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 마하빤타까와 쭐라빤타까 대장로
1. 과거생에서의 서원
10만 겁 전 빠두뭇따라 부처님 시절에, 항사와띠 시에 땅을 많이 소유한 지주 형제가 있었는데, 삼보에 대한 신심이 돈독하여 부처님께서 법문을 하실 때마다 가서 설법을 들었다. 하루는 그 형제 중 아우가, 부처님께서 어떤 비구에게 ⑴ 사람의 형상을 만드는 신통력과 ⑵ 색계 선정에 능숙함이라는 두 가지 자질에 있어서 제일이라는 칭호를 주시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그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 스님은 실로 위대하다. 그런 칭호를 받고서도 흔들림 없이 두 가지 수행에 몰두하신다. 나도 후세의 부처님께서 출현하실 때 자유자재로 이들 두 가지 수행을 하게 되면 좋겠다.”
아우는 부처님을 초빙하여 7일간 정성껏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는 부처님께 이렇게 서원을 말씀 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7일 전에 어떤 스님에게 ‘이 비구는 자신의 모습과 똑같은 형상을 만드는 신통력과, 색계 선정에 들어가는 두 가지 자질에 있어서 내 제자 중에서 제일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이번에 올린 특별한 보시 공덕으로 저에게도 미래생에 그 두 가지 자질이 생기게 하여 주시기를 서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미래에 그 지주의 서원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미래에, 지금부터 10만 겁 이후에 고따마 부처가 출현할 것이다. 그 부처가 이 두 가지 자질에 있어서 너를 가장 높은 자리에 올려놓을 것이다.”
형제 지주 중에서 형은 어느 날 부처님께서 어떤 스님에게 무색계 선정에 제일가는 비구라는 호칭을 부여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의 동생과 마찬가지로 그도 특별한 공양을 올리고 부처님께 자신의 서원을 말씀 드렸다. “무색계 선정에서 제일가는 지위를 얻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서원이 이루어지리라고 예언하셨다.
지주 형제는 모두 부처님께서 살아계시는 동안 좋은 일들을 했으며,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시자 부처님의 유골을 모신 사당을 금으로 장식하여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들은 죽은 다음에 천상에 태어났다. 그들이 (악처에 떨어지지 않고) 이렇게 천상과 인간계를 오가는 동안 10만 겁이 흘렀다.
[원주: 형제 중 형인 마하빤타까(Mahāpanthaka)에 대해서는 그 기간 동안 행한 특별한 덕행이 마하 앗타까따(Mahā Aṭṭhakatā)에 기재되어 있는 것이 없다. 동생인 쭐라빤타까(Cūlapanthaka)는 깟사빠 부처님 시절에 비구가 되어 2,000년 동안 흰색 까시나에 대한 사마타 수행을 했고, 다시 천상에 태어났다. 그 후에 우리의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다음 법문을 시작하셨으며, 왕사성의 죽림정사에 머무시게 되었다.]
(원주: 여기서부터 빤타까 형제의 출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왕사성의 다나셋티(Dhanaseṭṭhi)라는 부유한 장자의 딸이 그녀의 하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들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을 우려한 그녀는 그 남자와 상의했다. “우리는 더 이상 여기 있어서는 안 돼요. 내 부모가 우리 둘 사이를 알면 나를 죽일 거예요. 우리 도망가서 다른 데 가서 삽시다.” 그렇게 합의한 두 사람은 몰래 보석을 훔쳐가지고 새벽에 집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이 전혀 알 수 없는 곳으로 도망가서 살았다.
다른 곳에서 숨어 사는 동안 여인이 임신하게 되었다. 해산일이 가까워지자 그녀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이제 곧 해산할 때가 되었어요. 우리가 친척들이나 친구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애를 낳는다는 것은 우리 둘에게 너무나 비참한 일이에요. 우리들의 부모가 계신 곳으로 돌아갑시다.” 남편은 단지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내일 떠납시다.” 혹은 “오늘 갑시다.”라고 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멍청이는 자기 잘못이 크니 감히 떠나지 못하는구나. 부모님은 대개 자기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랄 것임에 틀림없다. 멍청이가 따라오든 말든 나는 가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서 남편이 외출한 사이에, 그녀는 자신의 소지품을 챙겨 가지고 옆집에 자기 친정에 간다는 말을 남기고 혼자서 떠났다.
남편이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안 보여서 옆집에 물어봤다. 그녀가 자기 친정으로 떠났음을 알고 급히 따라가서, 가는 길 도중에 그녀를 따라잡았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애를 낳았다. 남편이 “아들이오, 딸이오?”라고 묻자, “여보, 아들이에요.”라고 아내가 대답했다. 그들은 지금부터 “어떻게 할까?”를 상의한 결과 이렇게 결정했다. “우리는 애를 낳으려고 부모님 댁에 가려고 했었다. 이제 가는 도중에 애를 낳았는데 굳이 갈 필요가 없지 않은가? 집으로 돌아가자.”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의했다. 아이는 (길 위에서 태어났으므로) ‘길’이라는 뜻인 ‘빤타까(Panthaka)’라고 이름 지어 졌다.
오래지 않아 그녀는 두 번째 아들을 임신했고, 그 아이도 해산일이 가까워졌을 때 외갓집으로 가는 도중에 태어났다. 그래서 큰아들은 이름을 마하빤타까라고 고쳤고, 둘째 아들은 쭐라빤타까라고 이름 지었다.
남편과 아내는 각각 아들 한 명씩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거기서 살아가면서, 다른 아이들이 ‘작은 아버지, 큰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큰아들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다른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들이 있는데 우리들은 왜 친척이 없어요?”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귀여운 아들아, 네 말이 맞다. 여기에는 친척이 없다. 그렇지만 왕사성에는 엄청난 부자이신 너의 할아버지가 계신단다. 그 도시에는 네 친척이 많이 살고 계신단다.” “그렇다면 어머니, 왜 우리는 왕사성에 가지 않아요?” 마하빤타까가 물었다.
어머니는 왕사성에 왜 가지 않는지 대답하지 않았다. 아들이 자꾸 캐묻자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애들이 나를 너무 괴롭혀요. 우리를 보면 친정 부모님께서 우리를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갑시다! 가서 애들에게 할아버지의 집을 보여줍시다. 애들을 그리로 보냅시다!” 남편이 말했다. “여보, 나는 처갓집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렇지만 당신이 친정에 가도록 무슨 방도를 강구해 보리다.” “좋아요, 여보. 무슨 수를 쓰든 애들에게 할아버지 집을 보여 줍시다.”라고 아내가 말했다. 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왕사성으로 떠났고, 오래지 않아 도시에 도착했다. 그들은 성문 근처의 여관에 묵었다. 어머니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 그들이 왔음을 부모님께 알렸다.
그들이 성 밖에 왔다는 전갈을 받은 부모님은 이렇게 생각했다. “윤회하는 삶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서로가 아들이거나 딸이 아니었던 사람이 없다. 그러나 그 둘은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질러서 우리와 함께 살 수는 없다. 그들은 함께 살 자격이 없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돈을 충분히 줘서 다른 데 가서 편히 살도록 하자. 애들은 우리에게 보내라고 하자.” 그리고는 심부름꾼을 보냈다. 그녀는 친정 부모가 보낸 돈을 받고 심부름꾼에게 어린 아들들을 보내어 조부모가 키우도록 했다. 마하빤타까와 쭐라빤타까 형제는 조부모님 댁에서 부유하게 자랐다.
2. 마지막 생에서의 고행자 생활
형제 중에서 동생인 쭐라빤타까는 아주 어리고 유약했지만, 형인 마하빤타까는 언제나 할아버지를 따라서 부처님께 법문을 들으러 갔다. 그는 항상 부처님의 설법을 직접 경청하였기 때문에 스님이 되고 싶어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할아버지 다나셋티의 허락을 받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저는 스님이 되고 싶습니다.” 부유한 장자는 “참으로 기특하기도 하구나. 네가 스님이 된다면 나에게는 온 세상이 내 것이 되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다. 손자야, 스님이 되고 싶으면 되어라!”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기뻐하면서 장자는 마하빤타까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그를 부처님께 데리고 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자여, 이 아이가 누구인가? 그대에게 아이가 있었는가?” 장자는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그렇습니다. 이 소년은 제 큰 손자입니다. 이 아이가 부처님께 출가하고 싶다고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탁발을 가곤 했던 옆에 있는 비구에게 “이 소년에게 계를 주어라.”라고 지시하셨다. 소년은 그 스님으로부터 ‘몸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머리카락, 몸의 털, 손톱과 발톱, 이, 피부)의 명상’에 대한 법문을 듣고 행자가 되었다. 사미가 된 다음 마하빤타까는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들을 배웠고, 스무 살이 되자 비구가 되었다. 비구가 된 다음 그는 열심히 명상을 하여 네 가지 무색계 선정들에 정통하게 되었다. 그 선정들에서 나와서 면밀하게 위빠사나 수행에 몰두해서 최종적으로 아라한의 지위를 성취했다. 이리하여 마하빤타까 아라한은 무색계 선정에 아주 능숙한 비구들 중에서도 제일인자가 되었다.
2.1 동생의 수계
과(果)의 지복을 즐기면서 살아가던 마하빤타까 장로는, 어느 날 그런 놀라운 지복을 동생에게도 누리게 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유한 장자인 할아버지에게 가서 이렇게 요청했다. “보시자이시여, 할아버지께서 동의하신다면, 쭐라빤타까를 행자로 만들고 싶습니다.” 할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그를 행자로 만들어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승낙하자 마하빤타까 장로는 그에게 10계를 주어 행자로 만들었다.
쭐라빤타까 사미는 그의 형으로부터 다음 게송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빨간 연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널리 퍼지고,
새벽에 피어날 때 광채와 은은한 향기가 사랑스럽듯이,
부처님의 향기와 덕성의 향훈도 널리 퍼지고,
가을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의 후광처럼 영광과 광채로 빛나네. *
*주 : 이 게송의 빠알리어 및 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Padumaṁ yathā kokanadaṁ sugandhaṁ
pāto siyā phullam avītagandhaṁ.
Aṅgīrasaṁ passa virocamānaṁ
topantam ādiccam ivantalikkhe.
Just as the lotus flower named kokanada, because of it many petals and beauty, and pervading sweet smell, is lovely with splendour and ever present fragrance, as it opens at daybreak, even so have a look faithfully at the Buddha fragrant by his body smell and personal virtue, shining by his glory, splendoured whenever one sees, emanates rays of light from his body resembling the round sun that rises and appears in the sky during the season of Sarada(August-November).
그러나 한 구절을 외우고 나서 그 다음 구절을 외려고 할 때마다 방금 전에 왼 것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그 게송을 외려고 기를 쓰는 동안 4개월이 흘렀다. (4개월이 지나도 게송을 못 외웠다.)
(원주: 깟사빠 부처님 시절에 쭐라빤타까는 교학에 밝은 스님이었는데, 바알리어를 배우는데 아둔한 어떤 스님을 비웃었다. 그 둔한 사람은 비웃는 바람에 주눅이 들어서 공부에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때의 잘못으로 인하여 쭐라빤타까는 행자가 된 다음 놀랄 만큼 멍청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다음 구절로 넘어가면 지금 막 왼 것은 몽땅 잊어버리는 것이다. 앙굿따라니까야)
그래서 형인 마하빤타까는 “쭐라빤타까야, 너는 이번 생에 열반에 들어갈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너는 넉 달 동안 게송 하나도 외우지 못했다. 넉 달 동안 게송 하나를 못 외우는 사람이 어떻게 비구 생활을 해서 아라한의 지위에 오르겠느냐?”라고 말하면서 그를 쫓아냈다. 형에게 쫓겨난 쭐라빤타까 행자는 감히 숙소에 있지 못하고 형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서 걸식하시면서 의사인 지와까(Jīvaka)가 지어서 보시한 망고 숲 승원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지와까가 심부름꾼을 보내서 부처님과 오백 비구 모두를 다음 날 공양에 초대했다. 그때의 배식 담당은 마하빤타까 장로였다. 심부름꾼은 장로에게 “스님이시여, 오백 비구들의 공양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장로는 “쭐라빤타까를 제외한 비구들의 공양을 받겠다.”라고 대답했다.
2.2 부처님께서 주신 수행 주제
그 대답을 들은 쭐라빤타까 장로는 완전히 풀이 죽었다. 부처님께서는 장로가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을 보시고, 또한 여래를 만나면 깨달음을 성취할 것이라는 것을 아시고, 그에게로 가셨다. 그로부터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에 나타나신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물으셨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쭐라빤타까여, 너는 어찌하여 울고 있는가?” 쭐라빤타까는 “존자시여, 제 형인 마하빤타까 장로가 저를 쫓아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부처님께서는 “사랑하는 아들 쭐라빤타까여, 너의 형은 중생의 의도와 성향을 아는 지혜를 갖추지 못했다. 너는 여래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격려하신 다음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깨끗하지만 꺼칠꺼칠한 헝겊을 한 조각 만들어 주시면서 이렇게 첨언하셨다. “사랑하는 아들 쭐라빤타까여, 이것을 손으로 만지면서 ‘이 헝겊은 더러워지게 되어 있다. 이 헝겊은 더러워지게 되어 있다.’라고 암송하여라. 너는 그렇게 명상해야 한다.”
(원주: 쭐라빤타까가 전생에서 왕이었을 때, 도시를 시찰하고 있었다. 이마에 땀이 흘러서 깨끗한 천으로 만들어진 허리띠로 땀을 닦았더니 허리띠가 더러워졌다. 그러자 왕은 속으로 “깨끗하지 못한 몸으로 인하여, 그렇게 깨끗했던 천이 본래의 성품을 잃고 더러워졌다. 조건 지어진 것들은 실로 무상하구나!”라고 말하면서 무상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이 헝겊은 더러워지게 되어 있다’라는 수행주제는 쭐라빤타까가 아라한의 지위를 성취하는데 강력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장로의 전생의 선행을 아시고 또한 그의 선행에 알맞은 주제로 명상하기를 권장하시기 위하여, 그에게 깨끗하지만 꺼칠꺼칠한 헝겊을 주셨던 것이다.)
2.3 아라한의 지위 성취
쭐라빤타까 장로는 앉아서 부처님께서 주신 헝겊을 만지작거리면서 “이 헝겊은 더러워지게 되어 있다! 이 헝겊은 더러워지게 되어 있다!”라고 중얼거렸다. 몇 번 만지작거리자 헝겊이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만지작거리자 더욱 더러워져서 마치 행주처럼 되었다. 그의 지혜가 무르익을 때가 되자 소멸과 파괴의 법칙이 스스로 그의 마음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이렇게 회상했다. “이 헝겊 조각은 원래 하얗고 깨끗했었다. 그러나 내 몸과 연관되었기 때문에 이제 더러워졌다. 내 마음도 또한 이 헝겊과 같다. 마음에도 헝겊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원래 순수하고 깨끗했던 마음이,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의 불선한 마음부수와 연관되기 때문에 더러워지려는 경향이 있다.” 그의 몸과 마음에 대해 그렇게 회상한 다음, 최대한의 노력으로 정신적 집중을 함에 의해 네 가지 색계 선정들을 성취했다. 이 선정들을 기초로 위빠사나 수행을 해서 그는 네 가지 무애해와 함께 아라한과를 성취했다. 그는 ‘마음으로 만든 형상을 포함한 색계 선정’을 마스터했기 때문에, 한 사람을 여러 사람으로, 혹은 여러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었으며, 기타 유사한 신통력이 생겼다. 게다가 그는 삼장에 통달했으며 여섯 가지 신통력을 갖추었다. [원주: 그런 사건을 막가싯다-빠리얏띠(Maggasiddha-paritti)와 막가싯다-아빈냐(Maggasiddha -abhiññā)라고 하는데, ‘특별히 배우거나 분투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아라한도를 성취하자마자 삼장에 박식하게 되고 신통력을 갖게 되는 분’이란 뜻이다. 그러한 박식함과 신통력이 생기는 것은 말하자면 도(道)의 힘이라고 하겠다.]
*주: 여섯 가지 신통력: 육신통(六神通)으로 신족통(神足通), 천안통(天眼通), 천이통(天耳通), 타심통(他心通), 숙명통(宿命通), 누진통(漏盡通)을 말한다.
다음 날 부처님께서는 499명의 비구와 함께 지와까 의사의 집을 방문하시어 공양을 받기 위하여 자리에 앉으셨다. 쭐라빤타까 장로는 형인 마하빤타까가 그의 초대를 거절했기 때문에 따라갈 수가 없었다. 지와까 의사는 제일 먼저 준비한 쌀죽을 공양 올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발우를 손으로 덮으시어 죽을 받지 않으셨다. 지와까가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왜 죽을 받지 않으시는지요?”라고 묻자, 부처님께서는 “비구 한 명이 아직 승원에 남아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지와까는 “벗이여, 승원에 가서 남아 있는 비구를 데려 오게.”라고 하면서 심부름꾼을 보냈다. 심부름꾼이 도착하기 전에 쭐라빤타까 장로는 신통력으로, 얼굴이 다를 뿐만 아니라 옷 입은 모양까지도 서로 다른 1,000명의 비구를 만들었다.
지와까가 보낸 심부름꾼은 승원에 너무나 많은 비구가 있는 것을 보고 감히 그들을 모두 초청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와까가 단 한 명만 모시고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돌아와서 의사에게 말했다. “지와까 주인님, 승원에 남아 있는 스님들은 여기 주인님 댁에 계신 모든 스님보다 더 많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어느 분을 모셔 와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지와까는 부처님께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승원에 남아 있는 장로의 이름이 무엇입니까?”라고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쭐라빤타까라고 말씀하시자, 지와까는 “벗이여, 다시 가서 ‘어느 분이 쭐라빤타까라는 이름의 고귀한 장로님이십니까?’라고 물어서 모시고 오게.”라고 말하면서 심부름꾼을 다시 보냈습니다.
심부름꾼이 승원에 가서 “어느 분이 쭐라빤타까라는 이름의 고귀한 장로님이십니까?”라고 묻자 “내가 쭐라빤타까요! 내가 쭐라빤타까요!”라고 1,000명의 비구가 대답했다. 그는 다시 돌아가서 지와까에게 “주인님, 1,000명의 스님이 모두 ‘내가 쭐라빤타까요! 내가 쭐라빤타까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 분인지 저 분인지 몰라서 당황스러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와까 의사는 사성제를 체득한 성인인 보시자였으므로, 심부름꾼이 알려준 것만으로도 승원에 남아있는 이는 신통력이 있는 비구라는 것을 알았다. 지와까는 “친구여, 다시 가서 제일 먼저 대답하는 사람에게 부처님께서 오라고 하신다고 말하고, 그의 가사 자락을 붙잡고 모시고 오게.”라고 말하면서 심부름꾼을 한 번 더 보냈다. 그는 다시 승원으로 가서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자, 1,000명은 즉시 사라졌다. 그렇게 해서 심부름꾼은 쭐라빤타까를 데려올 수 있었다. 그제야 부처님께서는 죽을 받아서 드셨다.
공양을 마치고 승원으로 돌아온 다음, 비구들의 모임에서 다음과 같은 토의가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실로 최상이십니다. 부처님께서는 넉 달 동안 게송 하나를 외우지 못하는 비구를 그런 신통력을 갖게 하셨습니다.” 비구들의 마음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모임 장소로 오셔서 준비되어있는 부처님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가?”라고 물으셨다. 비구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은 다른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자비에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부처님으로부터 크나큰 은총을 받은 쭐라빤타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내 충고에 따라 신통력을 갖게 된 것은 그다지 놀라운 것이 못된다. 쭐라빤타까가 머나먼 전생에서 지혜가 무르익지 않았을 때, 내 충고에 따름에 의해서 세속적인 재능을 갖게 되었었다.” 비구들이 여쭈었다.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그때가 언제입니까?”부처님께서는 그들의 요청하자 비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쭐라셋티(Cūlaseṭṭhi) 본생경을 이야기해 주셨다.
2.4 쭐라셋티 본생경
비구들이여, 한때 브라마닷따(Brahmadatta) 왕이 바라나시 시를 통치하고 있었다. 그때 쭐라셋티라는 모든 징조를 알아내는데 틀린 적이 없는 현명한 상인이 있었다. 하루는 왕을 알현하러 궁전으로 가는 도중에 죽은 쥐를 발견하고 그때의 하늘의 별을 보니 그것은 이런 징조였다. “누구든지 이 쥐를 가져가는 자는 자기 가족을 부양하고 사업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낯선 가난한 사람이 현명한 상인이 징조를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이 현명한 상인이 모르면서 이런 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죽은 쥐를 집어 들고 시장으로 가서 고양이 먹이로 은전 한 닢에 팔았다. 그 은전으로 당밀을 사고 마실 물을 병에 넣고 다녔다. 몇 명의 꽃장수들이 꽃을 꺾어 가지고 숲으로부터 오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당밀을 조금씩 나누어주고 깨끗한 물도 한 컵씩 주어서 기분 좋게 해 줬다. 감사의 뜻으로 꽃장수들은 그 가난한 사람에게 꽃 한 줌씩 주었다.
(원주: 이하에서는 가난한 사람을 ‘유능한 제자’라고 부르기로 한다. 왜냐하면 그는 유능하기도 하고 현명한 상인인 쭐라셋티의 가르침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받은 꽃을 팔아서 당밀을 가능한 한 많이 사서 깨끗한 물 한 병과 함께 공원으로 가지고 갔다. 그날 꽃장수들은 자신들의 꽃 절반을 그에게 주고 돌아갔다. 이런 식으로 유능한 제자는 곧 은전 여덟 개를 모았다.
다시 폭풍우가 오는 날 유능한 제자는 낡고 오래된 버려진 정원으로 가서, 폭풍에 쓰러지고 부러진 가지들로 땔나무를 만들어 왕실 옹기장이에게 주고 은전 16개를 받았다. 꽃으로 번 8개를 합쳐서 모두 24개의 은전이 생기자 그는 스스로 생각했다. “이제 돈을 벌 밑천이 마련되었다. 풀 깎는 사람들에게 물을 보시하는 사람이 되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성문에서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곳에 물 항아리를 갖다 놓았다. 그리고는 도시 외곽에서 돌아오는 풀 깎는 사람들에게 물을 공짜로 주었다. 풀 깎는 사람들이 말했다. “벗이여,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잘 해 줬습니다. 당신에게 무얼 해 드리면 좋겠습니까?” 유능한 제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때가 되면 여러분들이 나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응수하고 그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도로 관리인 및 수로 관리인들과도 친분을 맺어 두었다.
어느 날 도로 관리인이 유능한 제자에게 말 500마리를 몰고 말 장수가 바라나시 시를 방문할 것이라는 좋은 소식을 알려줬다. 그 소식을 듣고 바로 풀 깎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보통 때 깎는 양보다 한 다발씩 더 깎아 자기에게 갖다달라고 부탁했다. 말들이 들어올 때가 되자 그는 1,000다발의 풀을 성 안의 문 가까운 곳에 말 장수가 볼 수 있도록 높이 쌓아 놓고 그 위에 올라가 앉았다. 말 장수는 온 시내를 다 돌아다녀도 말을 먹일 풀을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유능한 제자에게 은전 1,000개를 주고 풀 1,000단을 샀다.
이삼일 후에 그의 다른 친구인 수로 관리인이 많은 짐을 실은 배가 항구에 정박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그는 “돈 벌 기회가 다시 왔다.”고 생각한 그는 잘 정비된 마차를 은전 8닢에 빌려 타고 항구로 갔다. 그는 배의 선장에게 계약금으로 반지 한 개를 주었다. 항구 근처에 커튼을 알맞게 쳐서 마치 중개인의 집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앉아서 그는 고용한 종업원들에게 “상인들이 나에게 오면 나에게 3단계로 알려라.”(정보를 알려주는 곳이 3군데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라.)
화물선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물건을 사려고 100명의 상인이 바라나시 시로부터 항구로 몰려왔다.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거기에 먼저 와 있던 유능한 제자가 고용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말했다. “저기 저곳에 있는 상인이 계약금을 걸고 상품을 몽땅 샀으므로 여러분들은 물건을 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그들의 말을 듣고 100명의 상인들은 - 소위 거상(巨商)인 - 유능한 제자에게로 왔다.
유능한 제자의 하인들은 각각, 단지 과장하기 위해 미리 짠 각본대로 상인들의 방문을 3단계로 그에게 알렸다. 100명의 상인들은 이번 사업에 참여시켜 달라는 선물로 은전 1,000개씩을 그에게 주었다. 그뿐 아니라, 그가 이번 사업에서 손 떼는 조건으로, 그 배의 상품을 그들이 독점함에 의해 얻게 될 이익을 나누어주는 몫으로 각각 은전 1,000개씩을 더 주었다. 유능한 제자는 앉은 자리에서 은전 200,000개를 벌어서 바라나시로 가져오면서 “무언가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하겠다.”라고 생각하고, 100,000개의 은전을 가지고 현명한 쭐라셋티 상인에게로 갔다.
그러자 현명한 상인이 유능한 제자에게 물었다. “젊은이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는가?” 유능한 제자는 그 동안의 이야기를 모두 말씀드리고 이렇게 말했다. “죽은 쥐를 보고 말씀해 주신 충고에 따랐기 때문에 저는 은전 200,024개에 의해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상인은 ‘그렇게 유능한 젊은이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기 전에 내가 차지해야 하겠다.’라고 생각하고, 적령기가 된 딸을 주어 결혼시키고, 집안의 우두머리가 되도록 도와주었다. 현명한 상인이 죽자, 그는 그 상인의 지위를 물려받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산 다음에, 자신의 선행에 의해 정해진 대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현재와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마치신 부처님께서는, 둘 사이의 연관성을 말씀하신 다음, 부처님으로서의 현생에 대해서 이렇게 게송을 읊으셨다.
오, 나의 사랑하는 아들 비구들이여!
마치 현자가 장작에 불쏘시개로 불을 붙인 다음
부채질하고 또 부채질해서 큰 불을 만들듯이
선견지명이 있으면서도 반성하는 현자나,
총명하면서도 성찰하는 현자는
자그마하고 보잘것없는 투자로도
상당한 자본을 창출할 수 있고
그 자본으로 백만장자로 성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법회에서 비구들에게 전생담을 들려 주셨다.
3. 호칭
훗날 부처님께서 법좌에 앉아 둘러앉은 비구들과 호칭을 주는 회의를 개최하고 있었는데, 부처님께서는 쭐라빤타까를 이렇게 칭찬하셨다.
비구들이여,
신통력으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 수 있는 나의 제자들 중에서
쭐라빤타까가 제일이며,
색계 선정에 능숙한 나의 제자들 중에서
쭐라빤타까가 제일이다.
그렇게 부처님께서는 쭐라빤타까에게 두 개 분야에서 제일이라는 칭호를 주셨다.
마하빤타까에 대해서는 이렇게 칭찬하셨다.
비구들이여, 무색계 선정에 능숙한 나의 제자들 중에서 마하빤타까가 제일이다.
이렇게 칭찬하시어 부처님께서는 ‘의식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능력’에 관한 한 마하빤타까 장로가 제일이라는 칭호를 주셨다.
(원주: 다른 비구들이 신통력으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 경우에, 그들은 단지 몇 명, 예를 들어 셋이나 넷 정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은 형상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 때에는 자신을 닮은 형상을 만들 수 있을 뿐이었으며, 행동하는 모습을 만들 경우에는 단 한 가지밖에 못 만들었다. 그러나 쭐라빤타까는 단 한 번 용의주도하게 마음을 씀으로써 1,000개의 형상을 만들었다. 그렇게 신통력으로 만든 형상의 모양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신통력으로 형상을 만드는데 있어서 제일이라는 칭호를 얻었던 것이다. 이 두 비구들에 대한 법문에 대해서는 비유(Apadāna)경, 장로게경, 법구경, 자설(Udāna)경과 그 주석서에 나와 있다.)
빤타까 대장로 형제 이야기 끝.
오원탁 옮김, 『부처님의 제자들』, 경서원, 2008, 123-142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