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나타삔디까 장자
1. 과거생에서의 서원
미래의 아나타삔디까는 빠두뭇따라 부처님 시대에 항사와띠 시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어느 날 그는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신도가 기쁘게 보시하는 사람들 중에서 제일이라는 칭호를 받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기도 그와 같이 뛰어난 제자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겨서, 부처님께 보시를 성대하게 한 다음에 부처님께 자신의 서원을 말씀 드렸다.
2. 사위성의 장자로 태어남
그 부유한 사람은 10만 겁 동안을 좋은 곳에서 태어나서 잘 지내다가, 고따마 부처님 시대에 사위성의 장자인 수마나의 아들로 태어나서 성장한 다음에 가문의 어른이 되었다.
2.1 부처님과의 만남
라자가하의 장자와 사왓티의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서로 상대방의 누이와 결혼한 처남 매부 간이었다. 라자가하의 물가가 사왓티의 물가보다 훨씬 쌀 때에는, 라자가하의 장자가 라자가하의 물건들을 구입하여 500대의 수레에 싣고 사왓티로 가서 이 상품을 파는 사업을 하였다. 사왓티에서 1요자나쯤 떨어진 지점에 도착하면,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자신이 도착할 것임을 미리 기별하였다. 그러면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처남을 맞을 준비를 대대적으로 하고, 두 사람이 같은 마차를 타고 성으로 들어가곤 하였다. 만일 가지고 간 상품들이 사왓티에서 수요가 많으면, 라자가하의 장자는 그 자리에서 팔고, 수요가 별로 없으면 누이의 집에 남겨 놓고 돌아가곤 하였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도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하였다.
여래께서 두 번째 우안거를 라자가하에서 보내고 계실 때, 사왓티의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사왓티의 상품을 500대의 수레에 싣고 라자가하를 향해 떠났다. 그는 전에 했던 대로 1요자나를 남겨 놓고 자신의 도착을 서면으로 라자가하의 장자에게 알렸다.
그러나 라자가하의 장자는 그의 기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배려를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라자가하의 장자가 숲속의 사원에서 여래의 설법을 들은 뒤 너무 감격하여 여래와 승가(원주: 승가는 아라한인 비구와 아라한이 되기 위해서 수행중인 비구들의 모임)를 다음 날 아침 공양에 초대한 그는, 사원으로부터 지금 막 집으로 돌아와서, 손님을 위한 음식 준비를 시키느라고 매우 바빴기 때문이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기별을 했기 때문에 예전처럼 성대하게 환영 받으리라고 기대하면서 성 안으로 들어가서 라자가하 장자의 집 앞에 도착해도 환영하는 기색이 없었다. 집으로 들어간 다음에도 집 주인이 반가워하는 말도 하지 않고, 단지 “사왓티의 장자여, 애들은 잘 있고, 건강한가? 그대의 여행이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이었기를 바라네.”라고 의례적인 인사만 했다. 그 다음에도 그는 계속해서 일하느라고 바빴다.
이와 같이, 라자가하의 장자는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겨우 몇 마디의 환영의 말을 건넬 뿐이었다. 그는 오직 잔치 준비에만 신경을 쓰면서, 하인들에게, “내일 아침 차질 없이 일찍 일어나서, 여래와 승가를 위하여, 시간에 늦지 않게 서둘러서 스프를 끓이고, 밥을 하고, 카레와 여러 가지 야채샐러드를 충분히 만들어라.”고 계속 지시하였다.
그러자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라자가하의 장자가 전에는 만사를 제쳐 두고 나와 환담을 나누었는데, 오늘은 무슨 영문인지 큰 잔치를 준비하는 것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다. 어느 집 규수를 데려와서 아들을 장가보내든지, 혹은 딸을 다른 집으로 시집보내든지, 아니면 빔비사라 왕과 그의 군인들을 내일 잔치에 초대했기 때문에 하인들을 모두 동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자가하의 장자는 모든 준비가 끝난 다음에서야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와서 전처럼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그에게 물었다.
“장자여, 그대가 전에는 항상 만사를 제쳐놓고 나와 즐겁게 이야기하곤 했었네. 그러나 오늘은 음식을 준비하는 일과 하인들과 함께 내일 열릴 잔치 준비를 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네. 어느 집 딸을 데려와서 자네의 아들을 장가보내는 잔치인가, 아니면 다른 집에 자네의 딸을 시집보내는 잔치인가? 아니면 빔비사라 왕과 그의 군인들을 내일 잔치에 초대했는가? 무슨 일로 그렇게 음식을 많이 준비하는가?”
라자가하의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장자여, 장가보내는 것도 아니고, 시집보내는 것도 아니며, 빔비사라 왕과 군인들을 잔치에 초대한 것도 아니네. 실은 많은 분들께 공양을 올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네. 나는 공덕을 쌓기 위해서 내일 여래와 승가를 초대했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라자가하의 장자가 열정적으로 ‘여래’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는 순간, 다섯 가지 종류의 기쁨, 즉 작은 기쁨, 찰나적인 기쁨, 파도처럼 몰려오는 기쁨, 황홀함을 느끼는 기쁨, 솜뭉치에 기름이 적셔지는 것처럼 몸과 마음 전체에 쫙 퍼지는 기쁨이 그의 전신에 퍼졌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머리에서 발등까지, 그리고 다시 발등에서 머리까지 그를 압도하는 이 다섯 가지 기쁨들을 느꼈다. 그 기쁨들은 몸의 옆에서 가운데로, 또 몸의 가운데에서 옆으로 퍼졌다. 이 다섯 가지 기쁨들을 계속해서 느끼면서, 라자가하의 장자에게 “장자여, ‘여래’라고 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세 번 물었고, 세 번 모두 똑같이 “그랬네, ‘여래’라고 했네.”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여래에 대해서 이렇게 물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여래’라는 단어를 듣는 것만도 쉬운 일이 아니지. 내가 지금 당장 여래이시며, 공양 받을 만한 분이시며, 스스로 완전히 깨달으신 분을 찾아뵙고 경배 드리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라자가하 장자는 잠시 심사숙고했다. ‘부처님께 다가가는 것은 마치 독사에게 가까이 가는 것처럼 어렵다. 여래가 계시는 숲속의 사원은 공동묘지 근처에 있기 때문에 저녁 늦게 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장자여, 지금은 여래이시며, 공양 받을 만한 분이시며, 스스로 완전히 깨달으신 분을 찾아뵙고 경배를 드리기에는 때가 적절하지 않네. 내일 새벽이 된 다음에 여래를 찾아뵙고 경배를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이 말을 듣고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내일 새벽에 여래를 찾아뵙고 경배를 드리겠다.’고 생각하고, 마음속에 오직 여래만을 생각하면서 잠자러 갔다. 이는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여래’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사업이나 시중드는 하인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는 저녁도 먹지 않고, 7층 저택의 꼭대기에 있는 방으로 올라가서 아름답게 장식된 침대에 몸을 눕히고, ‘여래, 여래’라고 중얼거리면서 잠들었다.
초경이 지났을 때,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잠이 깨서 부처님의 공덕에 대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심사숙고했다. 여래에 대한 헌신적인 믿음이 너무나 확고했기에, 기쁨이 넘쳐서 그의 몸에서 빛이 날 정도였다. 그것은 마치 천 개의 등잔불이나, 태양이나, 보름달이 떠올라서 어둠을 쫓아낸 것과 같았다. 그래서 그는 혼자서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흐른 줄 몰랐군. 해가 벌써 떴네.’라고 중얼거리면서 일어났다. 하지만 하늘에 아직 달이 떠 있는 것을 보고 새벽이 되려면 아직 이경과 삼경이 지나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런 식으로 이경이 끝난 다음에도 잠이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동트기 직전인 삼경이 끝날 무렵, 발코니의 난간을 따라서 출입문까지 걸어갔다. 7층 저택의 출입문은 이미 저절로 열려 있었다. 그는 7층을 내려와서 라자가하의 큰 길을 따라 걸었다.
성문에 가까이 다가가니, 시와까(Sivaka)라는 이름의 성자인 수호신들이 미리 성문을 열어 놓았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이 장자는 여래에게 경배하고 여래에게 공양을 올리려는 의도로 성문에 왔다. 그는 여래를 처음 만나서 경배 올리자마자 수다원과를 얻을 것이며, 불법승 삼보에 공양을 올리는 데 있어서 다른 모든 제자들을 뛰어넘어 가장 고귀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는 비길 데 없이 웅장한 정사를 지어서 사방에서 오는 모든 거룩한 스님들에게 항상 문을 열어 놓을 것이다. 그가 오는데 문을 닫아 놓는 것은 옳지 않다.’
아나타삔디까가 성을 벗어나서 계속 걸어가자, 그의 내부에서 공포와 전율이 생겼고, 그에 따라 몸에서 방사되던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쫙 깔렸으며, 머리카락과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그는 바로 그 자리에서 되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라자가하는 성 안에 9천만 명, 성 밖에 9천만 명, 모두 1억 8천만 명이 사는 국제적인 도시였다. 성문은 황혼에 닫혔고, 성문이 닫힌 한밤중에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성문 근처의 성벽 너머로 던져버리곤 했었다. 깜깜해졌기 때문에 사방을 분간하지 못하게 된 아나타삔디까는 버려진 지 얼마 안 되는 시체를 밟았으며, 다른 시체가 발등에 걸렸다. 그 바람에 썩은 시체에 붙어 있던 파리들이 날아서 그의 주변에서 웽웽거렸으며, 시체 썩는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로 인해서 그 자신의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으로 인하여 그의 몸에서 방사되던 광채가 사라졌고, 여래에 대한 헌신적인 믿음이 약해졌던 것이다. 그에 따라 어둠이 쫙 깔렸고, 아나타삔디까에게 공포와 전율이 생겨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바로 그 자리에서 되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것이다.)
1) 수호신의 격려
이때 장자를 계속 가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한 수호신 중의 한 명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가까이 다가와서, 작은 황금종이 딸랑거리는 것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 명성 높은 장자여, 왕에게 어울리는 10만 마리의 코끼리와, 왕에게 어울리는 10만 마리의 말과, 혈통 좋은 노새들이 끄는 10만대의 왕의 마차와,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한 10만 명의 왕의 시녀들은, 여래에게 경배 드리기 위하여, 법문을 듣기 위하여, 승가에 보시하기 위하여 사원으로 가는 그대가 내딛는, 매 발자국 뒤에 있는 선한 의도의 256분의 1만큼도 가치가 없는 것이다.
오, 아나타삔디까 장자여, 앞으로 가라. 그대의 길을 계속 가라. 그대가 앞으로 가는 것만이 고귀하고 칭찬 받을 만한 것이다. 그대의 후퇴는 고귀하지 못하고 칭찬 받을 만한 것이 못된다.
이를 듣자 그는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누군가가 나와 함께 가고 있구나.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담해지고 용기가 생겼다. 여래에 대한 강력하고 헌신적인 믿음이 다시 한 번 힘을 받았다. 그러자 어둠이 사라지고 빛이 생겨서 공포와 전율이 사라졌다.
부패한 정도가 다른 시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공동묘지를 통과하는 무서운 여행을 그는 다시 한 번 계속했다. 그러나 가정집의 개들과 자칼들이 짖는 소리에 그의 마음이 흔들려서 전과 같이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몰려왔다. 그러자 다시 수호신 시와까가 도우러 왔고 그는 다시 계속해서 나아갔다.
전과 마찬가지로 세 번째로 빛이 사라져서 그가 용기를 잃었을 때, 시와까 수호신이 또 다시 여래에 대한 믿음을 생기게 하여 모든 위험을 극복하게 도와주었다.
계속 전진하여 드디어 시따와나(Sitavana) 숲에 도착하였다. 동틀 무렵이었고, 여래께서는 공터에서 경행을 하고 계셨다.
걸어가면서 아나타삔디까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뿌라나깟사빠(Purana Kasspa)를 비롯한 각 종파의 스승들은 자신이 스스로 깨달은 붓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어떻게 여래가 스스로 깨달은 진정한 붓다인지 알아볼 수 있을까?’ 그러자 다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모든 사람들은 내가 가난한 사람을 먹여주는 보시를 하기 때문에 나를 아나타삔디까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이 지어주신 수닷따(Sudatta)라는 이름은 나밖에 모른다. 여래가 진정으로 스스로 깨달은 붓다라면, 나를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인 수닷따라고 부를 것이다.’
2) 수다원과의 성취
멀리서 수닷따를 보신 부처님께서는 경행 코스에서 내려와서 부처님을 위해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아나타삔디까가 가까이 왔을 때, 그의 마음을 간파하고, ‘수닷따여, 어서 오너라.’고 말씀하셨다. 아나타삔디까는 자신을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인 수닷따라고 부르는 것을 듣자 기뻤다. 그는 다가가서 여래의 발 앞에 엎드려 절한 다음, 세존에게 ‘세존이시여,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라고 말씀 드렸다. 여래는 이렇게 대답했다.
(오, 아나타삔디까 장자여,) 감각적 욕망에 대한 탐욕으로 더럽혀지지 않는 아라한은 불타는 갈망에서 벗어나서 고요하고 평화스럽다. 그는 세 가지 집착 즉 번뇌, 축적된 업, 오욕락에서도 벗어났다. 모든 악을 물리쳤고, 모든 번뇌를 뿌리 뽑았기에, 모든 슬픔은 끝났다. 그러한 아라한은 언제나, 밤이나 낮이나,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진정으로 잠자고 살아간다.
(오, 아나타삔디까 장자여,) 네 가지 아라한도(阿羅漢道)에 의해서 다섯 가지 감각적 욕망을 잘라낸 아라한은, 번뇌의 불꽃을 껐으며, 아라한과로 열반을 보는 평온한 상태에 자주 들어간다. 타오르는 번뇌의 불꽃을 꺼버렸기에 그는 편안하고 고요하게 잠자고 살아간다.
그렇게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자세에서 어떻게 편안하고 고요하게 살아가는지 설명한 다음, 부처님께서는 자신의 가르침 순서대로,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욕망을 놓아버리는 공덕을 순서대로 가르쳤다. 다시 말하면 보시, 지계, 선정, 위빳사나로 이어지는, 즉 계를 지키는 것으로부터 도과를 얻는 것까지를 순서대로 가르쳤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마음이 수용적이고, 부드럽고, 장애가 없으며, 열망하고 있고, 기뻐하고 있고, 순수하며, 의식이 맑아졌음을 아시고, 원래 스스로 발견하신 사성제 법문을 하셨다. 그 법문을 듣고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수다원과를 획득했다.
그러자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세존께 이렇게 말했다.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너무나 기쁩니다!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너무나 기쁩니다! 세속에서의 비유처럼, 엎어졌던 것을 바로 세우시듯, 가렸던 것을 벗겨내시듯, 길 잃은 자에게 바른 방향을 가르쳐 주시듯, ‘눈을 가진 자들은 여러 가지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 등불을 비추시듯,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법을 명확하게 가르치셨습니다.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저는 부처님과 법과 승가가 피난처이며 의지처임을 알고 다가왔습니다.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오늘부터 제가 죽는 날까지 저를 삼보에 귀의한 불교신자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삼보를 피난처로 삼은 다음,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공양에 초대했다.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저의 기쁨과 공덕을 위하여, 부처님과 승가에게 내일 아침 공양을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여래는 장자의 아침 공양을 침묵으로 승낙하셨다.
그러자 아나타삔디까는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시계 방향으로 부처님 주위를 돌아서 경배 드리고, 자신이 머물고 있는 라자가하 장자의 저택을 향해 떠났다.
3) 라자가하에서 승가에 공양
부처님께서 아나타삔디까의 공양 신청을 수락하셨다는 소식은 즉시 라자가하 전체에 퍼졌다. 그 소식을 들은 라자가하의 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내일 아침 공양에 부처님과 승가를 초청했다는 소식을 들었네. 마침 그대는 우리 집에 손님으로 와 있으니, 공양에 필요한 식량과 자금을 내가 그대에게 지원해 주면 어떻겠는가?”
아나타삔디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양을 올릴 수 있다고 하면서 거절했다.
라자가하의 장자와 마찬가지로 라자가하의 상인 조합원들도 공양에 필요한 식량과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찾아왔다. 그들의 제안도 같은 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빔비사라 왕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법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그 제안도 “폐하, 그런 도움 없이 제가 가진 것만으로도 공양을 올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여 거절했다.
다음 날, 아나타삔디까는 자신의 매제인 라자가하 장자의 저택에서,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는 알맞은 장소에 앉아서 자신의 고향인 사왓티로 초청하는 말씀을 공손하게 드렸다.
“가장 존귀하신 여래시여, 부처님과 승가 전원께서 저의 고향인 사왓티에서 안거를 보내시기를 공손하고도 기쁜 마음으로 요청 드립니다.”
여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나타삔디까 보시자여, 완전히 스스로 깨달은 붓다들은 한적한 장소에서 머무는 것을 좋아하느니라.”
아나타삔디까가 대답했다.
“언제나 행복한 말씀을 하시는 존귀하신 부처님, 잘 알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아나타삔디까에게 법문을 하신 다음에 사원으로 돌아가셨다.
2.2 기원정사 보시
아나타삔디까는 그 당시 친구가 아주 많고 그의 말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존중되는 인물이었다. 그는 상품들을 서둘러 처분하고 사왓티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중간 경유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역설했다.
“정원에 나무를 심고, 숙박하고 쉴 수 있도록 그늘 집을 지으십시오. 사원을 짓고 탁발에 대비하여 식량을 비축하십시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나의 요청에 의해 여러분의 마을을 지나가실 것입니다.”
아나타삔디까의 권유에 따라, 중간 경유지에 사는 그의 모든 부유한 거래처들과 어릴 적 친구들은, 장자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자신들의 비용으로 공원과 정원과 그늘 집을 짓고, 탁발에 대비하여 식량을 비축하였다. 한편 가난한 사람들은 그늘 집과 사원 짓는 일을 맡아서 하였으며, 아나타삔디까로부터 받은 돈으로 탁발에 필요한 식량을 비축하였다.
45요자나인 라자가하와 사왓티 사이에 1요자나마다 그늘 집과 정원을 짓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데, 아나타삔디까는 현금 10만 루피와 10만 루피에 해당하는 목재와 공사용 자재 등을 기부하였다. 그 일을 끝마친 후 그는 고향인 사왓티로 돌아갔다.
1) 제따와나 정사[祇園精舍] 부지 선정과 구입
사왓티에 도착한 아나타삔디까는 다음 다섯 가지 조건에 맞는 사원용 부지 선정을 위해 주변의 토지를 둘러보았다. ⑴ 성으로부터 너무 멀지 않을 것 ⑵ 성으로부터 너무 가깝지 않을 것 ⑶ 도로와 인접해 있을 것 ⑷ 누구든지 원하는 시간에 찾아오기 쉬울 것 ⑸ 다섯 가지 욕망의 대상을 향한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 성이나 마을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곳. 그는 제따(Jeta, 기타, 祇陀) 태자의 정원이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을 발견하고 태자를 만나서 그 땅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전하, 저에게 전하의 정원을 합당한 가격에 파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따 태자가 대답했다.
“장자여, 그대가 내 정원에 금화를 빈틈없이 깐다고 해도 나는 그대에게 줄 수 없소.”
(제따 태자가 ‘정원을 팔 수 없소.’라고 했다면, 값을 제시한 것이 아님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무심코 ‘그대가 내 정원에 금화를 빈틈없이 깐다고 해도 나는 그대에게 줄 수 없소.’라고 말했다. 그것은 값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엄청난 값을 부른 셈이다.)
아나타삔디까는 제따 태자의 말에서 약속을 받아냈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요구했다.
“전하, 전하께서는 이미 정원을 파실 조건을 제시하셨습니다.” 제따 태자는 이렇게 부인했다.
“나는 내 정원을 판다고 말한 적이 없소.”
아나타삔디까는 태자가 땅을 팔아야만 한다고 주장한 반면에, 태자는 정원을 판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므로, 두 사람은 법원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담당 장관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전하, 전하께서 무심코 ‘금화를 빈틈없이 깐다고 해도’라고 말씀하심에 의해 엄청난 값을 제시하셨기 때문에, 전하의 정원을 파시겠다고 언질을 주신 것입니다.” (이것은 미묘하고 신중을 요하는 세속적인 말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예리한 지혜로 심사숙고해야 된다.)
그렇게 재판에서 이긴 다음, 아나타삔디까는 대량의 금화를 꺼내게 하여 제따 태자의 정원으로 운반하여 땅위에 빈틈없이 깔았다. 나무나 연못 때문에 깔 수 없는 자리는 그 넓이를 재서 그만큼 다른 곳에 금화를 깔았다. 이렇게 해서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사원 부지 구입용으로 비축해 두었던 1억 8천만 루피의 금화를 다 써 버렸다.
처음에 가지고 간 대량의 금화로, 입구의 아치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진입로용의 자그마한 땅을 제외하고는, 정원 전부를 빈틈없이 금화로 깔 수 있었다. 아나타삔디까는 하인에게
“여보게, 입구의 아치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진입로용 땅에 덮을 더 많은 금화를 가져 오게.”라고 명령했다.
2) 제따 태자의 진입로용 땅 기증
엄청난 재산을 보시함에 따라 아나타삔디까의 얼굴이 점점 더 밝아지는 것을 보면서 태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러한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해 장자가 엄청난 금화를 사용하는 것은 고귀한 보시임에 틀림없다.’ 이런 생각이 들자 태자는 장자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됐습니다. 그만하면 됐습니다. 더 이상 금화를 깔지 않아도 좋습니다. 내가 사원의 아치용으로 그 땅을 기증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나타삔디까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제따 태자는 유명한 분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런 유명인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헌신적으로 신봉하는 것을 보여준다면 커다란 이익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는 태자에게 해당되는 땅을 할당하여 사원 입구에 계단식 지붕으로 된 아치를 건설하도록 했다.
3) 제따와나 정사 건립
제따 태자의 정원을 1억 8천만 루피에 구입한 아나타삔디까는 추가로 1억 8천만 루피를 사용하여 그 위에 웅장한 사원을 지었다. 우선 그늘과 자연미를 살리는 데 필요한 나무는 남겨놓고 불필요한 나무는 잘라냈다. 여래의 숙소인 향실은 비구들의 숙소와 장중한 7층 아치 밑의 통로로 둘러싸였다. 사원 경내에 테라스 지붕의 승가용 법당들, 저장이 허용된 물품을 저장하기 위한 창고들, 화장실들, 지붕이 있는 연결 통로들, 지붕을 씌운 우물들, 별도의 건물들에 설치된 냉수 욕실들과 온수 욕실들, 사각형의 물탱크들, 그리고 정자들이 세워졌으며, 무엇 하나 필요 없는 것이 없었다.
4) 사왓티를 향한 부처님의 여행
금화 1억 8천만 루피를 들여서 구입한 매혹적인 땅에, 1억 8천만 루피를 투입하여 즐겁고도 쾌적한 제따와나 정사가 준공되었을 때, 아나타삔디까는 여래에게 심부름꾼을 통해서 초청장을 보냈다. 초청장을 받은 여래는 사왓티로 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한편으로는 사왓티가 자신의 생애의 많은 부분을 머무는 숙소 증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것을 내다보았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수많은 인간들과, 천신들과, 범천들을 구해주기에 알맞은 “승리의 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목적으로 여래는 승가를 이끌고, 아나타삔디까가 이미 마련해 놓은, 경유지의 1요자나마다 있는 그늘 집에서 하룻밤씩 머물면서, 라자가하의 죽림정사를 떠나서 사왓티로 향했다.
5) 육군비구로 인한 계율 제정
사위성으로 가면서 육군비구(六群比丘. 부처님 당시 악행을 일삼던 여섯 무리의 비구)가 승단보다 먼저 가서, “이것은 우리의 계사들이 사용하실 것이고, 이것은 우리의 스승들이 사용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좋은 쉼터와 좋은 숙소를 차지했다.
승가와 함께 여래께서 여행하실 때에는 언제나 따라가는 사리뿟따 존자가 여래 가까이에 머무는 오른쪽 상수제자로서의 특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나 결코 그렇게 하지 않고, 다른 비구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는 나이든 비구나 병든 비구를 보살피면서 행렬의 제일 끝에서 따라가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행렬의 제일 끝에서 따라갔기 때문에, 늦게 도착해서 모든 침대와 장소는 육군비구가 차지해 버리고, 잠잘 곳이 없어서 나무 밑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 이 사건을 알게 된 여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비구들이 서로를 존경하지 않고 질서가 없는데, 하물며 내가 반열반에 든 다음에는 오죽할까?’라고 생각했다.
비구들의 이런 모습에 걱정이 된 여래는 아침에 비구 회의를 소집하여 물으셨다.
“비구들이여, 육군비구들이 다른 이들보다 먼저 가서, 선배 비구들에게 적절한 휴식장소를 제공하지 않고 자기들이 좋은 숙소를 차지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것이 사실이라는 대답을 들은 여래는 그들을 꾸짖고 이치에 맞는 법문을 하신 다음에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비구들이여, 누구에게 자리와 세수할 물과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비구들은 “왕족인 비구들이 자리와 세수할 물과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다른 비구들은 “바라문 출신 비구들이 자리와 세수할 물과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비구들은 “자리와 세수할 물과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는 것은 장자 출신 비구들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한편 다른 비구들은 “율장을 잘 외우는 비구나 법문을 잘 하는 비구, 초선정을 성취한 비구, …… 이선정, 삼선정, 사선정을 성취한 비구가 자리와 세수할 물과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수다원인 비구, …… 사다함, …… 아나함, …… (신통력이 없는) 순수 위빳사나 아라한, 세 가지 지혜를 가지고 있는 아라한, 육신통을 가진 아라한이 가장 좋은 자리와 가장 좋은 세수할 물과 가장 좋은 탁발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라는 생각을 피력한 비구들도 있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나의 교법에서 자리나 세수할 물이나 탁발 음식에 대한 우선권에 관한 한, 출생이나 혈통이나 카스트(사성제도)나 사회적 신분은 중요하지 않으며, 율장이나 경전이나 논장을 잘 외우는 것도 중요하지 않으며, 초선정 등이나 수다원 등을 성취한 것도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는 비구들이여, 나의 교법을 준수하는 자는 선임자 순으로 합당한 존경을 표하고, 일어서서 인사하고, 인사할 때 합장하고, 적당한 예를 표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가장 좋은 자리, 가장 좋은 세수할 물, 가장 좋은 탁발 음식은 선임자 순에 따라야 한다. 가장 좋은 자리 등을 받는 것과 관련하여 법랍에 따른 선임자 순서만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선임 비구 순으로 그러한 우선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
“비구들이여, 현재로서는 사리뿟따가 나의 오른쪽 상수제자이다. 그는 내가 굴리기 시작한 법륜을 굴러가게 하고 있으며,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내 자리를 대신할 사람이다. 그런 사리뿟따가 쉴 자리가 없어서 나무 밑에서 걷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지난밤을 세웠다. 비구들이여, 심지어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비구들 사이에 그러한 무례와 배려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을진대, 하물며 내가 반열반에 든 다음에는 승단의 구성원들이 어떤 행동을 하겠느냐?”
그리고서 여래는 비구들을 훈계하기 위하여 자고(鷓鴣, 메추라기 비슷한 새)와 원숭이와 코끼리의 세 친구 이야기를 해 주셨다. “비구들이여, 옛날에 세 동물들조차 ‘서로 존경하지 않고 복종하지 않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 못된다. 우선 우리들 가운데 누가 가장 나이가 많은지 비교해 본 다음에 그에게 알맞은 경의를 표하고 인사를 하기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그들 중 가장 연장자를 선택한 다음에, 그를 존경하고 그에게 복종하였다. 그렇게 ‘연장자에게 존경을 표함’이라는 수행을 통해서 그들은 천상계에 재탄생하게 되었다.”
“비구들이여, 그 세 동물들, 자고와 원숭이와 코끼리조차도 상호 이익을 위하여, 서로 간에 예의 바르고, 공경하고, 공손함으로써 함께 살 수 있었다. 출가하여 바른 가르침을 펴는 나의 법에 대한 믿음으로 계를 받은 너희들이, 상호 이익을 해치고, 예절 바르지 않고, 서로 존중하지 않으면서 살아간다면, 그런 행동이 어울리거나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실로 그렇지 못하다. 정당한 존경과 겸손이 결여된 그런 행동은 외부인들에게 이 법에 대한 존경심과 존중심이 생기게 할 수도 없다. …… ”
육군비구를 질책하면서 상호 존중과 존경의 중요성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법문을 하신 다음, 여래는 다음 계율을 선포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선임자 순으로 정당한 존경을 표하고, 일어서서 인사하고, 인사할 때 합장하고, 적절한 예를 표할 것을 허용한다. 가장 좋은 자리, 가장 좋은 세수할 물, 가장 좋은 탁발 음식은 선임자 순에 따라야 한다. 비구들이여, 전체 승가에 속하는 사원의 거주지나 숙소에 관해서, 선임자 순서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반한 자는 경미한 죄를 범한 것이다.”
6) 숭배해서는 안 될 10가지 사람
그렇게 두 가지, 하나는 허용하는 것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허용되지 않는 것에 관한 계율을 정하신 다음, 여래는 계속해서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숭배해서는 안 될 10가지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⑴ 먼저 수계한 비구는 나중에 수계한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⑵ 비구는 비구가 아닌 사람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⑶ 비구는 다른 종단에 속하면서 법이 아닌 말을 하는 사람은, 연장자일지라도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⑷ 비구는 여자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⑸ 비구는 거세된 사람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⑹ 허물이 없는 비구는 승가로부터 승적이 중지된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⑺ 허물이 없는 비구는, 승잔죄(僧殘罪. 대중에 참회하면 승단에 계속해서 남아 있을 수 있는 죄. Saṅghadisesa)를 범한데 대하여 첫 번째 참회기간을 마친 다음, 그에 추가하여 또 다시 참회기간 동안 참회해야 한다는 심판을 받은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참회기간 동안. 추가 참회기간 동안 즉 승가의 동의를 받기 위해 6일 동안 참회하는 동안. 다시 복권되기 직전의 참회기간 동안.)
⑻ 허물이 없는 비구는 참회기간을 마쳤지만 승잔죄의 심판을 받은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⑼ 허물이 없는 비구는 승잔죄를 속죄하고 있는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⑽ 허물이 없는 비구는 승잔죄를 속죄했지만 다시 복권되기 직전인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존경할 가치가 없는 10가지 사람에 대해서 설명한 다음, 여래는 계속해서 공경해야 될 3가지 사람을 열거하셨다.
7) 공경해야 될 3가지 사람
“비구들이여, 다음 3가지 사람들은 공경 받을 만하다.
⑴ 먼저 수계한 비구는 나중에 수계한 비구에 의해 공경 받을 만하다.
⑵ 다른 종단에 속하더라도 법에 합치되는 말을 하는 사람은 공경 받을 만하다.
⑶ 사람들과 천신들과 범천들로 구성되어 있는 중생계에서, 공양 받을 만하고, 스스로 완전히 깨달은, 고귀한 붓다는 모든 중생들에 의해서 공경 받을 만하다.
비구들이여, 이들이 3가지 공경 받을 만한 사람들이다.”
8) 성대한 기원정사 헌정식
수많은 비구들을 대동하고 라자가하를 출발한 여래는, 사왓티로 향하여 순조롭게 여행을 계속하여 사왓티의 국경에 도착하였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상징적인 물을 뿌리는 의식을 포함해서, 기원정사를 여래께 바치는 엄청난 규모의 의식을 다음과 같이 준비하고 있었다.
① 수마나 공주
위빳시(Vipassi) 부처님 시대에 꼬살라국의 빠세나디 왕에게는 수마나(‘재스민’이라는 뜻임) 공주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머리 회전이 빠르고 지성적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먼저 위빳시 부처님께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우유로 우유밥을 만들어서 공양을 올렸다. 여래를 비롯한 승가에 공양을 올리면서 이렇게 서원했다. “존귀하신 부처님, 기나긴 윤회의 굴레에서 제가 어디에서 재탄생하든지, 제가 살아가는 데 부족한 것이 있다든지 찢어지게 가난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이 재스민 화환을 바치는 공덕으로 아주 사랑받고 매력적이며 수마나라는 이름을 갖게 해 주십시오.” 그녀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녀는 지옥에 태어나는 적이 없었고, 과거 세계가 91겁 동안, 인간계와 천상계에 번갈아 태어났다. 그녀가 어디에서 재탄생하든지 탄생할 때는 언제나, 재스민 꽃비가 거의 무릎까지 내려서 그녀는 언제나 “수마나”라고 이름 지어졌다. (상세한 내역은 앙굿따라 니까야 주석서 vol. 3 참조)
현세의 고따마 부처님 시대에 그녀는 꼬살라국의 빠세나디 왕의 큰딸로 태어났다.
그녀가 태어날 때, 궁정 전체에 재스민 꽃비가 거의 무릎까지 내렸다. 그래서 그녀는 부왕에 의해서 수마나라고 이름 지어졌다. 수마나 공주와 동시에 500명의 여자 아기들이 태어났다. 공주와 함께 태어난 500명은 사치스럽게 양육되었다. 500명에게 각자의 지위에 맞는 장식을 한 500대의 마차를 하사했으며, 공주가 궁 밖으로 나갈 때는 언제나 같은 날 태어난 500명도 각자의 마차에 타고 따라다녔다.
네 개의 큰 대륙 중의 하나인 인도 전역을 통틀어서, 500명의 시종들에게 각자의 지위에 맞는 장식을 한 500대의 마차를 준 어린 소녀는 다음과 같이 단 3명뿐이었다.
⑴ 빔비사라 왕의 딸인 쭌디(Cundi) 공주
⑵ 다난짜야 장자의 딸로 태어나서 사왓티 동쪽에
녹모(鹿母) 강당(Pubbārāma Monastery)을 보시한 위사카
⑶ 꼬살라국의 빠세나디 왕의 딸인 수마나.
여래가 기원정사를 기증받으려고 사위성에 오셨을 때 수마나 공주는 일곱 살이었다. 아나타삔디까는 꼬살라국의 빠세나디 왕을 알현하고 이렇게 요청했다.
“폐하, 여래께서 사위성으로 오시는 것은 우리에게 축복인 동시에 폐하께도 축복입니다. 그래서 저는 폐하께서 여래를 환영하기 위하여, 따님인 수마나 공주를 500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물을 담은 항아리와 향과 꽃을 들려서 보내주시기를 간청하옵니다.” 왕은 “장자여, 아주 좋습니다.”라고 하면서 찬성하고, 아나타삔디까의 요청대로 조치를 취하였다.
공주는 부왕의 명령대로 공주라는 신분에 어울리게 꽃으로 치장을 하고 여래를 환영하기 위하여 출발했다. 그녀와 수행원들은 여래에게 꽃과 향기를 공양 올리고 알맞은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여래는 수마나에게 법문을 하였고, 그에 따라 수마나와 500명의 수행원들은 수다원과를 성취했다. 동시에 500명의 다른 젊은 여자들, 500명의 나이든 여자들, 그리고 500명의 남자신도들도 수다원과를 성취했다.
그리하여 2천명이 성자의 첫 번째 단계를 성취했고, 여래는 그날 계속해서 기원정사로 향해서 나아가셨다.
② 아나타삔디까 자신의 화려하고 웅장한 환영 행사
여래를 사원으로 안내하는 데 수마나 공주만 참여토록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아들과 사왓티의 장자들의 아들인 500명의 수행원도 참여토록 하였다. 아버지가 기대하는 대로 아나타삔디까의 아들과 그의 500명의 수행원들은 다섯 가지 색으로 된 의식용 옷을 입고 밝은 색의 리본을 들고, 여래 앞의 각자의 위치에서 사원을 향하여 행렬을 똑바로 인도하였다.
아나타삔디까의 두 딸인 쭐라 수밧다와 마하 수밧다도 사왓티의 장자들의 딸인 500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각각 물이 가득 든 항아리를 들고, 오빠의 뒤를 따라 갔다.
아나타삔디까의 부인인 뿐나 락카나가 보석으로 치장하고 예복을 입고 500명의 장자 부인들과 함께, 각각 달콤한 향과 다른 공양물이 들어 있는 금잔 혹은 은잔을 들고 그 뒤를 따랐다.
장자에 어울리는 값비싼 예복을 입은 아나타삔디까 자신이, 장자에 어울리는 값비싼 예복을 입은 그의 동료 500명의 장자와 함께, 여래를 환영하고 영접하는 행렬 끝에 따라왔다.
기다란 행렬에 인도되어, 여래의 존재로 인한 후광 때문에 주변의 숲을, 황금색의 노란 액체 웅황(雄黃. 노란색 안료)처럼 황금색으로 반짝이게 하면서, 수많은 비구들을 대동한 여래께서는 앞으로 나아가셨다. 그리하여 한없이 우아하고 영광스런 일체지의 부처님께서는 기원정사의 경내로 들어가셨다.
③ 물 뿌리는 의식으로 기원정사를 승가에 헌정
환영식의 마무리로서 아나타삔디까는 여래에게 다가가서, 다음 날 자신의 저택에서의 아침 공양 의식에 여래와 승가를 정중하게 초청했다. 다음 날 아침 딱딱하고 부드러운 산해진미를 준비한 다음에, 아나타삔디까는 하인을 사원으로 보내서 “가장 고귀하신 부처님이시여,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식사하실 시간입니다.”라고 말씀 드리게 했다. 여래는 승가를 대동하고 장자의 집으로 와서 각자를 위해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아나타삔디까는 열성스런 신앙심으로, 여래와 비구들에게 손수 맛있는 음식을 떠드리면서 시중을 들고 알맞은 자리에 앉아서 여래께 말씀 드렸다.
“가장 영광스런 여래시여, 기원정사를 헌정하는 방법을 저에게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여래께서는 아나타삔디까에게 지침을 주셨다. “그대는 동서남북으로부터 이미 도착한, 지금 도착하고 있는, 미래에 도착할 모든 비구에게 사원을 바치는 것이 적절하다.” 부처님으로부터 지침을 받은 아나타삔디까는, 상징적으로 물을 뿌림으로써, 동서남북으로부터 이미 도착한, 지금 도착하고 있는, 미래에 도착할 모든 승가에게 기원정사를 바쳤다.
④ 사원 보시에 감사하는 다섯 개의 게송
기원정사를 정식으로 헌납 받은 다음, 여래께서는 사원 보시에 대해 감사하는 법문을 다섯 개의 게송으로 하셨다.
⑴ (우리가 기증 받은 사원은) 몸 안의 사대 요소의 장애나 혹독한 추위의 위험으로부터, 산불로 인한 열기의 위험으로부터, 사자나 표범이나 호랑이 등의 맹수들에 의한 위험으로부터, 뱀이나 전갈이나 이 등의 파충류나 기어 다니는 생명체로부터의 위험으로부터, 물면 집중이 방해되는 각다귀나 모기나 파리의 위험으로부터, 우기가 아닌 풋소(phusso. 12월~1월)의 초하루부터 팍구노(phagguno. 2월~3월)의 보름날까지의 2개월 사이에 일주일 동안 내리는 비로 인해 으슬으슬한 추위의 위험으로부터, 그리고 우기의 폭우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해 준다.
⑵ (우리가 기증 받은 사원은) 속도가 매우 빠르고 몹시 뜨거운, 강력하고 무서운 계절풍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정신이 산란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구들을 한적하게 홀로 지낼 수 있게 해 주고, 행복하고 위험 없이 살 수 있게 해 주고, 선정을 닦을 수 있게 해 주고, 위빳사나 수행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원을 보시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시한 사원에 의해서 승가에게 그러한 이익을 줬음을 명심하라는 것이 요점이다.) 과거와 현재의 붓다들은, 승가에 사원을 보시한 것을 고귀하다고 칭찬한다.
⑶ 그러므로 바르게 생각하고 인간계에서의 이익과 열반을 지향하는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현명한 사람은, 승가가 몸이 편안하고 안락하며 마음이 고요하도록 사원을 지어야 한다. 사원을 지은 다음에, 현명하고 덕이 있으며 사원을 관리하고 돌보는 데 필요한 다음과 같은 자질과 자격이 있는 주지에게 그것을 보시하여야 한다. ⑴ 법랍 10년 이상인 사람 ⑵ 율장의 두 부분 즉 비구 위방가와 비구니 위방가에 능통한 사람 ⑶ 율장에 의거한 승가의 정규적인 모임에 관해서 여러 가지 행사를 관리하고 집행할 수 있는 사람. ⑷ 오온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 ⑸ 그리고 정신과 물질을 구별하는 지혜에 정통한 사람. 이러한 자격을 갖춘 장로를 사원의 주지로 선임해야 한다.
⑷ 정신적으로 올바르고, 덕성스럽고, 식견이 있는 사원의 거주자들에게, 삼보와 선행의 이로운 과보에 대한 완전한 믿음으로, 보시자들은 탁발 음식과 음료수와 가사와 침구를 보시해야 한다. (이 게송에서 여래는 사원들의 보시자들로 하여금 거주하는 비구에게 네 가지 필수품도 지원하라고 가르치신다.)
⑸ 그 대신에 사원에 거주하는 박식한 비구들은, 이 필수품의 보시자들의 이익을 위하여, 윤회의 사이클에서의 모든 고통으로부터 해탈로 이끄는 법을 연민과 자애로 가르쳐야 한다. 팔정도라는 놀라운 내 교법에서, 순수한 믿음을 가진 선원의 보시자는 선원에 거주하는 비구들로부터 그러한 법문을 듣고, 그들의 가르침에 따라서 수행하면 깨닫게 되어서, 번뇌를 완전히 뿌리 뽑고 고통이 소멸된 아라한이 될 것이다.
여래께서는 아나타삔디까의 헌정에 대한 감사로, 사원을 보시하는 이익에 대한 법문을 하신 다음 기원정사로 돌아가셨다.
⑤ 아홉 달 동안 계속된 축제
여래가 도착한 다음 날부터 시작된 사원의 성공적인 헌정을 위한 의식은 9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녹모 강당을 헌정한 위사카에 의한 의식은 4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9개월 동안 축제를 개최하느라고 여러 가지 보시에 사용된 비용은 1억 8천만 루피였다.
그리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원하기 위하여, 아나타삔디까는 모두 5억 4천만 루피(금화 5억 4천만 개), 즉 땅을 사는데 1억 8천만 루피, 사원을 짓는데 1억 8천만 루피, 사원의 성공적인 헌정을 위한 축제에 1억 8천만 루피를 사용했다.
3. 보시자 중 제일인 아나타삔디까
기원정사만으로도 5억 4천만 루피가 소요된 셈이다. 부처님과 승가에 정기적으로 보시하는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 제비를 뽑아서 매일 500명의 비구에게 탁발 음식 제공
- 500명의 비구에게 달이 차는 동안(초승달에서 보름달까지)에 한 번, 달이 기우는 동안(보름달에서 그믐달까지) 한 번 탁발 음식 제공.
- 제비를 뽑아서 매일 아침에 500명의 비구에게 죽 제공
- 500명의 비구에게 달이 차는 동안 한 번, 달이 기우는 동안 한 번 죽 제공.
- 매일 다음과 같이 탁발 음식 제공
① 사위성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탁발하는 길에 익숙하지 않은 500명의 비구
②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500명의 비구
③ 병든 500명의 비구
④ 병든 비구를 돌보는 500명의 비구
- 아나타삔디까의 집에는 언제나 500명의 비구가 앉을 자리가 있었다.
그리하여, 한때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남자 재가불자들에게 그들이 쌓은 공덕에 대한 칭호를 주실 때, “비구들이여, 기쁜 마음으로 보시하는 나의 남자신도들 중에서, 아나타삔디까 장자인 수닷타가 제일이다.”라고 선언하셨다.
4. 아나타삔디까를 교계한 경
4.1 아나타삔디까의 죽음
[여기서는 아나타삔디까가 아주 선호했던 아나타삔디까를 교계한 경(M143)을 요약하여 기술하기로 한다. 이 법문의 전체 내용은 우빠리빤나사(Uparipaṇṇāsa)를 보면 된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중병에 걸려서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하인을 불러서 말했다.
“세존을 찾아뵙고 가까이 다가가서 그분의 발 앞에 엎드려서 ‘세존이시여,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중병에 걸려서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세존의 발 앞에 머리를 숙이고 인사드립니다.’라고 말씀드리게. 그리고는 사리뿟따 존자를 찾아뵙고 가까이 다가가서 그분의 발 앞에 엎드려서 ‘존자시여,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중병에 걸려서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리뿟따 존자의 발 앞에 머리를 숙이고 인사드립니다. 존자시여, 불쌍히 여기시어 사리뿟따 존자께서 그의 집을 방문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라고 말씀드리게.”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건강할 때에는, 보통 하루에 두 세 번씩, 형편이 여의치 않을 때에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부처님을 찾아뵈었다.)
하인은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주인님,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는 세존에게로 갔다. 부처님 발 앞에 엎드려 절하고는 주인이 지시한 대로 세존께 말씀 드렸다. 그 다음에 사리뿟따 존자에게로 간 다음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발 앞에 엎드려 절하고는, 주인이 지시한 대로 존자께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집을 방문해 주십사고 요청했다. 사리뿟따 존자는 침묵으로 수락했다.
사리뿟따 존자는 가사를 고쳐 입은 다음 대가사를 걸치고 발우를 들고, (다른 비구 대신에) 아난다 존자를 시자로 삼아 (이것은 당시의 관습이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집으로 갔다. 존자를 위해 마련된 자리에 앉은 다음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물었다. “장자여, 아프지 않습니까? 점차 나아지고 있습니까? 고통이 감소되고 증가되지 않습니까? 감소되는 것 같고 증가되지 않는 것 같습니까?”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네 가지 예를 들면서, 자신이 어떻게 아프다고 느끼는지, 조금도 좋아지지 않고 있음을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 고통이 증가되고 있고 감소되고 있지 않은지, 어떻게 고통이 증가되고 있는 것 같고 감소되고 있지 않는 것 같은지를 사리뿟따 존자에게 대답했다.
(사리뿟따 존자는 장자의 병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죽어야만 끝나는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그에게 이익이 될 만한 법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존자는 다음과 같이 광범위하고도 자세하게 법문을 했다. 왜냐하면 죽어야만 끝나는 병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갈망과 자만과 잘못된 견해로 인하여, 여섯 가지 종류의 감각기관, 여섯 가지 종류의 감각대상, 여섯 가지 종류의 의식, 여섯 가지 종류의 접촉, 여섯 가지 종류의 감각 등에 집착하고 있는 사람의 병을 치유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사리뿟따 존자는 이렇게 말했다.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나는 보는 감각을 가진 물질인 눈에 대해서, (갈망이나 자만이나 잘못된 견해를 통해서 생기는) 집착을 하지 않겠으며, 나에게 (눈을 좋아하는 미세한 집착(nikanti)을 통해서) 눈에 의존하는 의식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장자여, 그대는 삼학(계정혜)을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여기서 “그대는 ‘나는 눈에 대해서 집착을 하지 않겠다.’라고 수행해야 합니다.”라는 것은, 눈을 무상(無常)하고 괴롭고(苦) 실체가 없는 것(無我)으로 보라고 훈계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눈을 무상한 것으로 보면 자만의 발판이 사라지기 때문, 즉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눈을 괴로운 것이라고 보면 ‘나의 눈’이라는 눈에 대한 갈망과 집착이 생길 수 없다. 눈을 무아라고 보면 자기 자신 혹은 에고를 ‘나의 자아’라고 보는 잘못된 견해가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만과 갈망과 잘못된 견해를 통해서 생기는 오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눈을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되풀이하여 보아야 한다.
자만과 갈망과 잘못된 견해라는 세 가지 오해들은 거친 마음의 상태이다. 그러한 오해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눈에 대한 미세한 집착은 남아 있기가 쉽다. 사리뿟따 존자는 장자에게 이러한 미세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의식을 가지라고 훈계한다.
귀, 코, 등의 다른 다섯 가지 감각기관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감각기관의 대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자만과 갈망과 잘못된 견해를 통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도록, 그리고 눈에 대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미세한 집착도 하지 않도록 자신을 훈련시키라고 아나타삔디까 장자를 훈계한 다음, 사리뿟따 존자는 나아가서 다음과 같이 훈계했다.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귀 … 코 … 혀 … 몸 … 마음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겠다. [마음(mind)에 대한 미세한 집착에 대해서조차도 집착하지 않겠다.]’ … … ⑴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형상 … 소리 … 냄새 … 맛 … 감촉 대상 … 마음의 대상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겠다. [마음의 대상(mind-object)에 대한 미세한 집착에 대해서조차도 집착하지 않겠다.]’ … … ⑵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눈의 의식 … 귀의 의식 … 코의 의식 … 혀의 의식 … 몸의 의식 … 마음의 의식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겠다. [마음의 의식(mind-consciousness)에 대한 미세한 집착에 대해서조차도 집착하지 않겠다.]’ … … ⑶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눈의 접촉 … 귀의 접촉 … 코의 접촉 … 혀의 접촉 … 몸의 접촉 … 마음의 접촉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겠다. [마음의 접촉(mind-contact)에 대한 미세한 집착에 대해서조차도 집착하지 않겠다.]’ … … ⑷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눈의 접촉에서 생기는 느낌 … 귀의 접촉에서 생기는 느낌 … 코의 접촉에서 생기는 느낌 … 혀의 접촉에서 생기는 느낌 … 몸의 접촉에서 생기는 느낌 … 마음의 접촉에서 생기는 느낌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겠다. (마음의 접촉에서 생기는 느낌에 대한 미세한 집착에 대해서조차도 집착하지 않겠다.)’ … … ⑸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땅의 요소(地大) … 물의 요소(水大) … 불의 요소(火大) … 바람의 요소(風大) … 공간의 요소 … 의식의 요소(the element of consciousness)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겠다. (의식의 요소에 대한 미세한 집착에 대해서조차도 집착하지 않겠다.)’ …… ⑹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물질(色) … 느낌(受) … 인식(想) … 형성(行) … 의식(識)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겠다. (의식의 요소에 대한 미세한 집착에 대해서조차도 집착하지 않겠다.)’ …… ⑺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공무변처(空無邊處)의 선정 … 식무변처(識無邊處)의 선정 … 무소유처(無所有處)의 선정 …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의 선정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겠다. (비상비비상처의 선정에 대한 미세한 집착에 대해서조차도 집착하지 않겠다.)’ …… ⑻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나는 지금부터는 이 세상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 세상에 대한 미세한 집착을 통한) 이번 생에 의존하는 의식이 나에게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장자여, 그대는 삼학을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나는 저 세상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저 세상에 대한 미세한 집착을 통한) 저 세상에 의존하는 의식이 나에게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장자여, 그대는 삼학을 이렇게 수행해야 합니다.” …… ⑼
(첫 번째부터 여덟 번째까지의 설명은 중생계에 대한 언급이다. 아홉 번째 것에서 ‘이 세상’은 의식주 등의 소유물에 관련된 형성을 말한다. ‘저 세상’은 인간계를 초월한 모든 형태의 존재를 말한다. 사리뿟따 존자는 저 세상을 언급함으로써, 장자가 천상계에서의 거대한 저택과 호화로운 음식이나 옷 등에 대해서 갈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렇게 사리뿟따 존자는 아홉 번 광범위하고도 자세하게 법문을 했다. 갈망과 자만과 잘못된 견해라는 세 가지 뿌리는,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어야 완전히 제거된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세 가지 중에 잘못된 견해는 수다원의 지혜를 얻었을 때 뿌리 뽑혀진다. 사리뿟따 존자는 이들 세 가지 오해 중 어느 것을 통해서 생기는 집착이든지, 마음속에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수행하라고 아나타삔디까 장자를 되풀이해서 훈계했다. 이는 아라한과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홉 가지 요인, 즉 감각기관, 감각대상, 의식, 접촉, 느낌, 사대(地水火風), 오온, 무색계 선정, 그리고 인지할 수 있는 모든 현상들(sabba dhamma)에 대한 이 훈계는 장자를 감동시켰다.
법문이 끝나자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슬피 울었다. 그러자 아난다 존자가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말했다.
“장자여, 그대는 자신의 재산에 집착합니까? 덕행을 망설이고 있습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존자여, 저는 재산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망설이지도 않습니다. 저는 실로 오랜 세월 동안 세존을 모셨으며, 존경받을 만한 스님들도 모셨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문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아난다 존자가 말했다.
“장자여, 흰옷을 입는 재가자는 이러한 법문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재가자들은 아내나 자식들 등의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유능한 하인이나 기름진 땅 등으로부터 떠나라는 훈계를 따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자여, 이러한 법문은 비구들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습니다. (비구들만이 이러한 훈계의 진가를 알고 받아들일 수 있다.)”
“사리뿟따 존자여, 존자에게 간청합니다. 이 법문을 흰옷을 입은 재가자에게 해 주십시오. 존자여, 번뇌의 먼지로 뒤덮이지 않아서 잘 이해하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이러한 법문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출세간법을 알 수 없게 된다면 커다란 손실입니다. 단지 존자가 법문을 하기만 하면 법을 완전히 이해하고 아라한과를 획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한 “이러한 법문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라는 말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장자가 부처님으로부터 그와 같이 심오한 의미를 가진 훈계를 들은 적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전에는 아라한과로 인도하는 교리를, 아홉 가지 다른 각도에서 자세하게 법문을 들은 적이 없었다. 즉 여섯 가지 감각기관, 여섯 가지 감각대상, 여섯 가지 의식, 여섯 가지 요소, 오온, 네 가지 무색계 선정, 이 세상과 저 세상을, 그것들을 인지할 수 있는 모든 방법, 즉 보고, 듣고, 획득하고, 인지하는 방식으로 되풀이하여 광범위하고도 자세하게 그에게 법문한 적은 없었다.)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자애와 보시에 의한 기쁨은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현저한 특징이었다. 그는 부처님이나 존경받을 만한 비구를 방문할 때 빈손으로 간 적이 없었다. 아침에는 죽과 음식을, 오후에는 버터기름, 꿀이나 당밀 등을 가지고 가곤 했다. 아주 가끔 그들에게 드릴 공양물이 없을 때에는, 데리고 다니는 하인에게 고운 모래를 가지고 오게 해서 사원에 뿌리도록 했다. 사원에서 보시하고 계를 지킨 다음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행동하는 것을 보면 마치 보살처럼 훌륭하다는 평판이 날 정도였다. 24년간 아나타삔디까 장자와 지내는 동안, 부처님께서는 그에 대해서 “나는 4아승기와 10만 겁 동안 자애를 실천했다. 그대는 나의 뒤를 따르고 있다.”라고 하시면서 그의 자애를 크게 칭찬하셨다. 사리뿟따 존자 같은 위대한 제자들은 보통 장자에게 자애로 하는 보시의 이익에 대해서 법문했다. 그래서 사리뿟따 존자가 지금 설한 법문과 관련하여, 아난다 존자가 그에게 “장자여, 흰옷을 입는 재가자들은 이러한 법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것을 부처님께서 도와 과의 지혜로 인도하는 위빳사나 지혜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법문하신 적이 없다는 뜻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사실상 장자는 위빳사나 지혜를 향상시켜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들었다. 단지 지금 이 법문처럼 아홉 번 되풀이해서 상세하게 들은 적은 없었다. 이는 “아나타삔디까를 교계한 경”에 대한 복주서가 “실제로는, 부처님께서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성자의 도를 얻는 지름길로서 위빳사나 지혜의 계발이라는 주제로 법문을 하셨다.”라고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다.)
4.2 도솔천에 재탄생
아나타삔디까 장자를 훈계한 후에 사리뿟따 존자와 아난다 존자는 떠났다. 그들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장자는 죽었고, 죽은 다음에 도솔천에 천신으로 태어났다.
그 날 깊은 밤중에 아나타삔디까 천신은 부처님 계신 곳을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여기서 시를 언급하기 전에 아나타삔디까 천신이 부처님을 찾아간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 아나타삔디까 천신은, 도솔천에 탄생한 뒤, 이곳은 엄청난 감각적 쾌락으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하였다. 길이가 3가우따(1가우따는 3.5km)인 그의 몸은 금덩어리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의 저택, 쾌적한 정원, 단지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는 소원 성취 나무 등 실로 매혹적이었다. 천신이 자신의 전생을 회상해 보니 이렇게 눈부신 존재로 태어난 것은 삼보에 헌신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천신으로서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한가함과 편안함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로 하여금 훌륭한 법을 망각하고, 감각적 쾌락에 쉽게 빠질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지금 인간계로 가서 나의 과거 공덕인 기원정사와, 승가와, 부처님과, 성자의 도와, 사리뿟따 존자를 칭송하는 노래를 불러야 하겠다. 그런 다음에 천상으로 돌아와서 새로운 이 삶을 즐기기 시작하리라.”고 결심했다.)
4.3 세존께 바치는 사구게
1. “(세존이시여,)
승가가 낮이나 밤이나
머무는 이 기원정사는
법의 제왕인 세존께서 계시기에
저에게는 기쁨이 생기는 곳입니다.”
(기원정사는 부처님의 향실, 뾰족탑이 있는 정사각형의 사원, 수많은 비구들의 숙소, 그리고 과일 나무와 꽃나무와 관목과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벤치로 구성된 대형 정사였다. 사람들이 즐겨 찾아오는 보기 드물게 우아한 성지였다. 그러나 기원정사의 진정한 매력은 부처님과 고귀한 제자들처럼 번뇌가 없는 성자들이 그곳에 거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나타삔디까 같은 성자의 마음을 끄는 것은 외관적인 매력보다 그 장소의 영적인 아름다움이었다.)
2. 의도 지혜 집중 지계에* 의해서
중생이 청정해집니다.
가문이나 재산에 의해서
청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연(聯)에서 아나타삔디까는 성자의 길의 구성 요소인 팔정도를 칭찬하고 있다.]
*원주: 의도란 팔정도와 연관된 의도적 행위[action(i.e. volitional activities associated with magga)]를 말한다.
지혜란 바른 견해와 바른 생각을 말한다.
집중은 바른 노력, 바른 사띠, 바른 집중을 말한다.
지계란 계를 지키는 덕성스러운 삶(바른 말, 바른 노력, 바른 생계)을 말한다.
3. 그러므로 자신의 복리를 추구하는* 현명한 사람은
집착의 대상인 오온의 무상 고 무아를
바른 인식으로 관찰해야 합니다.
그렇게 관찰하는 사람은 사성제를 깨달아서 청정해집니다.
[위빳사나 지혜를 사용하여 궁극적으로 분석하면, 중생이 자신이라고 집착하는 몸-마음의 복합체인 이 몸의 진정한 본성이 드러난다. 위빳사나 지혜가 도의 지혜까지 완전히 향상되면, 현상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통하여, 고통의 진리(苦聖諦. 되풀이되는 삶에 대한 두려움)가 통찰된다. 고통의 원인의 진리(集聖諦)가 통찰되고 버려진다. 고통의 소멸의 진리(滅聖諦)가 직접적인 경험으로 깨달아진다. 도의 진리(道聖諦)를 계발함에 의해 그것이 꿰뚫어서 이해된다. 그러면 수행자는 번뇌들로부터 해방되고 청정이 성취된다. 아나타삔디까는 이 연에서 위빳사나 지혜의 향상과 도의 지혜를 깨달음을 칭찬하고 있다.]
*원주: 자신의 복리(welfare)를 추구하는 것은 열반을 성취함으로써 끝나는 것임.
4. 비구들이 저쪽 언덕(열반)에 도달함에 있어서는
사리뿟따와 동등합니다.
그러나 사리뿟따의 지혜와 지계와 고요함은
그들 중 가장 고귀합니다.
(이 연에서 아나타삔디까는 사리뿟따 존자의 덕행을 칭찬하고 있다.)
아나타삔디까 천신은 이 사구게를 세존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아무런 말씀 없이 그 게송을 경청하심으로써 동의하셨다. 그러자 아나타삔디까 천신은 ‘스승께서 나의 말에 기뻐하신다.’고 생각하면서, 세존께 인사드리고 바로 사라졌다.
그런 다음, 밤이 끝나서 아침이 되었을 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구들이여, 지난 밤 한밤중에 어떤 천신이 나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하고 알맞은 자리에 섰다. 그리고서 나에게 이 사구게를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아나타삔디까 천신이 읊은 게송을 비구들에게 암송하셨다.
(여기서 부처님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직관력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서 아나타삔디까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마자, 아난다 존자가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세존이시여, 그 천신은 아나타삔디까 천신일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사리뿟따 존자를 무척 공경하였습니다.”
“아난다여, 잘 말했다. 아난다여, 잘 말했다. 너는 바른 직관력을 가졌구나. 아난다여, 그 천신은 바로 아나타삔디까 천신이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