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라다 대장로(2)
라다의 수행과 아라한과 성취
부처님의 지시를 공손히 따른 사리뿟따 존자는 라다 바라문을 출가시킨 공식 회중에서는 계사 역할을 했다. 그는 부처님이 바라문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비구가 된 나이 많은 비구를 잘 보살폈다.
그는 라다 스님을 숲속 거처로 데리고 갔다. 서열이 낮은 신참 비구는 네 가지 필수품에 대한 특권이 거의 없다. 선임 비구였던 사리뿟따 존자는 이러한 필수품들을 받는 데 우선권이 있었지만, 그는 라다 스님과 함께 그것들을 공유했고, 자신은 매일 탁발해서 먹고 살았다. 그리하여 라다 스님은 사리뿟따 존자에 의해 정사의 거처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계사로부터 성스러운 길을 실천하는 법을 배운 다음에 부지런히 실천하여 머지않아 아라한과를 얻었다.
알리나찟따(Alīnacitta) 자따까
그 후 사리뿟따 스님은 라다 스님과 함께 부처님께 예경을 올렸다. 부처님은 라다 스님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었지만 사리뿟따 존자에게 물었다. “사리뿟따여, 나는 라다 비구를 그대가 보살피도록 하였다. 라다는 잘 지내는가? 그는 출가생활에 만족해 하는가?” 사리뿟따 존자가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가 가르침에 완전히 만족하느냐고 물으신다면 라다 같은 비구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이후에 비구들 사이에 사리뿟따 존자에 대한 이런 칭찬의 말이 유행했다. “도반들이여, 사리뿟따는 감사의 마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진 감사의 빚을 반드시 갚는 성향이 있다네.” 부처님이 이 말을 듣고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구들이여, 사리뿟따가 그의 마지막 생에서 감사한 빚을 기억하고 갚은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동물에 불과했던 그의 오랜 전 과거생에서도 그는 그런 감사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자 비구들은 부처님께 사리뿟따 존자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알리나찟따(Alīnacitta) 자따까(Duka Nipāta) 이야기를 해 주셨다.
비구들이여, 과거에 500명의 목수들이 산 밑에 살면서 나무를 쓰러뜨리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뗏목으로 만들어 하류로 내려 보내곤 했다. 큰 상아가 있는 코끼리(tusker)가 자신이 부러뜨린 큰 나뭇가지에 찔려서 부상을 당했다. 뾰족한 나뭇가지에 심하게 찔려서 코끼리는 거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삼일 동안 코끼리는 매일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는 그들이 자기를 도와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는 사람들을 따라갔다. 사람들이 코끼리가 따라오는 것을 보고 놀라서 뛰었다. 그러자 코끼리는 따라가지 않고 멈췄다. 목수들이 달리기를 멈추자 코끼리는 다시 그들에게 다가갔다.
현명한 목수의 지도자는 코끼리의 행동을 보고 생각했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을 때 코끼리는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우리가 뛰면 코끼리는 멈췄다.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코끼리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코끼리는 그들에게 다가와서 자기의 다친 발을 보여준 다음에 드러누웠다. 이제 목수들은 코끼리의 행동을 이해했다. 코끼리가 심각한 부상을 당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코끼리에게 가서 상처를 조사하여 코끼리 발에 박혀 있는 큰 나뭇가지의 끝을 가지런하게 잘라내고, 끝 부위에 튼튼한 밧줄을 묶은 다음 나뭇가지를 빼어냈다. 그들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상처를 약초로 소독한 다음 붕대로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처는 치료됐고 코끼리는 건강을 회복했다.
자신을 치료해 준 사람들이 너무나 고마워서 코끼리는 그들에게 진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는 자기가 사는 곳으로 돌아가서 전신이 새하얀 어린 코끼리를 데리고 왔다. 그것은 가장 상서로운 간다(gandha) 품종의 흰 코끼리였다. 목수들은 코끼리가 어린 코끼리와 함께 되돌아온 것을 보고 대단히 기뻐했다. 코끼리는 고귀한 새끼 코끼리를 단지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이를 명백히 하려고 그는 거기를 혼자서 떠났다.
새끼 코끼리는 그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아빠 코끼리가 목수들에게 돌아가라는 소리 신호를 보내자 새끼 코끼리는 그렇게 했다. 목수들은 새끼 코끼리에게 “아가야, 우리는 네가 필요 없다. 네 아빠에게 돌아가렴.”이라고 말했다. 새끼는 돌아갔지만 아빠 코끼리는 되돌려 보냈다. 목수들이 세 번 돌려보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래서 그들은 기꺼이 새끼를 받기로 했다. 500명의 목수들이 주는 한 주먹씩의 밥이 새끼 코끼리에게는 충분한 끼니가 되었다. 그는 목수들을 도와서 뗏목으로 만들 수 있게 잘라낸 통나무 쌓는 것을 도와주었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주석서는, 사리뿟따 존자가 코끼리였을 때 감사를 표현하는 이 대목까지만 이야기하고 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자따까에 있는 것이다.)
(알리나찟따 자따까 계속)
그때부터 흰 코끼리 새끼는 목수들의 팀원이 되었다. 목수들이 시키는 대로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을 도왔다. 목수들은 자신들의 밥을 나눠줘서 코끼리를 먹였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목수들과 새끼는 강에서 목욕하며 같이 놀았다.
고귀한 코끼리나 고귀한 말이나 고귀한 사람에게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그들은 물속에서는 절대로 대소변을 보지 않고 물 밖으로 나와서 볼 일을 본다. |
어느 날 바라나시 상류로부터 커다란 급류가 휘몰아쳐 내려왔다. 그 급류 속에 흰 코끼리의 마른 대변 덩어리가 떠 내려와서 바라나시 공중 빨래터에 있는 덤불에 걸렸다. 그때 왕의 코끼리 사육사들이 500마리의 코끼리들을 목욕시키려고 강으로 데리고 왔다. 코끼리들은 여기저기 냄새를 맡다가 흰 코끼리의 대변 냄새를 맡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들은 감히 물속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고 꼬리를 치켜세운 채 도망치려고 했다. 코끼리 사육사들은 코끼리를 담당하고 있는 수의사들에게 코끼리들의 이상한 행동을 알려줬다. 그들은 왕의 코끼리들을 패닉 상태에 빠지게 한 무언가가 물속에 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 덤불에 걸려있는 대변 덩이를 찾아냈다. 이제 500마리의 코끼리들을 놀라게 한 원인이 명백해졌다. 커다란 항아리에 물을 채우고 거기에 흰 코끼리의 대변을 넣어서 녹였다. 향기로운 그 물로 500마리의 코끼리들을 씻겼다. 그때서야 비로소 코끼리들은 마음 놓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코끼리 수의사들은 이 사건을 왕에게 보고하면서 고귀한 흰 코끼리를 찾을 것을 강력히 건의했다. 왕은 많은 부하들로 구성된 탐험대를 이끌고 강 상류로 올라가서 드디어 산 밑에 있는 목수들의 작업장에 도달했다. 그때 물속에서 목욕하고 있던 흰 코끼리는 왕의 북치는 소리를 듣고 주인인 목수들에게 달려갔는데, 그들은 왕을 환영했다. “대왕이시여, 왕께서 목재를 구하러 여기까지 친히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을 보내시면 됩니다.” 왕이 말했다. “친구들이여, 우리가 목재를 구하러 여기 온 것이 아니라, 그대들의 소유인 저 흰 코끼리를 원해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서슴지 마시고 가져가십시오.”
그러나 어린 코끼리는 주인들을 떠나려고 하지 않고 서 있는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코끼리 수의사들은 왕에게 어린 코끼리가 자신의 주인들이 충분히 보상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왕은 어린 코끼리의 여섯 부위인 네 발과 코와 꼬리 쪽에 각각 은화 10만 냥씩을 주라고 명령했다. 그래도 그는 꼼짝하지 않고 왕이 사람들 각자에게도 선물을 주기를 바랐다. 목수들과 그 부인들에게 옷을 한 벌씩 주고, 코끼리의 놀이친구인 그들의 자식들에게 장난감을 준 다음에 비로소 새끼 코끼리는 왕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어린 코끼리는 멀어져가는 목수들과 부인들과 아이들이 안 보일 때까지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왕을 따라갔다.
어린 코끼리는 호송을 받으며 장식된 도시 전체와 코끼리 사육장을 시계 방향으로 세 번 돌았다. 그런 다음 그는 왕실의 기마로 치장된 코끼리 사육장으로 들어갔다. 어린 코끼리는 왕실의 기마인 동시에 국왕의 개인적 친척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왕족 신분의 모든 권한을 가졌으며, 왕실 재산의 절반을 배정받았다. 그가 도착한 날로부터 바라나시는 인도 전역을 지배하게 되었다.
세월이 좀 흐른 다음에 보살이 바라나시의 첫 번째 왕비에게 수태되었다. 만삭이 가까워오자 왕이 별세했다. 왕이 죽었다는 소식은 상심을 우려하여 흰 코끼리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왕의 죽음을 옆의 나라인 꼬살라가 알게 되자 꼬살라 왕이 바라나시를 포위하였다. 바라나시의 시민들은 꼬살라 왕에게 특사를 보내어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점성가의 말에 의하면 우리의 왕비가 일주일 후에 아이를 낳을 거라고 합니다. 왕비가 아들을 낳으면 우리는 전쟁에 임할 것입니다. 그 동안 꼬살라 왕이 전쟁을 일주일만 미루어줄 수는 없겠습니까?” 꼬살라 왕이 동의했다.
왕비는 칠 일째 되는 날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탄생하자 바라나시 시민들이 환호했기 때문에, 그 소년은 “알리나찟따(Alīnacitta) 태자”라고 명명되었다. (알리나찟따는 ‘환호하게 하는(brings good cheer)’라는 뜻임)
상호 합의한 대로 태자가 탄생한 날 전쟁이 시작되었다. 포위된 도시의 용사들은 용감히 싸웠으나 총사령관이 없어서 사기가 떨어져 있었다. 대신들은 패배를 면하기 위해 왕비에게, 흰 코끼리에게 왕의 죽음을 알리고 꼬살라 왕에게 포위된 왕이 없어 곤경에 처한 도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비가 동의했다. 그리고는 갓 난 태자를 왕의 문장으로 치장하여 흰 천위에 올려놓고, 왕비는 대신들을 거느리고 코끼리 사육장으로 가서 아기를 흰 코끼리의 발 곁에 놓고 말했다. “오, 위대한 흰 코끼리여, 우리는 그대가 상심할 것을 우려하여 왕의 죽음을 그대에게 알리지 않았소. 이 아기가 그대의 서거한 친구인 왕의 아들인 태자요. 지금 우리의 도시는 꼬살라 왕에게 포위되어 있어 그대의 어린 태자가 위험에 처해 있고, 도시를 지키는 군인들은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소. 이제 그대는 아기를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있고, 침입자들로부터 아기와 그의 왕좌를 지킬 수도 있소.”
그러자 흰 코끼리는 코로 아기를 애무하더니 들어 올려서 머리 위에 놓고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그런 다음 아기를 왕비의 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꼬살라 왕을 산 채로 잡아오겠다.”라는 의미로 행동을 개시하는 울음소리를 내고, 코끼리 사육장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대신들은 작은 쇠사슬을 엮어 만든 갑옷을 코끼리에게 입혀서 포위되어 있는 성문 밖으로 나가게 했다. 성문 밖으로 나간 흰 코끼리는 학과 같은 괴성을 지르며 포위하고 있는 군대를 뚫고 달려가서, 꼬살라 왕을 코로 휘감아 잡아와서 알리나찟따 군주의 발 앞에 놓았다. 태자를 해치려고 위협하는 적인 꼬살라 왕에게 “꼬살라 왕이여, 지금부터 명심하시오. 태자를 우습게보지 마시오.” 그러자 꼬살라 왕은 승복했다.
그 이후로 인도 전체의 종주권(宗主權)은 알리나찟따 태자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감히 태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왕은 아무도 없었다. 보살인 태자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그는 알리나찟따 왕이 되었다. 그는 정의롭게 나라를 다스렸고 수명이 다하자 천상계에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