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누룻다 대장로
1. 과거생에서의 서원
10만 겁 전 빠두뭇따라 부처님시절에, 미래의 아누룻다(Anuruddha) 대장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장자였다. 어느 날 오후 사원에 가서 공경스런 마음으로 부처님께 예경 드린 다음, 청중들의 끝에 서서 부처님의 법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차례로 법문을 하신 다음에, 부처님께서는 어떤 비구를 천안통에 제일이라고 선언하셨다.
그러자 장자는 ‘이 비구는 천안통에 제일이라고 부처님께서 직접 선언하셨다. 내가 미래의 부처님 시대에 천안통을 얻은 비구 중에서 최고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청중을 뚫고 들어가서 부처님과 승가를 초청했다. 다음 날 그는 부처님을 비롯한 승가에게 성대하게 보시했다. ‘나는 아주 높은 지위를 서원한다.’는 생각으로 그 다음 날도 “제가 공덕을 쌓도록 내일도 오십시오,”라고 말하면서 초청했다. 그렇게 성대한 보시를 칠 일 간 했다. 부처님과 그 일행인 비구들에게 최고급 가사를 드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서원을 말했다.
“존귀하신 부처님, 제가 이런 공양을 올린 것은 천상에서 호사스럽게 살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쾌락을 누리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칠 일 전에 부처님께서는 어떤 비구를 천안통에 있어서 최고라는 지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저는 그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부처님 시대에 천안통에 있어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를 서원합니다.”
서원을 말씀 드린 다음에 장자는 부처님의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미래를 조사해 보신 부처님께서는 장자의 서원이 달성되리라는 것을 아시고, “보시자여, 10만 겁 후에 고따마 부처가 틀림없이 출현할 것이다. 그 부처 시대에 그대는 아누룻다라는 이름으로 천안통을 얻은 사람들 가운데 제일인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신 다음, 음식 공양에 감사하는 법문을 하시고 사원으로 돌아가셨다.
부처님께서 살아 계시는 동안 장자는 많은 선행을 하였으며, 빠두뭇따라 부처님께서 반열반하신 다음에는, 높이가 7요자나인 황금 사당을 지은 다음, 스님들에게 물었다. “스님님들이시어, 미래에 천안통을 얻으려면 어떤 선행을 하여야 합니까?” 고귀한 비구들이 대답했다. “보시자여, 등불을 보시해야 합니다.” 그러자 그는 우선 천 그루의 큰 나무에 천 개의 횃불을 달아서 보시했고, 바로 그 다음에 천 그루의 중간 크기의 나무에 천 개의 횃불을 달아서 보시했고, 바로 그 다음에 천 그루의 작은 나무에 천 개의 횃불을 달아서 보시했다. 이런 식으로 수천 개의 나무와 횃불을 보시했다. 그의 등불 보시는 셀 수 없이 많았다.
1.1 깟사빠 부처님의 사당에 등불 보시
평생 동안 덕행을 한 미래의 아누룻다인 장자는 천상계와 인간계에 번갈아 태어났다. 10만 겁이 흘러 가섭 부처님께서 살아 계실 때 그는 또 다시 바라나시 시의 장자로 태어나서,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신 다음에 1요자나 높이의 사당을 건설했고, 수많은 황금 컵을 만들어서 그 컵들을 모두 버터기름으로 채웠다. 그 컵들 속에 당밀로 만든 과자를 넣어 불을 붙였다. 사당 주변에도 황금 컵에 불을 밝혔는데 각 컵의 둥근 가장자리가 서로 닿아 있었다. 또한 커다란 황금 항아리를 만들어 버터기름으로 채웠다. 가장자리에 수많은 심지를 꽂아서 불을 붙였고, 가운데에는 헝겊을 꼬아서 심지로 만들어서 불을 붙였다. 머리 위에 수많은 등불을 켠 대접을 올려놓고, 그는 사당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밤새도록 부처님을 추모했다. 그 생에서도 살아 있는 한 선행을 했고, 죽은 다음에 천상에 태어났다.
1.2 안나바라로서의 생애
고따마 부처님께서 출현하시기 전에, 그는 또다시 바라나시에서 태어났지만 이번에는 가난하게 태어나서, 수마나(Sumana)라는 장자의 하인이었다. 그의 이름은 안나바라(Annabhāra)였다. 수마나 장자는 자기 집 대문에 가난한 사람들과 여행자들과 거지들을 위하여 넉넉하게 보시를 하였다.
하루는 우빠릿타(Upariṭṭha)라는 이름의 벽지불이 향취산(香醉山. Gandhamādana 산)에서 멸진정에 들어 있다가, 그 선정에서 나와서 ‘오늘은 누구를 도와줄까?’를 생각했다. 벽지불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천성이다. 그날 우빠릿타 벽지불은 가난한 안나바라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숲에서 돌아올 시간에 벽지불은, 발우와 가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공중으로 날아올라 향취산을 떠나 마을 입구에서 안나바라의 바로 앞에 내려섰다.
벽지불의 발우가 비어 있는 것을 본 안나바라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물었다.
“스님, 탁발하실 것입니까?”
벽지불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라고 말하고 급히 집으로 가서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내 몫으로 남겨 둔 밥 있소?”
아내가 있다고 대답하자 벽지불에게로 돌아와서 발우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가 과거에 공덕을 쌓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먹을 것을 걱정하며 살고 있소. 우리가 보시하려고 해도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소. 그리고 우리가 줄 것이 있을 때는 받을 사람이 없소. 오늘 나는 우빠릿타 벽지불을 만났고 또 내가 먹을 음식이 있소. 내 음식을 이 발우에 담으시오.”
현명한 아내는 ‘남편이 자기 몫을 벽지불에게 줄 때, 나의 공덕을 위해 나도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기 몫의 음식도 발우에 함께 넣어 벽지불에게 주었다. 안나바라는
“스님, 저를 빈곤에서 벗어나고, ‘없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하게 해 주시고, 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조차 모르게 해 주십시오.”
라고 서원을 말했다. 벽지불은 예언하는 듯이 말했다.
“그대, 위대한 보시자여! 그대의 서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땅에 펴면서 안나바라가 말했다
“스님, 여기 앉으셔서 식사를 하십시오.”
안나바라가 마련해 준 자리에 앉은 다음, 벽지불은 아홉 가지 음식에 대해 혐오하는 인식이라는*1 명상을 하면서 식사했다. (아홉 가지는 ① 숙소에서 탁발하러 떠나기 ② 탁발 음식 얻기 ③ 먹기 ④ 분비물(가래, 담즙, 피, 고름 등) ⑤ 삼킨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위장 ⑥ 소화되기 전의 음식물 ⑦ 소화된 음식물 ⑧ 음식의 결과물*2 ⑨ 배출물*3 ⑩ 묻은 것*4을 말한다.) 벽지불이 식사를 마친 다음에, 안나바라는 발우를 씻을 물을 갖다 드렸다. 식사를 마친 우빠릿타 벽지불은 음식에 대한 감사로 축원을 해 주었다.
*주1: 역주: 『청정도론2』(대림 스님 옮김, 초기불전연구원, 2004, 225-235쪽))의 “음식에 대해 혐오하는 인식(Āhārepaṭikūla-saññā)” 참조.
*주2: 역주: 결과물이란 음식이 적당하게 소화될 때에는 머리털, 몸의 털, 손톱, 이빨 등 여러 가지 더러운 것을 생산해낸다. 바르게 소화되지 않으면 피부병, 가려움, 두드러기, 전염병, 폐병, 기침, 하혈 등 백 가지 병을 생산해낸다. 이것이 음식의 결과물이다. 위의 『청정도론2』 참조.
*주3: 역주: 배출물이란 눈곱, 귓밥 등의 방법으로 여러 가지 문으로 배출한다. 삼킬 때는 여러 친지들과 함께 삼키지만 내보낼 때는 대소변의 상태로 된 것을 혼자서 배출한다. 첫날 그것을 먹을 때는 즐겁고 만족스럽고, 최상의 희열과 기쁨을 느낀다. 둘째 날 배출할 때는 코를 막고, 얼굴을 찌푸리며, 혐오스럽고 민망스럽다. 첫날에는 그것을 갈망하고, 탐하고, 게걸스럽고, 얼빠지게 삼켰지만, 단 하루 지난 둘째 날에는 탐함도 없고, 괴롭고, 부끄러워하고, 혐오스러워하면서 배출한다. 그래서 옛 스승들은 말씀하셨다.
“맛난 음식, 마실 것, 딱딱한 음식, 부드러운 음식이 하나의 문으로 들어가서 아홉 문으로 배출된다.
맛난 음식, 마실 것, 딱딱한 음식, 부드러운 음식을 여러 친지들과 함께 먹지만 배출할 때는 숨어서 한다.
맛난 음식, 마실 것, 딱딱한 음식, 부드러운 음식을 즐기면서 먹지만 배출할 때에는 혐오스러워한다.
맛난 음식, 마실 것, 딱딱한 음식, 부드러운 음식은 하룻밤이 지나면 모두 썩어버린다.”
위의 『청정도론2』 참조.
*주4: 역주: 묻은 것이란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이 손과 입술과 혀와 입천장에 묻음으로써 혐오스러워지는 것을 말한다. 위의 『청정도론2』 참조.
“그대의 모든 서원과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초승달이 보름날이 되면 둥글고 밝게 되는 것처럼, 그대의 올바른 모든 일들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기를!”
그렇게 말한 다음 벽지불은 갈 길을 갔다.
1.3 여신의 칭찬
그 순간 수마나 장자의 의전용 우산을 수호하는 여신이 기쁨에 넘쳐서 진지하게
“오, 우빠릿타 벽지불에게 보시를 훌륭하게 하였구나!”
라고 세 번이나 칭찬하였다. 장자가 말했다.
“여신이여, 내가 오랜 세월 동안 보시하는 것을 계속 봐 왔지 않습니까?”
여신이 대답했다.
“장자여, 나는 그대의 보시행에 대해 칭찬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안나바라의 보시행을 기뻐하고 칭찬한 것입니다.”
그러자 장자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야말로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내가 비록 오랫동안 보시를 해 왔지만 신들은 나를 칭찬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하인인 가난한 안나바라는 공양 받을 만한 이를 만나서 단 한 번의 공양으로 칭찬을 받았다. 적절한 선물을 주고 그의 공양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장자는 안나바라를 불러서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오늘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주었는가?”
그가 대답했다.
“네, 주인님. 오늘 우빠릿타 벽지불을 만나서 제가 먹을 음식을 드렸습니다.”
“친애하는 안나바라여, 한 냥을 줄 테니 그대의 공양을 나에게 팔게.”
장자가 제안했다.
“주인님,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라고 거절하자, 수마나 장자는 점점 올려서 천 냥까지 주겠다고 했다. 안나바라는 이렇게 말하면서 계속 거절했다
“천 냥을 주신다고 해도 저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수마나는 사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에 이렇게 요구했다.
“안나바라 형제여, 나에게 넘길 수 없다면 천 냥을 받고 공덕을 나와 나누세!”
“저는 공덕을 주인님과 나눌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잘 모릅니다. 제가 우빠릿타 벽지불에게 여쭈어 보고 그렇게 하라고 하시면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한 다음 벽지불을 부지런히 쫓아가서 이렇게 물었다
“스님, 수마나 장자가 저에게 천 냥을 주면서 제가 스님께 올린 공양의 공덕을 나누자고 합니다. 제가 그의 몫을 주어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
그러자 벽지불이 말했다.
“현자여, 비유를 하나 들겠다. 100가구가 사는 마을에 등불이 켜진 집이 그대의 집 하나뿐이라고 하자. 나머지 99가구의 집주인이 기름에 적신 심지를 가지고 와서 그대의 램프에서 불을 붙여간다면, 그대의 집의 불빛은 전과 같겠는가 아니면 감소되겠는가?”
“스님, 그것은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전보다 더 밝아질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자 벽지불은 분명하게 설명했다.
“현자여,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자신의 보시 공덕을 다른 이에게 나누어 준다면, 한 수저든 한 국자든, 100명에게 나누어 주든 1,000명에게 나누어 주든, 그의 공덕은 나누어 가진 사람 수에 따라서 더욱 증가하고 커질 뿐이다. 만약 그대가 공덕을 장자와 나눈다면, 공양을 보시한 공덕은 두 개가 된다. 하나는 원래의 것인 그대의 것이고, 또 하나는 장자의 것이다.”
의심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고무되고 격려된 안나바라는, 공경스러운 마음으로 인사를 드리고 주인에게 돌아갔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공덕을 나누어 주었다 “주인님, 제가 음식 공양을 올려서 받은 공덕에서 주인님 몫을 가져가십시오.” 그리고는 그들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장 자 : 형제여, 그럼 1,000냥을 받으시오.
안나바라 : 주인님, 저는 음식 공양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저의 공덕을 기꺼이 나누어 드리는 것입니다.
장 자 : 형제여, 그대는 그대의 공덕을 기꺼이 나에게 나누어 주었네. 내 쪽에서는, 그대의 덕행을 표창하는 뜻으로 1,000냥을 그대에게 주는 것이네. 형제여, 사양하지 말고 받게.
이런 청을 받은 안나바라는 이렇게 말하면서 돈을 받았다. “정히 그러시다면 받겠습니다, 주인님.” 그러고서 수마나가 말했다. “형제여, 1,000냥을 받은 다음에는 그대가 직접 일할 필요가 없네. (그대는 더 이상 나의 하인이 아니네.) 큰 길 옆에 그대의 집을 짓도록 하게. 필요한 자재는 무엇이든 다 내 집에서 가져가도록 하게.” 장자는 약속을 추가했다.
1.4 장자가 된 안나바라
멸진정에서 출정한 직후의 벽지불에게 드린 음식 공양은 딧타담마 웨다니야(diṭṭhadhamma-vedaniya) 즉 공양한 당일에 과보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바로 그 날, 딧타담마 웨다니야의 공덕으로,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지만 장자는 안나바라를 왕궁으로 데리고 갔다.
궁전에 도착하자, 안나바라의 덕행으로 인하여, 왕은 장자에게는 별로 눈길을 주지 않고 안나바라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장자와 왕 사이에 다음과 같이 대화가 이어졌다.
장자 : 대왕이시여, 왜 이 사람을 응시하십니까?
왕 : 장자여, 나는 이 사람을 전에 본 적이 없기 때문이오.
장자 : 대왕이시여, 이 남자는 응시할 만합니다.
왕 : 장자여, 응시할 만하게 하는 그의 덕행이 무엇이오?
장자 : 그가 오늘 자기 몫의 음식을 우빠릿타 벽지불에게 보시했기 때문에 저는 그에게 1,000냥을 상으로 주었습니다.
왕 : 그의 이름은 무엇이요?
장자 : 대왕이시여, 안나바라입니다.
왕 : 그대가 1,000냥을 주었으니 나도 그에게 상으로 1,000냥을 추가로 주겠소.
그렇게 말하면서 왕도 그에게 1,000냥의 상을 주었다.
나아가서 왕은 부하들에게 안나바라의 집을 지어주라고 지시했다. 왕의 지시를 받은 부하들이 낡은 집이 있던 부지를 고르는데, 곡괭이로 땅을 파기만 하면 놀랍게도 황금 항아리 하나가 나온 다음 또 하나가 연달아서 계속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왕에게 그 사실을 보고했다. 왕이 계속 파라고 지시해서 계속 팠더니 항아리가 계속 나왔다. 왕에게 또 보고하자 왕은 계속하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 이름으로 파지 말고 안나바라의 지시를 받아서 파라.”
부지로 돌아간 부하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팠다.
“우리는 안나바라의 지시로 파고 있다.”
곡괭이와 괭이로 파는 곳마다 황금 항아리가 커다란 버섯처럼 솟아나왔다.
왕의 부하들은 황금 항아리를 모두 모아서 왕에게 가지고 가서 쌓아 놓았다. 왕은 신하들을 불러 회의를 개최하여 이렇게 물었다.
“안나바라를 제외하고, 누가 이 바라나시 시에서 저렇게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소?”
신하들이 아무도 없다고 대답하자 왕은 이런 지시를 내렸다.
“신하들이여, 그렇다면 안나바라를 나의 이 바라나시 시에서 ‘다나셋티(Dhanaseṭṭhi)’라는 이름의 왕실 장자로 임명하겠소.”
바로 그날부터 안나바라는 왕으로부터 부의 상징인 흰 우산을 하사 받고 왕실 장자가 되었다.
2. 마지막 생에서 고행자 생활
다나셋티 장자가 된 이래 그는 생을 마칠 때까지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죽은 다음에는 천상에 태어났다. 미래의 아누룻다인 그 덕 높은 사람은 오랫동안 천상과 인간계를 방랑하다가, 우리의 고따마 부처님께서 출현하실 무렵, 석가족의 왕족인 숙꼬다나(Sukkodana)의 집에 태어났다. 그는 아누룻다라고 이름 지어졌다. 아누룻다 왕자는 부처님의 숙부인 숙꼬다나의 아들이었으며 마하나마(Mahānama)의 동생이었다. 그는 대단히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하였다.
2.1 아누룻다의 출가 *5
*주5: “2.1 아누룻다의 출가”는 『GCB: The Great chronicle of Buddhas』Volume Ⅲ 95-104쪽을 번역한 것이다.
처음으로 까삘라왓투를 방문하신 부처님께서는, 2,000명의 아라한과 함께 까삘라왓투를 떠나 왕사성으로 가는 길에, 휴식하기 위하여 말라 국의 아누삐야(Anupiya) 망고 나무숲에 도착하였다.
1) 석가족 왕자 1,000명의 출가
그때 숫도다나 왕은 석가족의 왕족을 모두 불러놓고 말했다.
“석가족의 왕족들이여, 만약 나의 아들이 군주의 길을 선택했다면, 칠보가 나타나서 네 개 대륙을 통치하는 전륜성왕이 되었을 것이오. 그리고 나의 손자 라훌라는 큰 아들 보배가 되어, 지상의 모든 왕족들과 함께 전륜성왕을 수행하여, 바퀴 보배가 가는 모든 지방의 통치를 도왔을 것이오. 석가족의 왕족인 그대들은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소.”
(군주가 전륜성왕으로서 충족시켜야 하는 거룩한 의무인 계율을 지키면, 그에게 강력한 칠보 즉 바퀴 보배, 코끼리 보배, 말 보배, 보석 보배, 여왕 보배, 장자 보배, 큰 아들 보배가 생긴다. 머리에 기름을 붓는 의식을 거쳐서 전륜성왕이 된 다음에는, 왼손에 황금 주전자를 들고, 오른 손으로 바퀴 보배에 물을 뿌리며, 이렇게 결단한다. “존엄한 바퀴가 계속 굴러가기를! 존엄한 바퀴 보배가 승리하기를!” 바퀴 보배가 네 개 대륙을 네 가지 방향으로 계속 굴러간다. 전륜성왕은 그 뒤를 큰 아들 보배가 총사령관으로서 위대한 군대와 함께 따라간다. 바퀴가 멈추면, 전륜성왕은 그의 위대한 군대와 함께 야영을 한다. 각 지역의 라이벌인 왕들은 그에게로 와서, 예경을 올리고 전륜성왕의 제후가 된다.)
이제 나의 고귀한 아들이 왕족의 혈통으로서 부처님이 되었으니, 왕족의 혈통인 왕자들만이 그의 시중을 들도록 하는 것이 좋겠소. 그러므로 왕족 각 가정마다 왕자 한 명씩을 나에게 보내기 바라오. 나는 그들을 데리고 가서 내 아들 부처님 앞에서 출가시키도록 하겠소.”
그들은 즉시 “폐하,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동의했다. 그래서 왕족 중 1,000명이 자발적으로 왕을 따라 아누삐야 망고 숲으로 가서 부처님으로부터 계를 받고 비구가 되었다.
2) ‘없다’는 말을 모르는 아누룻다 왕자
그런데 여섯 명의 왕자 즉 아누룻다, 밧디야, 아난다, 바구, 끼밀라, 데와닷타만은 따라가지 않았다. 그러자 석가족들 사이에서 이런 비난의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모두 아들을 출가시켰는데 어떻게 이 여섯 왕자들은 마치 그들이 친척이 아닌 이방인처럼 행동할 수가 있는가? 어떻게 감히 계를 받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마하나마 왕자는 동생인 아누룻다에게 가서 이렇게 상의했다.
“사랑하는 동생 아누룻다야, 우리 가족 중에서는 아직 아무도 계를 안 받았으니, 우리 둘 중에 한 명은 계를 받아야만 한다.”
여기서 아누룻다는 극단적으로 부드러운 사람이고, 엄청나게 부유하고 호사스럽게 태어나고 길러졌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 아누룻다는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 의미를 모르는 왕자였다.
상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하루는 이 여섯 왕자들이 공기놀이를 하면서 지는 사람은 과자를 내기로 하였다. 아누룻다가 져서 약속한 대로 시종을 어머니에게 보내서 과자를 가져오게 하였다. 어머니는 요구하는 대로 과자를 보냈다.
여섯 왕자들은 즐거이 과자를 먹고 계속 게임을 했다. 아누룻다는 게임에서 계속 져서 어머니는 세 번을 계속해서 과자를 보내 주었다. 그러나 네 번째로 시종을 보냈을 때 과자가 떨어져서 ‘노 케이크(과자가 없다)’라는 대답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없다’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아누룻다 왕자는 그 대답을 듣고, 그것이 과자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노 케이크’를 가지고 오라고 시종을 되돌려 보냈다. 아들이 ‘없다’는 말의 의미를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아는 어머니는, ‘없다’는 것의 의미를 가르치려고 서둘러서 빈 황금 컵을 다른 황금 컵으로 덮어서 아들에게 보냈다.
그때 그 도시의 수호신들이 안나바라가 전생에서 쌓은 공덕을 상기했다. “가난한 사람 안나바라였던 그가 어렵게 얻은 자기 몫의 음식을 우빠릿타 벽지불에게 공양 올리면서 ‘저를 빈곤에서 벗어나고, “없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하게 해 주시고, 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조차 모르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서원을 말했다.” 천신들은 아누룻다가 빈 컵을 보게 내버려두면 자신들이 천신들의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런 일이 생기면 자신들의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나게 되어 있었기에 그들은 빈 황금 컵을 천상의 과자로 채웠다.
공기놀이하는 곳에서, 천상의 감미로운 과자가 가득 든 컵이 열리자마자, 도시 전체에 그 향기가 퍼졌고, 아누룻다가 한 조각을 입에 넣자 천상의 음식 맛이 그의 칠천 개의 미각신경에 스며들었다.
아누룻다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어머니는 나에게 이 ‘노 케이크’를 만들어 주신 적이 없다.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시나 보다. 지금부터 나는 다른 과자는 안 먹고 이 ‘노 케이크’만 먹겠다.’ 궁전으로 돌아온 그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님, 저를 진실로 사랑하세요, 사랑하지 않으세요?”
어머니가 대답했다.
“내 사랑하는 아들 아누룻다야, 마치 눈을 하나만 가진 사람이 그 눈을 가장 아끼고 소중히 하듯이, 나는 너를 다른 무엇보다도, 내 심장보다도 더 사랑한단다.”
그러자 아누룻다가 다시 물었다.
“어머니, 저를 그렇게 사랑하신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왜 그런 과자를 한 번도 만들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이상한 질문을 받은 어머니는 젊은 시종을 불러 물었다.
“이보게, 컵 속에 무엇이 있었는가?”
그가 대답했다.
“네, 컵 속에는 우리가 전에 본 적이 없는 감미로운 음식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전생에 쌓은 선업 공덕으로 힘과 영광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천신들이 컵 속에 천상의 감미로운 음식을 넣어 왕자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생각해 냈다.
그러자 아누룻다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저는 지금부터 노 케이크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먹을 것입니다. 저를 위하신다면 노 케이크만 만드세요.”
그 이후로는 아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하면 어머니는 단지 번 컵을 다른 컵으로 덮어서 보내기만 하였다. 계를 받기 전의 재가자 생활을 하는 동안 천신들이 그에게 천상의 과자를 계속 보냈다. 그렇다면 ‘없다’는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누룻다가 어떻게 비구 생활을 이해했을까?
아누룻다는 그의 형인 마하나마에게 물었다.
“형님, 계를 받는다는 것이 무슨 뜻이에요? 무엇과 비슷해요?”
마하나마가 대답했다.
“사랑하는 동생아, 계를 받는 사람은 머리와 수염을 깨끗하게 깎고, 황색 옷을 입고, 나무 침대나 사탕수수나 대나무 침상에서 자고, 탁발하러 다닌다. 이것이 수계한 사람의 삶이다.”
그러자 아누룻다는 이렇게 대답했다.
“형님, 저는 부드럽고 섬세한 사람이니 수계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마하나마가 대답했다.
“사랑하는 아누룻다야, 그렇다면 네가 세속의 일을 배워서 우리 집안을 이끌어가는 것이 좋겠구나. 왜냐하면 우리 둘 중의 한 명은 반드시 수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누룻다가 물었다.
“형님, ‘세속의 일’이 무슨 뜻이에요?”
아누룻다처럼 고귀한 가문에 태어나서 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세속의 일을 알겠는가?
3) 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는 왕자들
이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세 왕자들 즉 끼밀라와 밧디야와 아누룻다 셋이서 대화를 하다가 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 토의하게 되었다. 끼밀라 왕자는 논을 본 적은 없었고 쌀이 왕의 곡물창고에서 나오는 것만 보았기에, 밥은 곡물창고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논에서 벼를 수확하는 것을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곡물창고에서 나오는 것도 본 적이 없고 솥에서 밥하는 것만 본 적이 있는 밧디야 왕자는,
“너는 밥이 실제로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구나. 솥이 밥의 실제 원천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
고 말했다. 아누룻다 차례가 되자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모두 밥의 원천에 대해서 무식하구나. 그것의 원천은 멋있는 보석으로 장식된 황금 접시다.”
이 세 왕자들은 밥의 원천에 대해서 완전히 무식했기에, 아누룻다가 형에게 “형님, ‘세속의 일’이 무슨 뜻이에요?”라고 정직하게 물은 것이다.
4) 세속 일에 피곤해진 아누룻다 왕자
형인 마하나마가 말했다. “내 사랑하는 동생 아누룻다야, 내가 세속의 일을 가르쳐 주겠다.
① 비가 오지 않을 때 땅을 쟁기로 갈아엎어야 한다.
② 쟁기질한 다음에 씨를 뿌려야 한다.
③ 씨 뿌린 다음에 시간을 맞춰 가면서 물을 주어야 한다.
④ 때가 되면 물을 빼야 한다.
⑤ 물을 뺀 다음에 계속적으로 잡초를 뽑아야 한다.
⑥ 자주 잡초를 뽑아준 다음에 곡식이 익자마자 추수해야 한다.
⑦ 추수한 다음에 세워 놓은 볏단을 타작할 곳으로 옮겨야 한다.
⑧ 타작하기 위하여 볏단을 펴서 쌓아놓아야 한다.
⑨ 펴놓은 다음에 볏단을 완전히 타작해야 한다.
⑩ 타작한 다음에 줄기를 골라내야 한다.
⑪ 쭉정이를 골라내야 한다.
⑫ 쭉정이를 골라낸 다음에 키질을 해야 한다.
⑬ 키질한 다음에 벼를 곡물창고에 저장해야 한다.
⑭ 위의 일을 다 한 다음에도 매년 똑같은 반복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누룻다가 형에게 말했다.
“형님, 이 모든 세속의 일은 끝이 없이 계속되는군요. 언제 세속적인 일이 끝나며, 언제 우리가 이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을 보겠습니까? 언제 우리가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을 쉽고 편안하게, 세속적인 일을 해야 하는 불안감 없이 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낙담하고 따분해서 이렇게 말했다.
형이 말했다.
“사랑하는 동생 아누룻다야, 정말 그렇다. 세속의 일은 끝이 없이 계속되는 것이고, 우리의 아버님이나 할아버님도 이런 세속의 일이 끝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그러자 아누룻다가
“그렇다면 형님, 세속의 일을 잘 알고 계시니 형님이 남아서 세속의 일을 관장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가정을 떠나서 집이 없는 은둔자의 삶을 살겠습니다.”
고 말하면서 계를 받는 것에 동의했다.
아누룻다는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요구했다.
“어머니, 저는 계를 받겠으니 허락해 주십시오.”
어머니가 대답했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 아누룻다야, 나는 너희 형제 둘 모두를 너무너무 사랑한다. 죽음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다 해도 나는 승낙할 수 없거늘, 하물며 내가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계를 받는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누룻다가 두 번째로 허락을 받으려고 했지만 같은 대답이었다. 다시 세 번째로 수계를 허락해 달라고 어머니께 요청했다.
그 당시 석가족의 왕자 밧디야가 석가족의 통치권을 가지고 있었다. (숫도다나 왕은 그때 약 90세여서 단지 명목상의 군주일 뿐이었다.) 실질적인 왕인 밧디야는 아누룻다의 아주 친한 친구였다. 어머니는 혼자 생각했다. ‘현재 내 아들 아누룻다의 친구인 석가족의 왕 밧디야가 석가족을 통치하고 있다. 밧디야 왕은 당분간 결코 계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아누룻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 아누룻다야, 만약 너의 소꿉친구인 석가족의 왕 밧디야가 수계한다면, 나도 너의 수계를 허락하겠다.”
아누룻다는 친구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요구했다.
“친구 밧디야여, 나의 수계는 그대와 연관되어 있네.”
밧디야가 대답했다.
“친구 아누룻다여, 그대와 나의 수계가 연관되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네. 그대와 나는 ……” (여기서 밧디야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그대와 나는 함께 수계할 것이네.” 그러나 왕위의 즐거움에 대한 집착이 가로막아서, ‘그대와 나는’에서 멈추고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좋다면 그대는 즐거이 계를 받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누룻다는 새로이 요청했다.
“이봐, 친구여, 함께 계를 받기로 하세.”
그러자 밧디야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친구 아누룻다여, 나는 계를 받을 수는 없지만, 수계 이외에 내 친구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네. 미안하지만 계는 혼자 받게.”
아누룻다는 단호하게 주장했다.
“친구여, 나의 어머니께서 ‘만약 너의 친구인 밧디야 왕이 수계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너도 그렇게 해도 좋다.’고 하셨네. 친구 밧디야여, 그대는 ‘친구 아누룻다여, 그대와 나의 수계가 연관되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네. 그대와 나는 …… 그대가 좋다면 그대는 즐거이 계를 받게나.’ (내 소원을 만족시키려고 하다가) 그대는 얼버무려버리고 약속을 회피하는 말을 했네. 친구 밧디야여, 가세. 둘이 같이 가서 계를 받기로 하세” 아누룻다는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약속 지키는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원했으며, 언제나 약속을 지켰다.)
밧디야 왕이 말했다.
“친구 아누룻다여, 7년을 기다리게. 그때 함께 계를 받기로 하세.”
아누룻다가 말했다.
“친구 밧디야여, 7년은 너무 길어서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네.”
밧디야가 대답했다.
“6년을 기다리게.”
그리고는 이어서 1년씩 차례로 내려가서 1년이 되었다.
“1년 후에 함께 계를 받기로 하세.”
그러나 아누룻다는 우겼다.
“친구 밧디야여, 1년은 너무 길어서 나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네.”
그러자 밧디야는 아누룻다에게 7개월을 기다리라고 하고, 그때 함께 계를 받자고 했다. 아누룻다는 7개월도 너무 길어서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밧디야는 7개월에서 6, 5, 4, 3, 2, 1개월, 마지막에는 15일까지 줄였다. 그러나 아누룻다는 양보하지 않고 15일도 여전히 너무 길어서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밧디야 왕은 왕의 업무를 이양하고 국가의 일을 그의 아들과 형과 아우에게 넘겨주기 위하여 7일 간의 유예기간을 요구했다. 아누룻다는 만족해하면서 말했다. “친구 밧디야여, 7일은 너무 길지 않네. 7일간 기다리겠네.” 그들은 그렇게 합의했다.
5) 여섯 명의 왕자와 우빨리의 출가
여섯 명의 왕자 즉 밧디야, 아누룻다, 아난다, 바구, 끼밀라와 데와닷따, 그리고 이발사 우빨리(Upāli)는, 천신들이 천상의 향락을 즐기듯 칠 일 동안 세상의 쾌락을 최대한도로 즐겼다. 그 다음에 마치 즐겁게 운동장으로 스포츠를 하러 가는 것처럼, 코끼리 부대, 기병대, 전차 부대, 보병대의 호위를 받았고, 국경에 도달하자 네 개의 부대는 돌려보내고, 그들은 이웃 나라 말라 국으로 갔다. 일단 말라 국으로 들어온 여섯 명의 왕자들은 옷을 벗고 가사를 입은 다음, 옷 보따리를 이별하는 선물로 우빨리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친애하는 친구 우빨리여, 그대는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 이 옷들은 그대가 늙을 때까지 보관토록 하라.”
우빨리 이발사는 주인들과 이별하기 싫어서 왕자들의 발 앞 땅바닥에 나동그라지며 울었으나, 감히 왕자들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선물 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왕자들의 하인인 우빨리 이발사가 주인들과 헤어지자, 커다랗고 울창한 숲과 대지가 비탄에 떨어서 흔들리는 듯이, 우르 쾅쾅하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왕자들과 헤어진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빨리는 멈춰서 혼자 생각했다. ‘석가 왕족들은 사납고 잔인하다. 그들은 ‘이 우빨리가 여섯 명의 왕자들을 해치웠다.’고 잘못 생각하고 나를 죽이라고 명령할 것이다. 이 왕자들조차 왕족으로서 향락과 호사를 버리고 돈 주고도 못 살 옷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계를 받는데, 나처럼 비천한 사람이 계를 못 받을 이유가 뭔가?’ 그렇게 깨달은 우빨리는 고귀한 옷들은 나뭇가지에 걸면서 말했다.
“나는 이 재산을 보시하니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은 마음대로 가져가라.”
멀리서 우빨리 이발사가 오는 것을 보자마자 여섯 왕자들이 물었다.
“친구 우빨리여, 왜 우리들에게 돌아오는가?”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떠오른 모든 생각과 옷을 나무에 걸어 놓은 것을 설명했다. 그러자 왕자들이 말했다.
“왕궁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이다. 석가족의 왕족들은 사납고 잔인하다. 돌아갔으면 그들은 네가 여섯 명의 왕자들을 해치웠다고 잘못 생각하고 너를 처형했을 것이다.”
여섯 왕자들은 우빨리와 함께 여래(Tathagata)께서 머물고 계시는 아누삐야 망고 숲으로 가서 부처님께 공경하는 마음으로 예경을 드리고, 여섯 가지 잘못된 자리가 아닌 곳에 앉은 다음 이렇게 말씀 드렸다.
“고귀하신 부처님, 저희 석가족의 왕족들은 사납고 출생에 대해서 준엄하지만, 이 우빨리는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하인이었습니다. 저희들은 우리들보다 먼저 그에게 계를 주시기를 탄원합니다. 그러면 저희들은 그를 경배하고, 그가 다가올 때 두 손을 합장하고 인사해야만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납고도 준엄한 석가족의 왕족으로 출생했다는 자만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요청 받은 대로 이발사인 우빨리에게 먼저 계를 주신 다음에 여섯 명의 왕자들에게 계를 주셨다.
2.2 아라한의 지위 성취
여섯 명의 석가족 왕자들과 이발사 우빨리가 아누삐야 숲으로 가서 부처님에게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다. 이 일곱 명의 비구 중에서 밧디야는 그 해의 안거 동안에 아라한위를 얻었다. 아누룻다는 천안통을 얻었고, 데와닷타는 8가지 세속의 선정을, 아난다는 수다원과를, 바구와 끼밀라는 나중에 아라한위를 얻었다.
아누룻다 스님은 비구가 된 첫 번째 안거에서 여덟 가지 선정을 얻고 신통력과 천 개의 우주를 볼 수 있는 천안통을 계발하였다. 어느 날 그는 사리불 대장로에게 가서 말했다.
“도반 사리불이여, ⑴ 나는 인간의 눈을 초월하는 특유의 청정한 천안으로 천 개의 우주를 볼 수 있습니다. ⑵ 나는 불굴의 노력으로, 사띠를 놓치지 않고 사띠하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불안이 없고 고요하며, 내 마음은 한 곳에 잘 집중하고 있습니다. ⑶ 그런데도 내 마음은 갈망과 사견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아직 번뇌로부터 해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사리불 장로는 아누룻다 장로에게 수행 방법을 이렇게 일러 주었다.
“도반 아누룻다여, ⑴ ‘나는 인간의 눈을 초월하는 특유의 청정한 천안으로 천 개의 우주를 볼 수 있다.’고 알고 생각하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은, 그대에게 자만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도반 아누룻다여, ⑵ ‘나는 불굴의 노력으로, 사띠를 놓치지 않고 사띠하고 있다. 나에게는 불안이 없고 고요하며, 내 마음은 한 곳에 잘 집중하고 있다’고 알고 생각하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은, 그대에게 들뜸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도반 아누룻다여, ⑶ ‘그런데도 내 마음은 갈망과 사견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아직 번뇌로부터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고 알고 생각하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은, 그대에게 후회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속에 생성되고 있는 자만과 들뜸과 후회 이 세 가지를 버리십시오. 이 세 가지를 의식하지 말고 마음을 열반으로 기울이십시오.”
수행하는 방법을 배운 아누룻다 장로는,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쩨띠(Ceti) 국으로 가서 대나무 숲에 살면서 고행을 했다. 15일간 잠도 자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왔다 갔다 하면서 걷기 수행에 몰두하였다. 그러다가 너무 지쳐서 대나무 숲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앉아 있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 다음과 같이 대인(大人)의 사유(mahāpurosa-vitakka)가 떠올랐다.
⑴ 아홉 가지 출세간법은, 탐욕스런 사람이 아닌, 원하는 것이 적은 사람(즉 욕망과 갈망이 없는 사람)에게만 실현되는 것이다.
⑵ 아홉 가지 출세간법은, 불만스러워하는 사람이 아닌, 쉽게 만족하는 사람에게만 실현되는 것이다.
⑶ 아홉 가지 출세간법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고요한 사람에게만 실현되는 것이다.
⑷ 아홉 가지 출세간법은, 게으른 사람이 아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실현되는 것이다.
⑸ 아홉 가지 출세간법은, 알아차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아닌,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있는 사람에게만 실현되는 것이다.
⑹ 아홉 가지 출세간법은,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집중하는 사람에게만 실현되는 것이다.
⑺ 아홉 가지 출세간법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지혜가 있는 사람에게만 실현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적은 사람”에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종류가 있다. ⒜ 빠짜야 압삣차(paccaya-appiccha): 네 가지 필수품에 관련하여 원하는 것이 적은 사람 ⒝ 아디가마(adhigama) 압삣차: 자신이 도과를 얻은 것은 남에게 비밀로 하는 사람 ⒞ 빠리얏띠(pariyatti) 압삣차: 자신이 교학에 능통한 것을 남에게 비밀로 하는 사람 ⒟ 두땅가(dhutaṅga) 압삣차: 자신의 고행을 남에게 비밀로 하는 사람)
⒜ 빠짜야 압삣차는 많이 주어도 약간만 받고, 약간 주면 그것보다 덜 받는다. 결코 주는 것을 다 받지 않는다.
⒝ 아디가마 압삣차는 맛자니띠까(Majjhanita) 장로처럼 자신이 도과를 얻은 것을 남에게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간단히 맛자니띠까 장로 이야기를 하면 이렇다. 그는 아라한이었지만 그의 발우나 가사는 남루하기 짝이 없었다. 하루는 아소카 왕이 사원 헌정식을 하는데, 그는 비구들의 수장이었다. 그의 발우와 가사가 너무 낡고 형편없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를 늙고 보잘 것 없는 비구라고 생각해서 잠시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제야 그는 ‘아라한인 나 같은 사람이 왕에게 축원을 해 주지 않으면 누가 해 주겠는가?’라고 생각하고, 신통력으로 즉시 안으로 들어가서 비구 중의 수장으로서 제일 먼저 공양을 받은 다음에, 왕에게 정성스럽게 축원을 해 주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런 식으로 장로는 그가 공양을 먼저 받기 전에 다른 사람이 자신이 아라한임을 아는 것을 원치 않았다.)
⒞ 빠리얏띠 압삣차는 자신이 삼장에 능통했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경전에 대한 지식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사께따(Saketa) 사람인 띳사(Tissa) 장로 같은 사람이다. 띳사 장로 이야기를 간단히 하면 이렇다.
장로의 숙소가 아닌 까니까라왈리까 사뭇다 사원(Kaṇikāravalika-samudda monastery)의 비구들이 그에게 경전과 주석서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했다. 그러자 그들은 힐책하는 투로 물었다. “죽을 시간도 없습니까?” 그래서 그는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그 사원으로 가서, 이름 없는 무식한 비구 행세를 하면서 안거 석 달 동안 머물렀다. 그는 거기서 자기보다 고참이건 신참이건 가리지 않고 모든 함께 거주하는 비구들에게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 앗사유자(달의 이름, 9월-10월) 보름날의 자자(自恣) 행사에서 그가 법문을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나 감동해서 소름끼칠 정도였기 때문에 그들은 모자를 하늘로 던지며 환성을 질렀다. 그는 그렇게 청중들로부터 대단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몰래 자기 사원으로 돌아와서 사람들이 “이분이 바로 어제 밤에 법문하신 분”이라고 알지 못하도록 했다. 그는 빠리얏띠 압삣차였던 것이다.
⒟ 두땅가 압삣차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고행을 알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다음의 형제 이야기 중의 형과 같은 사람이다.
형제인 비구가 같이 쩨띠야(Cetiya) 산에 살고 있었다. 동생이 어떤 보시자가 형에게 전해 주라고 준 사탕수수 줄기를 가지고 형에게 가서 말했다. “형님, 이거 드세요.” 이미 식사를 끝내고 양치질을 한 형이 말했다. “아우님, 나는 충분히 먹었네.” 동생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 하루에 한 끼만 먹기로 서약하셨나요?” 그제야 형은 동생에게 사탕수수 줄기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는 50년간 하루 한 끼만 먹는 수행을 해 오고 있었지만, 동생이 그것을 모르게 하기 위해서 사탕수수 줄기를 먹었다. 그리고는 양치질을 하고 서약을 다시 했다.)
일곱 가지 사유를 마친 아누룻다는 여덟 번째를 생각해 내기에는 너무 지쳐있었다. 원하는 것이 적고, 쉽게 만족하고, 고요하고, 활기차고, 알아차리고, 마음이 집중되어 있고, 지혜가 있다는 일곱 가지 사유를 한 제자들은 더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 다른 법이 더 있다는 것을 생각하려 하지 않고 일곱 가지 사유에서 멈추게 되어 있다. 그것이 아누룻다 스님이 일곱 번째인 지혜까지 생각하고 너무 피곤하기 때문에 여덟 번째 사유까지 계속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베사깔라(Bhesakala) 숲에 머물러 계시면서, ‘아누룻다가 여덟 번째 사유를 하기에는 너무 지쳐있구나.’라고 아시고 ‘아누룻다를 만족시켜야 하겠다.’고 생각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즉시 장로 앞에 나타나 준비된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서 부처님께서는 여덟 번째 사유를 알려 주셨다.
“아누룻다여, 장하고도 장하구나! 너는 ‘⑴ 아홉 가지 출세간법은, 탐욕스런 사람이 아닌, 원하는 것이 적은 사람에게만 실현되는 것이다. …… ⑺ 아홉 가지 출세간법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지혜가 있는 사람에게만 실현되는 것이다.’라고 사유하였구나. 아누룻다여, 네가 성찰한 것들은 성자들의 속성이다.
“아누룻다여, 너는 여덟 번째 성찰 즉 ‘아홉 가지 출세간법은, 윤회를 지속되게 하는 요인들인 사량분별(思量分別. papañca. 희론(戱論)) 즉 갈망과 자만과 사견에서만 즐거움을 취하는 사람이 아닌, 사량분별로부터 해방된 열반에서 즐거움을 취하는 사람에게만 실현되는 것이다.’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부처님께서는 누락된 여덟 번째 대인의 사유를 알려 주셨다. 부처님께서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아누룻다 스님에게 상세히 설법하셨다. “이렇게 여덟 가지로 성찰하고 있는 동안, 세속의 초선, 이선, 삼선, 사선에 쉽게 몰입할 수 있고, 그렇게 세속의 네 가지 선정에 몰입하고 있는 동안, 네 가지[가사에 대한 만족, 탁발 음식에 대한 만족, 숙소에 대한 만족, 수행에 대한 만족] 성자 계보의 수행(Ariyavaṁsa-patipadā)을 할 수 있게 된다.”(역주: 상세한 법문 내용은『앙굿따라 니까야 제5권』 (대림 스님 옮김, 초기불전연구원, 2007, 167-179쪽)를 참조)
부처님께서는 아누룻다 장로가 수행하기 적합한 숙소가 어디인지를 생각해 보신 다음 대나무 숲이 좋다는 것을 아시게 되셨다. 그래서 장로에게 이렇게 훈계하셨다.
“아누룻다여, 이 대나무 숲이 너의 숙소로 적합하니, 나중에 안거를 여기서 지내도록 하여라.”
이렇게 훈계하신 다음 부처님께서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베사깔라 숲으로 가셔서 그곳의 비구들에게 여덟 가지 대인의 사유를 상세하게 법문하셨다.
부처님께서 떠나신 후, 아누룻다 스님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고행을 계속하여 다음 안거 기간 동안, 숙명통(pubbenivāsa-ñāṇa)과 천안통(dibbacakkhu-ñāṇa)과 누진통(āsavakkha-ñāṇa)의 세 가지 지혜와 함께, 모든 번뇌가 소멸된 아라한위를 얻었다. 그러자 장로는 의기양양해져서 이렇게 생각했다. “아,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아신 존귀하신 부처님께서는, 나에게 오셔서 여덟 번째 대인의 사유를 설해 주셨구나. 나의 간절한 염원도 이제 진정으로 최고의 수준으로 달성되었구나!” 부처님의 법문과 최고의 세속적인 법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장로는 진지하게 다음 게송을 읊었다.
⒜ 내 생각을 아신
삼계의 스승 천인사(천신과 인간의 스승)께서
마음으로 만드신 몸으로
순식간에 내 앞에 나타나셨네.
⒝ 나에게는 대인의 사유 일곱 가지만 떠올랐지만
부처님께서 여덟 번째 사유를 가르치셨네.
사량분별에서 벗어난 열반을 좋아하시는 부처님께서는
사량분별에서 벗어난 열반을 나에게 가르치셨네.
⒞ 나는 부처님의 삼학을 잘 이해하여
바로 이번 생에서 도과를 얻어 지복 속에 산다네.
부처님의 삼학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실천한 나는
숙명통, 천안통, 누진통과 아라한위를 얻었다네.*6
*주6 : 빠알리어 및 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 Mama saṅkappam aññāya,
Sattha loke anuttaro.
Manomayena kāyena.
iddhiyāupsaṅkami.
The Exalted One, who is the Teacher of humans and Devas, who is peerless in the three worlds, knew my thoughts and, in his mind-made body rushing by means of his psychic powers, and through his super-normal powers, came to my presence in moment.
⒝ Yathā me ahu saṅkappo
tato uttari desayi
Nippapañca-rato Buddho
Nippapañcam adesayi.
To me occurred the thoughts of the top Noble One in the sevenfold manner. The Exalted Buddha taught me out of compassion the eighth thought which is higher than the seven reflections of mine. (How?) The Buddha who is named the Omniscient One, the best of the world, who delights in the unconditioned Nibbāna that is truly free from the three saṁsara extending (papañca) factors taught me out of compassion the unconditioned Nibbāna that is truly free from the three saṁsara extending (papañca) factors.
⒞ Tassāhaṁ dhammam aññāya
vihāsiṁ sāsane rato.
Tisso vijjā anuppattā
kataṁ Buddhassa sāsanaṁ.
I, Anuruddha, having comprehended the Dhamma taught by that Buddha named the Omniscient One, the best of the world, lived in bliss in this very existence always being delighted in the attainment of Fruition in the dispensation of the three training. The threefold knowledge of Pubbenivāsa-ñāṇa by me, Anuruddha, I have labored and put into practice, reaching the goal of Arahatship, the Teaching of the threefold training of the Omniscient Buddha, the head of the world.
3. 천안 제일인 비구
그 후에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 회의를 개최하여 많은 비구들에게 제일이라는 칭호를 주실 때, 아누룻다 장로를 이렇게 칭찬하셨다.
“천안을 가진 나의 비구 제자들 가운데 아누룻다가 제일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누룻다 장로를 천안통에서 으뜸이라는 칭호를 주셨던 것이다.
4. 천신이 보시한 가사용 넝마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 아누룻다 장로는 쓰레기 더미에서 가사를 만들기 위해서 남들이 버린 옷 조각을 줍고 있었다. 그때 아누룻다의 전생의 아내였던 잘리니(Jālinī)가 삼십삼천에 살고 있었다. 장로가 헌 조각을 찾고 있는 것을 본 그녀는, 각각 4큐빗 폭에 길이가 13큐빗인 천상의 옷감 세 조각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녀에게 ‘이대로 천상의 옷감 세 조각들을 주면 장로가 받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녀는 세 조각의 끄트머리만 보이게 장로 앞에 있는 쓰레기 더미에 파묻어 놓았다.
헌 옷 조각을 찾던 장로는 천상의 옷감들의 끄트머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주워서 아주 좋은 품질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장로가 가사를 만드는 날 부처님께서 500명의 비구들과 함께 장로의 숙소로 오셔서 자리 잡고 앉으셨다. 법랍이 높은 80분의 장로들도 가사를 만드는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마하가섭 스님, 사리불 스님, 아난다 스님은 각각 가사를 만들기 시작하는 부분, 중간 부분, 끝부분에서 아누룻다 장로를 도왔다. 다른 비구들도 바느질하는 것을 도왔으며, 부처님께서는 바늘에 실을 꿰는 것을 도우셨다. 목건련 스님은 바느질하는 데 필요한 다른 것들을 갖다 주었다. 신들의 왕인 제석천이 바느질하는 장소를 평평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지면은 랙(lac: 랙깍지 잔디의 분비물인데 니스의 원료로 사용됨) 칠을 한 것처럼 보였다.
그때 잘리니는 젊은 여인으로 변신하여 마을로 가서 사람들에게 알렸다.
“여러분, 세존께서 80분의 아라한 제자들과 500명의 비구들과 함께, 우리의 스승이신 아누룻다 장로를 위하여 가사를 만드시느라고 사원에 머물고 계십니다. 쌀죽과 먹을 것들을 마련하여 사원으로 가십시오.”
그렇게 여신은 여자들에게 음식을 가지고 모이라고 권했다. 목건련 스님은 식사 시간 바로 전의 쉬는 시간에 잠부(jambu) 과일을 500명의 비구들이 먹고도 남을 정도로 많이 가져왔다. 식사 후에 죽과 밥 등의 음식이 많이 남았다.
그러자 일부 비구들이 아누룻다 장로를 비난했다. “이렇게 많은 음식을 가지고 오라고 할 필요가 뭐가 있나? 그는 친척들과 남녀 하인들과 보시자들에게 ‘음식을 이만큼만 가지고 오시오’라고 필요한 음식량을 알려 주었어야 한다. 장로는 아마도 자기에게 친척들과 하인들과 보시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가 보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물으셔서 그들이 대답하자,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이 음식들을 모두 아누룻다가 가져오라고 했다고 생각하느냐?”
비구들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여래의 아들 아누룻다는 결코 네 가지 필수품을 이렇게 많이 요구하지 않는다. 아라한은 필수품을 강조해서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음식들은 천신의 힘으로 온 것이다.”
이렇게 대답하신 부처님께서는 다음 법구경 게송 93을 읊으셨고, 게송이 끝나자 다음 많은 사람들이 수다원과, 사다함과 등을 얻었다.(오원탁 엮음, 『법구경_하루를 살더라도』, 불교시대사, 2020, 123-125쪽 참조)*7
번뇌가 완전히 제거되어, 음식에 집착하지 않으며
비어 있고 표상이 없는 해탈에 노니는 그(아라한)의
자취는 찾을 수가 없다. 허공을 나는 새처럼.
(여래의 아들, 비구들이여!) 네 가지 번뇌인 감각적 욕망, 존재에 대한 욕망, 사견, 무명이 흔적도 없이 파괴된 아라한은 갈망과 사견으로 음식에 집착하는 일이 없다.
아라한과를 얻었기에 그의 마음은 언제나, 탐진치가 없으므로 비어 있음의 자유(空解脫)인 열반, 탐진치 등의 원인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기에 표상 없는 자유(無相解脫)인 열반, 탐진치 등의 욕망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기에 원함 없는 자유(無願解脫)인 열반으로 향한다.
마치 허공은 밟고 지나가도 흔적이 없고, 허공에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도 흔적이 없고, 허공으로 날아간 새의 자취가 없듯이, 그가 죽은 다음에 그의 열반 성취 여부를 보통 사람은 알 길이 없느니라.
*주7: 빠알리어 및 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Yassāsavā parikkīṇa
āhāre ca anissito
sunññata animito
vimokkho yassa gocaro;
ākāse va sakuntānaṁ
padam tassa durannayaṁ.
(O monks, my dear sons! An Arahat in whom four āsavas, namely, sense desire (kāma), existence (bhava), wrong views (diṭṭhi) and ignorance (avijjā), are destroyed even without leaving the slightest traces, is not attached to food with craving (taṇha) and wrong views.
In his attainment of fruition, he always resorts to Nibbāna known as Freedom of Nothingness (Suññata-vimokkha) as there is no passion (rāga), anger (dosa) and delusion (moha) in it, Nibbāna also known as Freedom of causelessness (Animitta-vimokkha) as it is absolutely liberated from such causes as passion, anger and delusion, Nibbāna also known as Freedom of desirelessness (Appaṇihita-vimokkha) as it is absolutely liberated from such desires as passion, anger and delusion.
Just as what in the air is trodden by the feet, touched by the breath, the head and the wings of the bird that fries in the air is impossible to know, even so his attainment of Nibbāna after death is impossible to know for ordinary individu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