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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형사재판 판결문 분석 2 - 50억 퇴직금 관련 무죄: 서론 및 1.아들의 입사과정

작성자SayNo|작성시간23.04.13|조회수2,381 목록 댓글 0

이제 곽상도 아들의 화천대유 입사 과정과 50 퇴직금 얘기를 해 보자. 50억 클럽이니 뭐니 하는 수많은 진술들이 언론에서 계속 보도되었음에도 1심에서 곽상도가 무죄를 받은 이유는 도대체 뭘까?

 

그 진술들은 전문진술(‘A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B가 진술한 경우) 혹은 재전문 진술( “ ’A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B가 말하는 것”을 C가 들었다고 진술하는 경우)에 해당되며 이런 진술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형사법상 증거능력이 없으며, A가 동의해야만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만배가 남욱과 통화하면서 ‘상도형은 아들내미 줬어’라고 말했다는 진술 부분의 원진술자 김만배가 이 법정에서 “…‘상도 형 아들은 퇴사했다. 그리고 내가 50억 줬다’였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므로,곽상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다.”는 식이다. 때문에 우리가 언론보도를 통해 들었던 내용들 대부분은 당사자들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하여 형사법상 증거로 사용될 수 없으므로 섣불리 재판부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판결문에 따르면 아들 “곽병채의 성과급 등은 업무실적과 건강 악화에 대한 보상, 다른 임직원들의 성과급 액수 그들이 분양 받은 아파트로 인하여 얻은 이익과의 균형 등을 고려하여 지급한 것으로서…. 지급 과정에서도 회사 내부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지급하였으므로”라고 한다.

 

1. 먼저 아들의 입사 과정을 살펴보자. 곽상도는 김만배로부터 ‘성남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는데, 해병대 나왔다는 아들을 보내 보면 어떻겠냐’라는 제안을 받고, 이를 아들에게 전달하였으며 인터넷으로 화천대유에 관하여 알아본 후, 채용사이트인 ‘사람인’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도 제출)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입사하였을 뿐 김만배로부터 어떠한 대가를 받기 위한 방편으로 아들을 입사시킨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제안을 받은 것 자체부터가 정상적인 절차는 전혀 아니다. 곽병채가 입사한 경위가 곽상도의 추천이었음은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도 직접 밝힌 바 있고 아들 역시 자신의 입사 경위가 아버지의 추천이었음을 확인하였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제안과 추천이냐? 곽상도를 화천대유의 방패로 만들려는 의도에서 나온 꼼수이지. 게다가 곽상도와 대표, 그리고 대주주 김만배 모두 성균관대 법대 동문으로 오래전부터 친분이 깊은 사이였지 않은가.

사업을 하다 보면 ‘재량권 안에 있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공직자를 만나게 된다.  나는 돈 주기는 정말 싫어서 언제나 그들의 개인적 고민을 해결해 주고 도움을 받는 방식을 택하였다. 

 

한번은1급 공무원(차관급 바로 아래 단계)의 외아들이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데,일본의 일류 대학원 입학시험에서 계속 낙방하였고 조만간 군대 문제 때문에 한국에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가 해결해 드리면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시겠지요? “했더니 미소만 지었다. 나는 그 아들을 일본 굴지의 대기업에 인턴으로 그 다음주에 넣어주고 몇 개월 후 그 대기업과 가까운 사이였던 미국 대기업에 다시 인턴으로 옮기도록 한 다음, 그 미국 대기업에서 강력한 추천서를 받아 미국 대학원에 들어가게 해 주었다(이와 유사한 예들을 조국 사태에서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 공무원이 내 일을 도와주었냐고? 물론이다(오해하지 마라. 이를테면 처리 기간이 30일인 사안을 7일 만에 처리해 주는 것처럼 법에서 허용되어 있는 재량권 한도 내에서의 도움이니까).  내가 그 아들이 기특하고 능력이 있어서 그랬을까? 무슨 개소리냐. 그 아버지가 앞으로 계속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그랬던 것 아닌가.  

 

어느 2급 공무원은 맨입에 내 일을 도와준 후(자기 실적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딸의 취직 부탁을 하였다. 그래서 어느 외국계 회사에 입사시키고 그 회사에게는 부패방지법 준수 여부를 체크하는 본사 감사에 걸릴 수 있으니 면피용으로 구인 사이트에 광고를 낸 후 뽑으라고 했다(1년도 안 돼서 그 여직원은 힘들다고 사직했다. 능력이 우선시되는 곳에서 낙하산타고 왔다고 해서 특별대우는 못 받았으니까. )

화천대유에서 ‘사람인’에 공고를 냈다면 그것 역시 면피용 아니었을까? 화천대유 관련자들이 대부분 법대 동문들이었고 법적으로 뭔가 께름칙한 짓을 할 때는 미리 법적 꼼수들을 사용하여 면피용 자료들을 만들어 놓아야 함은 그들에게 상식이었을 것이고 그들은 나보다 더 고수일 테니까 말이다.

 

결국 사업가가 고위 공무원이나 공직자의 자녀를 채용하는 이유는 내가 챙겨줄 테니 내 편으로  활동하여 달라는  뜻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은행이나 재벌 기업 그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람인, 잡코리아 등의 채용 사이트에 공고를 내는 공개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워크넷’은 절차가 약간 복잡하여 이런 경우 잘 사용되지 않는다) 내부적으로는 다 청탁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 수준이다.

 

노련한 사업가들은 지금은 공직에 있지 않아도 도움을 줄 위치에 언제 들어갈지 모르는 사람도 미리 챙겨 놓으려고 그 자녀를 채용한다. 그런 식으로 호의를 받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먼저 받았으니 언젠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즉 대가를 받기 위한 방편으로 아들을 입사시킨 것이 아니라 미래에 자기가 주게 될 도움에 대한 대가로 먼저 아들을 집어넣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기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뻔히 다 알고 있고 그 대가로 자기 자녀에게  혜택이 먼저 주어지기를 바라기 마련인데 이것을 부인하는 입들을  XX버리고 싶다.

 

그런데도 판결문에서 “곽상도는 2015년 10말경에서야 청와대로부터 국회의원 출마 의사를 타진 받았고, 그 이전에는 국회의원 출마 계획이 없었으므로, 곽병채의 화천대유 입사는 곽상도의 국회의원 지위나 직무와는 관련이 없다”고 한 것을 보고 “판사들이 참 순진도 하시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사업가들은 ‘예전에 높으셨던 분들’이 지금은 지위가 없어도 조만간 다시 고위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보이면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 지금은 야당이라도 다음 선거에서 여당이 될 수도 있는 정치인들에게 재벌급 사업가가 섭섭지 않게 하는 모습도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나오지 않던가.

[권력자도 마찬가지이다. 6월 항쟁이 일어났던 1987년 전부터 나는 민주화운동의 지도급 어르신(정치인은 아니다)과 친분이 있었다. 그분의 아들 결혼식에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이 축의금을 각자 얼마 냈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권력투쟁의 세계에서도 경조사는 정적에게 합법적으로 돈을 줄 기회로 사용됨을 알았다.]    

그래도 여전히, 취업사이트 ‘사람인’에 올린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하였기에 공정한 입사였다고? 세상에… 건축이나 토목 전공도 아니고 건축공사에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CAD 프로그램조차 전혀 접해보았을 리 없는 산업디자인 전공자를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유일한 평사원 신입으로 뽑은 게 공정한 입사라고? 아들이 졸업한 대학의 원주 캠퍼스 같은 과 졸업생들과 교수진에게 한번 물어보아라. 아버지 소유의 회사도 아닌데 그게 아버지 끗발이 없어도 가능할지를. 그러니 이 세상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거다. (여기서 혹자는 내게 너는 깨끗하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나는 내 자녀의 취직에 털끝만큼도 개입하지 않았다. 아니다. 애들이 끔찍이도 싫어했기에 전혀 개입하지 못했다.)

 

내가 검사라면 ‘사람인’ 구인 광고가 언제 실렸으며 당시의 채용 조건들은 무엇이고 그 광고를 보고 지원한 다른 취업 희망자들은 도대체 몇 명이나 있었고 면접까지 진행되었던 사람은 몇 명이었는지, 그 아들과 같이 졸업한 동기들은 학점이 어땠는지, 어느 곳에 가서 어떤 일을 하면서 보수를 얼마나 받고 있으며 퇴직한 자들의 보수는 얼마였는지를 조사할 것이다.   아들이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주요 업무 맡았다고 하는데 LH 공사나 다른 부동산개발회사 혹은 건설사에서 그런 직무를 하는 직원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등도 알아볼 것이다. 또한 화천대유의 임직원 대부분은 김만배, 정영학, 양완범 등과의 인적 관계에 의하여 채용되었는데 그 과정에서도 구인 광고가 나갔었는지, 그들의 아버지는 누구인지, 어떤 인적 관계를 통해 입사한 것인지도 조사하고 비교하여야 할 듯 싶다. (그 ‘사람인’ 구인광고를 보고 서류를 냈으나 불합격한 사람이 있다면 내게 알려다오.).

 

결론: 화천대유에서 아들을 입사시킨 것은 내가 비슷하게 그랬듯이 그 아버지 곽상도를 미래의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속셈이었을 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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