 목욕하게 한 다음 화려하게 치장시키고 가마에 태웠다. 그리고는 그녀와 모든 친척들과 남편의 친척들에 둘러싸여서, 향과 꽃으로 장식된 도시를 통과하여 그녀는 비구니 정사로 갔다. 위사카는 비구니 정사의 큰스님들에게 자신의 아내인 담마딘나를 비구니로 받아들여 달라고 청했다. 그들은 말했다.
“장자여, 그녀가 한두 번 잘못했더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그들은 장자가 아내를 버린다고 생각했다.)
장자가 대답했다.
“스님들이시여, 제 아내는 아무런 허물이 없이, 자기 자신의 의사로 출가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계율에 정통한 비구니가, 다섯 구성요소 즉 머리카락, 몸의 털, 손발톱, 치아와 피부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되는 몸의 깨끗하지 못함을 성찰하라는 가르침을 담마딘나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그녀는 담마딘나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가사를 입혔다. 그러자 위사카는 담마딘나 비구니에게 삼배를 하고 이렇게 말했다 “스님,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서 출가 생활을 행복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처음과 중간과 끝이 모두 탁월한 교리를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담마딘나는 비구니가 된 그 날부터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선물을 받았다. 그렇게 많은 방문객들을 만나느라고 그녀는 혼자 수행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여기까지는 맛지마 니까야의 “교리 문답의 짧은 경(M44. Cūḷavedalla sutta)”의 주석서에서 인용한 것이다.]
담마딘나 장로니는 이렇게 생각했다. ‘위사카는 가정생활을 하면서도 고통을 끝냈다. 비구니인 나도 고통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자신의 계사인 비구니 스님에게 가서 말했다.
“스님, 저는 다섯 가지 종류의 감각적 욕망이 가득한 이곳에 사는 것이 피곤합니다. 그래서 작은 마을에 있는 정사에 가서 살고 싶습니다.” 계사들은 담마딘나가 상류 계급 출신이므로 그녀의 소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그들은 그녀를 작은 마을에 있는 정사로 데리고 갔다.
수많은 전생에서 조건 지어진 현상들의 본성을 꿰뚫어보는 수행을 한 덕택으로, 담마딘나가 위빳사나 지혜를 얻고 네 가지 분석지[四無礙解]와 함께 아라한과를 얻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아는 그녀는, 어디가 다른 사람이 깨닫는 것을 도와주기에 적당한 곳이 어딘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 작은 마을은 범위가 너무 좁지만 라자가하에 가면 자신의 친척들과 친지들을 도와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라자가하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계사들에게 같이 가 주십사고 요청하여 라자가하로 돌아왔다.
2.2 남편이었던 위사카의 교리에 대한 질문
작은 마을로 갔던 담마딘나 장로니가 라자가하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위사카는 왜 그렇게 빨리 돌아왔는지를 몹시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는 가서 알아보고 싶었지만 그녀가 출가 생활에 잘 적응했는지 여부를 묻는 평범한 질문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집착의 대상인 오온에 관련된 심오한 질문을 해서 그녀의 마음을 가늠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절을 한 다음에 알맞은 자리에 앉아서 집착의 대상인 오온에 관한 교리적인 질문을 했다. (이 교리에 대한 질문과 대답들은 교리 문답의 짧은 경을 보면 된다.)
담마딘나는 위사카가 제시한 모든 질문에 대해서 마치 경주용 말이 달리듯이 즉시, 그리고 날카로운 칼날에 연꽃대가 잘려나가듯이 정확하게 대답하였다. 담마딘나의 수승한 지혜를 알게 된 위사카는, 수다원도, 사다함도와 아나함도의 지혜에 관한 것까지 계속 질문해서 그가 아는 범위까지 다 질문했다. 그리고서 그는 자신은 얻지 못하고 단지 들어 알기만 하는 아라한도에 관한 것을 질문했다. 담마딘나는 위사카가 아나함도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만, 그가 다음 질문을 하는 것은 그의 지혜의 범위를 넘었다는 것을 알았다.
“스님, 열반은 무엇과 비슷합니까?”
그녀가 말했다.
“위사카 도반님은 물어서는 안 될 것을 물었습니다. 그런 질문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그가 열반이 무엇과 비슷하냐고 물었는데, 열반은 불가사의한 것으로서 비슷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질문에 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답을 얻을 수 없다.) 열반으로 향하는 계정혜를 실천하는 고귀한 수행은 열반을 목표로 하는 것이며, 열반을 궁극으로 하는 것입니다. 도반님이 원하신다면, 세존을 찾아뵙고 다시 질문하십시오. 그런 다음 세존의 설명을 명심하십시오.”
그러자 위사카는 부처님께 다가가서 자신과 담마딘나 사이의 문답한 것을 모두 말씀 드렸다. 위사카와 담마딘나가 주고받은 모든 질문과 대답을 상세하게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담마딘나 비구니는 과거나 미래나 현재의 오온에 대한 모든 형태의 갈망에서 해방되었다.” 그리고서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과거나 미래나 현재의 것이나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갈망하지 않으며
가진 것도 없고 집착도 없는 사람,
나는 바라문(아라한)이라고 부른다. - 법구경 게송 421
이 법문이 끝나자 많은 청중들이 여러 단계의 도의 지혜와 과의 지혜를 얻었다.
그리고서 부처님께서는 담마딘나를 이런 말씀으로 칭찬하셨다. “재가자 위사카여, 담마딘나 비구니는 현명하다. 위사카여, 담마딘나 비구니는 탁월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 위사카여, 내가 그런 질문을 받았더라도 담마딘나가 대답한 것과 똑같이 대답했을 것이다. 이것이 내 대답이니 담마딘나가 대답한 것을 명심하여라.” (이 사건이 담마딘나가 교리를 해설하는데 있어서 제일가는 비구니로 명명된 직접적인 원인이다.)
(여기서, 담마딘나가 한 법문을 부처님께서 승인하신 다음에는, 부처님 자신의 법문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은 어떤 사람이 작성한 메시지가 적절한 절차에 따라서 왕에 의해서 승인되고 옥새를 찍으면, 왕명이 되는 것과 같다. 다른 제자들의 법문도 부처님께서 승인하면 부처님의 법문이 된다.)
3. 비구니 중 교리 설명 제일
다른 때에 부처님께서 사위성의 기원정사에 머무시면서 뛰어난 비구니에 대해서 언급하실 때 이렇게 단언하셨다.
“비구들이여, 법문을 잘 하는 내 비구니 제자들 중에서 담마딘나 비구니가 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