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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가 살아 숨쉬는 매혹의 땅으로 제국의 발자취와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살아온 흔적을 더듬어 보기 위해 오고간 오스트리아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잘츠부르크를 떠나 중세가 살아 있는 땅 체코 프라하를 찾아 이동하였다. 제국의 땅을 찾아 첫 발길을 시작한 곳이 이곳 체코 땅이었는데, 제국의 땅을 돌아 엿 세만에 다시 찾아가는 길이다. 오스트리아의 북서부 도나우 강가의 국경 마을 <린츠>에서 체코 땅으로 들어서 남 보헤미아 땅의 중세도시 <체스케부데요비체>로 향하였다. 비교적 한적한 농촌 마을들이 이어지는 남 보헤미아의 전원 풍경들이 낯설지 않았다. <체코 국경을 넘어 프라하를 찾아서>
동유럽 문화체험 여정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나라 체코는 그동안‘프라하의 봄’‘프라하의 연인’등 으로 잘 알려진 나라였다. 철의 장막이 걷히기 전 까지만 해도 동구 공산권에 속한 나라중의 하나로 장막에 가려 그 실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였었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베일에 싸였던 동구 세계들이 하나 둘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체코도 서서히 우리에게로 다가서게 되었다. 특히 「프라하의 연인」이란 드라마를 통하여 아름다운 프라하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젊은이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 체코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북쪽에 폴란드, 서쪽에 독일, 동쪽에 슬로바키아, 남쪽에 오스트리아에 둘러싸인 우리나라 충청 전라 경상도를 합친 크기만 한 체코는 중부유럽 엘베 강 상류 몰다우 강 서쪽 보헤미아 산악지대와 동쪽의 모라비아 평원에 삶의 터전을 잡고 있는 나라이다.
<왠지 낯설지 않은 보헤미아의 농촌 풍경>
9세기 후반 프라하에 들어선 <프르제미슬 왕조>에 의해 시작된 체코의 역사는 <바츨라프 1세> 와 보헤미안 출신 <카렐 4세>에 의해 번영을 이룩해 왔다. 그러나 14세기 초에 신성로마제국의 지배 하에 들어가게 된 이후부터 20세기에 독립을 되찾을 때까지 6백여 년 간을 외세의 간섭 속에 어려움을 겪어온 나라이다. 15세기에는 <얀 후스>가 종교개혁에 편승하여 민족주의 운동을 벌였으나 신성로마제국의 탄압으로 실패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나치의 손아귀에서, 전쟁이 종식된 후에는 공산정부가 들어서 소련의 위성국가로 정치적 공백기를 맞이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들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가 1968년 이른바‘프라하의 봄’이 찾아오는 가 싶더니 소련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벨벳 혁명’으로 오늘의 자유 <체코공화국>이 탄생 되게 되었다. 오늘의 체코는 오랫동안 주변 민족에 의한 식민지배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를 힘겹게 겪어내는 과정에서 입었던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 새살이 돋아나고 있다. 이렇게 힘든 역사를 겪어야 했던 체코사람들은 중세 이전의 조상들에 대한 자부심과, 500여 년간에 걸친 주변국가의 지배를 성공적으로 물리친 것에 강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체코사람들은 <바츨라프>와 <카렐>를 역사상 가장 존경 하는 인물로 추앙하고 있다. 프라하 곳곳에 남아있는 기념비적인 거리나 다리 이름 등에서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체코 민족주의 운동의 상징 얀 후스의 동상>
우리는 지금까지 통상 체코 사람들을‘보헤미안’이라고 불러왔다. 그들을 보헤미안 이라고 부르게 된 데에는 기원전 300년 경 지금의 체코 서부지역에 살았던 유럽의 원주민 켈트족의 한 갈래인 보이(Boii)족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체코인들은 스스로를‘체키(Cechy)’라고 칭하고 그렇게 불러주면 매우 좋아 한다고 한다. 이는 유대 민족의 <모세>와 같은 전설속의 인도자 <체크>라는 이름에서 인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면 체코사람! 체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프라하 거리에서 마주치는 프라하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밝고 명랑한 표정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체코사람들에 대한 첫인상은 대체로 냉담하고 내성적이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사람들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체코인들의 참 모습은 낙천적이며 유쾌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이 즐겨 먹는 <빠게트>라는 빵처럼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습은 수백년 동안 주변민족의 간섭과 지배를 받으며 살아오는 암울한 역사적 환경 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체코사람들을 닮은 전통빵 빠케트>
체코사람들은 평소 무뚝뚝하다가도 서로 우정과 신뢰가 확인 되면 술을 권하며 사교적인 내면의 속마음을 들어 내 보인다고 한다. 체코인들은 맥주를 무척 좋아한다. 1인당 맥주 소비량은 세계에서 최고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때와 장소에 따라 절제할 줄 아는 음주문화가 정착되어 있다고 한다. 체코사람들이 사용하는 말 가운데에‘Pohoda’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여유, 안락함, 행복’등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그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가족, 행복,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교양이 풍부하며, 포크송에서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고 가까이 한다. 그들은 음악이 사람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체코 사람들은 여유롭고 마음이 따뜻하며 교양미가 넘쳐나는 지성적이면서도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체코인들은 살아가면서 항상 실용적인 삶을 강조하고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실용주의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냉전시대에도 맹목적인 사회주의 신봉자가 아니라 인간의 참된 삶을 추구하며, 그들의 자주를 억압하는 크렘린의 탱크 앞에 과감히 저항하였던 것이다. 철의 장막이 무너진 후 짧은 기간에 훌륭한 경제성장을 이룬 것도 더 낳은 삶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실용적 사고와 지칠 줄 모르는 추진력에 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지나친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제 우리는 베일에 싸여 있던 이방지대 보헤미아를 찾아 그곳에서 살아가는 <체키>들의 정체성을 확인해 보고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이며, 배워서 벤치마킹 할 것은 없는지? 이것이 이번 제국의 땅을 찾아온 의미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여유롭고 감성이 풍부한 체키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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