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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6(Fact를 보는 법)

작성자SayNo|작성시간24.02.04|조회수6,907 목록 댓글 0

6. Fact를 보는 법

 

2014년 12월 5일 발생한 땅콩회항과 관련된 내 글을 내 책에서 읽고 나서(541쪽), 마카다미아를 봉지째로 주는 것으로 서비스 매뉴얼이 바뀌었는데 그것을 조현아 부사장이 모르고 있었고 세이노도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이 종종 독자 메일로 오곤 하였다. 그래서 내 책 17쇄부터는 552쪽에 ‘손님에게 알레르기가 있으면 먹지 않을 것이므로 봉투째 준다는 얘기를 누가 하던데, 나는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기 일등석에서 항공사를 불문하고 그런 경우를 경험한 바 없다’고 첨언하였고, 실상을 좀 더 조사해 봤다.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언론의 기자들이 fact를 제대로 못 보고 비틀어 보도한 전형적인 가짜 뉴스였으며 나무위키나 위키백과도 대동소이했고,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하는가’ 책이 생각나는 사건이었다.(fact를 골라내는 법을 알게 되면 형사소송이나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하여진다.) 

 

아마 당신은 그 비행기에서 여승무원의 땅콩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조현아가 서비스 매뉴얼이 바뀐 것을 모르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으며 나중에 매뉴얼이 바뀐 것을 알고는 사무장에게 화살을 돌려 화풀이를 한 것으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땅콩을 봉지째 주는 대한항공 홍보영상 장면도 있다고 하여 나도 봤는데 광고 영상을 찍는 사람들은 화면이 예쁘게 나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서비스 매뉴얼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비행기 이륙 전 조현아에게 객실승무원이 승객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마카다미아(언론에서는 땅콩, 콩, 너츠 등으로 표기했다)를 봉지째로 전달한 것에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날 회사 내부 이메일로 인증받은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블라인드’의 대한항공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이 떴다고 한다(동아일보 2014-12-10).

“음료와 마카다미아넛츠를 줄 때 봉지째 주느냐? 규정이 뭐냐?(규정은 음료를 요청한 승객에게 마카다미아넛츠를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리에 들어가서 뜯어서 작은 그릇에 담아줌)…갤럭시노트 10.1을 꺼내 규정을 보여줌.(당연히 잘못이 없는 객실 승무원) …”

[세이노 : 뭔 개소리냐. 규정은 먼저 봉지만 보여준 후 달라고 하면 그때 갤리 (식음료를 준비하는 공간)로 돌아가 봉투(포장)를 뜯고 작은 그릇(종지, 버터볼 등으로도 표기된다)에 담아 갖다준다는 것인데 조현아는 음료와 마카다미아 너츠를 봉지째 받았음이 드러나지 않느냐. 그걸 제대로 안 했는데 “당연히 잘못이 없는 객실 승무원”이라니.. 디테일 파악이 그렇게 안 되나? “규정을 보여줌”도 사실이 아니다.]

 

2014년 12월 10일 한겨레신문은 서비스 매뉴얼을 단독 입수하여 ‘조현아의 딴죽? 승무원은 ‘매뉴얼’대로 했다‘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10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FR/CL) 웰컴 드링크 SVC(서비스) 시 제공하는 마카다미아 너츠 SVC 방법 변경’ 공지를 보면, 승무원은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 너츠를 포장 상태로 준비하여 보여준다(showing)”고 명시돼 있다. 이어 “마카다미아 너츠를 원하는 승객에게는 그릇에 담아 가져다드릴 것을 안내해 드린 후, 갤리(Galley)에서 버터볼(작은 그릇)에 담아 준비하여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아드린다”고 돼 있다.

이 매뉴얼 변경이 공지된 것은 2012년이다. 변경 내용은 승객에게 ‘봉지째 마카다미아 너츠를 보여주라’고 한 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다만 그 뒤 원하는 승객에게 갖다줄 때 ‘봉지째 제공’하던 것을 ‘그릇에 담아 제공’하도록 바꾼 것이 전부다. 미주노선을 운항한 적이 있는 복수의 대한항공 승무원은 “지난 5일 뉴욕발 항공기 승무원이 봉지째 너츠를 갖다 보여줬다면 이런 매뉴얼에 어긋나지 않는다.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세이노 : 그래서 “승무원이 한 서비스는 대한항공의 일등석 객실 서비스 매뉴얼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2012년 변경된 매뉴얼을 최종 사인한 사람이 서비스담당 최고 임원 조현아였다(이것은 사무장이 재판에서도 진술했다). 그리고 기사 좀 정확히 써라. “이 매뉴얼 변경이 공지된 것은 2012년이며 변경된 부분은, 원하는 승객에게 갖다줄 때 봉지째 제공하던 것을 ‘그릇에 담아 제공’하도록 한 것이 전부다.”라고 말이다. 대한항공 승무원이 “지난 5일 뉴욕발 항공기 승무원이 봉지째 너츠를 갖다 보여줬다면 매뉴얼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으므로 “당시 승무원이 한 서비스는 대한항공의 일등석 객실 서비스 매뉴얼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너는 “봉지째 너츠를 갖다 보여줬다면”이 가정법이라는 것도 모르냐? 당시 승무원은 봉지째 그릇에 담아 갖다주었다는 데도 그게 봉지째 너츠를 보여준 것과 동일한 행위로 생각되냐? 아 다르고 어 다른데 Fact 구분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냐?] [ 실제로 기자들이 제일 헷갈린 부분은 ①봉지째 너츠를 보여주는 것, ②봉지째 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것, ③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것(즉 봉지를 뜯고 알맹이만 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것), ④봉지와 그릇을 동시에 전달하는 것, 이상 4개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그것들을 동일한 행위로 지레 짐작하였다는 것이다. 당신 역시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 사실 판단력이 없는 것이므로 더 이상 이 글은 읽지 마라.]

 

2014년 12월 10일 경향신문은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의 ‘잘못’을, 노조 측에서는 조현아 부사장의 ‘착각’을 주장하고 있음을 보도하였다.

“여전히 말이 엇갈리고 있지만 승무원이 1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 견과류를 봉지째 건네자 조 부사장이 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다고 지적을 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반면 노조 측은 “드실 것”인지 승객에게 물어보기 위해 규정대로 봉지를 들고 갔는데 조현아 부사장이 화부터 낸 것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 뒤인 2014년 12월 11일 경향신문은 그 매뉴얼의 영어 원문을 보여주면서 아래와 같이 보도하였다.

“…당시 문제가 된 것은 마카다미아를 어떻게 서비스하느냐였다. 승무원은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에 대해 왜 봉지를 뜯은 뒤 마카다미아를 버터볼(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느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지난 10일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 객실 서비스 매뉴얼을 보면 “웰컴 드링크 서비스 시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넛을 포장 상태로 준비해 보여준다”고 돼 있다. 이어 “승객이 마카다미아넛을 원하면 갤리(음식을 준비하는 곳)에서 버터볼(그릇)에 담아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는다”고 돼있다. 2012년부터 이 매뉴얼대로 서비스해오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매뉴얼을 잘못 알았다는 것이다.”

[세이노 : 이 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승무원이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간 것을 기자는 “준비해 보여준다”의 행위로 보지만 조현아는 그것을 “준비해 보여준다”가 아니라 전달을 받은 것이기에 “왜 봉지를 뜯은 후 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느냐”고 했다는 점이다. 결국 승무원이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그릇에 담아갔다면(다른 기사들을 보면 그렇게 나온다) 이 기사의 결말은 틀린 것이 되며 하루 전에 실린 노조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닌 게 된다.]

 

2014년 12월 19일 경북매일신문 기사 내용:

“조현아는 자신이 탄 비행기에서 땅콩을 봉지째로 줬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내리라고 지시해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이 공항에 내린 후 비행기가 출발하게 했다. 비행기 기내 규정은 땅콩을 요청한 승객에게 땅콩을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러리에 들어가서 뜯은 후 작은 그릇에 담아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사무장이 했던 행동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 [세이노 : 이 기자 역시 땅콩을 봉지째로 주는 것과 봉지째로 보여주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능 소유자 같다. 땅콩 서비스를 사무장이 한 행동으로 말하는 것도 한심하다.]

 

조현아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결국 구속 기소되었다. 2015년 1월 16일 경향신문이 조현아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입수하여 분석한 단독 기사에 의하면 12월 5일 현지시간 0시 43분 “승무원 견과류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 조 전 부사장 승무원에게 ‘매뉴얼 가져오라’ 지시. 박창진 사무장 매뉴얼 담긴 태블릿 PC 가져오자 조 전 부사장 격분”으로 언급된다. 0시 53분에는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 씨의 잘못이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박 사무장에게 ‘당신 잘못이야. 네가 내려’ 지시”하였다고 한다.

 

즉 승무원이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했음이 분명하므로 경향신문의 12월 11일자 기사는 틀린 뉴스가 되고 경향신문 12월 10일자 기사에서 나온 노조의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른 것이 된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공소장은 물론 여러 기사에서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씨의 잘못 없었다는 것 알면서도”라고 하거나 “뒤늦게 조 전 부사장은 변경된 매뉴얼에 따라 김씨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는 적반하장격으로 박씨에게 ‘화살’을 돌렸다”는 식으로 나온다. 과연 그럴까?(참고로 “조 전 부사장 격분” 이유는 승무원들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공간[갤리]이 바로 앞에 있고 그곳에 종이 매뉴얼이 있는데 사무장이 태블릿PC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비행기 이착륙 시 승무원이 하는 안내방송 역시 제아무리 고참 승무원일지라도 종이 매뉴얼을 보면서 하는 것이고 종이 매뉴얼들은 언제나 그것이 필요한 장소에 놓여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격분”할 만한 것이었냐고? 그 판단은 당신이 어떤 조직에서 그 정도 지위에 올라갔을 때까지 유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격분” 이후의 행동들은 나도 이해하지 못한다.)

 

2015년 2월 2일 2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무려 11시간이나 계속된 결심공판법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론보도를 축약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과연 기자들이 11시간 동안 그곳에 계속 있었을까?검사의 질문들은 동아일보에서 상세히 보도했으므로 궁금하면 찾아봐라.)

 

경인일보(2015년 2월 2일)

조현아는 기내에서의 행동이 여승무원 김모씨의 서비스 위반으로 인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매뉴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사건의 원인제공을 승무원과 사무장이 했다는 것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조현아는 기소된 이후 진행된 두 차례 공판 동안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것과 달리 조심스럽긴 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진술했다. 특히 그는 당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이 ‘명백한 서비스 매뉴얼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시 여승무원이 ‘웰컴 드링크’를 서비스한 것과 관련해 “웰컴 드링크는 매뉴얼에 ‘오더 베이시스(Order Basis)’라고 설명돼 있는데, 이는 승객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면 갖다 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승무원은 (물어보지 않은 채) 물을 갖다 주면서 콩과 빈 버터 볼을 갖고 왔고, 이는 분명한 매뉴얼 위반”이라고 밝혔다.

[세이노 : (물어보지 않은 채)는 기자가 넣었는데 다른 기사들을 살펴볼 때 위치가 잘못되었다. ‘물을 갖다 주면서’ 다음에 들어가야 한다.]

이는 앞서 박창진 사무장이 증인신문에서 “관련 매뉴얼이 작년 12월 초 ‘봉지째 보여주며 먹을지 묻고, 먹겠다고 하면 작은 그릇에 담아 제공’으로 개정됐고, 이는 조 전 부사장의 결재로 공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세이노 : 매뉴얼이 바뀐 것은 2012년이었다. 증인신문이 2014년 말에 있었다면 “작년 12월 초”는 2013년 12월 초가 되는데 2012년으로부터 1년 정도의 격차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조현아의 진술이 사무장의 진술과 정면 배치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먹겠다고 하면 작은 그릇에 담아 제공”하여야 하는데 “(봉지를 뜯지 않은)콩과 빈 버터 볼을 갖고” 온 것은 그릇(버터 볼)에 담아 제공한 것이 아니므로 조현아가 문제 삼은 것인데 그게 왜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하는 것일까?]

 

동아일보(2015년 2월 3일)

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어떤 부분이 위반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물을 갖다달라고 했는데 물과 함께 견과류를 가져왔기 때문에 매뉴얼 위반”이라고 답했다. 이는 사건 초기 조 전 부사장이 “견과류를 봉지째 보여주면서 의향을 물은 부분”을 문제 삼으며 “승객 의향을 먼저 물어본 뒤 종지에 담아 서비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라진 대목이다.

[세이노 : 이것을 조현아 말 바꾸기라고 표현하던데 나는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 조현아가 문제 삼은 것은 “견과류를 봉지째 보여주면서 의향을 묻지 않았다”는 것인데 “의향을 물은 부분”을 문제 삼았다고?]

본보 보도(지난해 12월 15일자 A14면)와 재판시 공개된 매뉴얼에 따르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출발편에는 견과류 서비스 관련 내용이 없다. 세계 공항은 보안 규정에 따라 항공기 문이 닫히기 전까지 주류와 음식을 담아놓는 실(seal·카트의 봉인)을 열 수 있는 곳(실 오픈 가능)과 열지 못하는 곳(실 오픈 불가)으로 나뉜다. 케네디 국제공항은 ‘실 오픈 불가’ 공항인데 조 전 부사장은 사건 초기 ‘실 오픈 가능’ 공항에서 사용하는 매뉴얼에 근거해 사무장과 승무원의 서비스가 틀렸다고 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착각한 부분이다.

[세이노: 글쎄다. 출발편 매뉴얼이 없다고? 일등석은 손님들이 일부라도 착석하면 항공기 문이 열려 있는 것과 상관없이 음료 서비스가 시작된다. 9.11테러 직후에도 그랬다. ]

 

주간동아(2015년 2월 29일)

“당시 물을 갖다 달라는 저의 말에 승무원은 콩과 빈 버터볼 종지를 가져왔습니다. 명백한 매뉴얼 위반입니다. 서비스가 매뉴얼과 틀리다고 생각해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뒤에 있었던 저의 행동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비즈(2015년2월6일)

검찰이 피고인 심문에서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분명히 매뉴얼에 따라 (마카다미아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나무위키에서는 “2007년 이후에는 봉지를 들고 가서 보여주고 취식 여부를 물어본 뒤 먹겠다고 하면 까서 접시에 담아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승무원은 이 지침을 완벽하게 준수했다”고 나온다.

[세이노: 봉지째 그릇에 담아 전달했는데 완벽하게 준수했다고??]

위키백과에서는 “이륙하기 전에 대한항공 객실본부장이었던 조현아 부사장이 접시 위가 아닌 뜯어지지 않은 봉지 속에 있는 마카다미아를 객실승무원으로부터 받았다…마카다미아 서비스 규정을 잘 알지 못했던 조현아는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빌미로 객실승무원을 심하게 질책하였고”라고 나온다.

[세이노 : 글쎄다. 나의 경험들에 비추어 보면, 잘 알지 못했던 게 아니라 “어, 이게 아닌데…왜 이렇게 주지? 내가 이렇게 하라고 매뉴얼을 고쳤나? 확인해 보자”는 것 아니었을까?

 

결국 진실은①먼저 손님에게 봉투째 보여준 뒤 ②원하는 승객에게는 봉투를 까서 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게 매뉴얼이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그 당시 객실 승무원은 ①에서의  보여주는 행위를 하지 않은 채 접시에 봉투째 담아 전달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가?

 

땅콩회항의 발단이 된 서비스 문제를 내가 이렇게 길게 늘어놓은 것은 조현아를 두둔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라 독자들이 갖가지 소문 속에서 fact를 판별하는 능력 훈련을 스스로 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자기만의 게임을 하게 된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여전히 fact를 비틀어 선동하는 꼬라지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그런  짓거리들이 너무나도 뻔뻔스럽게 자주 나타나기에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이 정말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그 학원 이름은 박완서의 단편 ‘부끄러움을 가르쳐드립니다’에서 차용하였다). 

 

사족1: 물론 당시 조현아가 남편과 아들에게 욕하고 소리지르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저 사람은 평소에도 저렇게 행동하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조현아가 “격분”한 동기가 어디에 있던간에, 사람들은 어차피 조현아를 이상한 인간으로 낙인찍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적어도 기자들 만큼은 상황에 추종하려고 하지 말고, 설령 독자들의 미움을 받는다 할지라도  fact를 써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어쨌든 fact를 비틀어 보도한 언론 덕분에 안하무인의 재벌 가족들에게 경종이 울리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사족2: 그 동영상에서나 땅콩회항에서나 왜 조현아가 그렇게 행동하였는지를 나는 안다. 조직 내에서 지위가 높아지면 언행이 변하게 됨을 나 역시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현대의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이 공사 현장에 나타나 자주 따귀를 때리거나 정강이를 걷어찼다는 뉴스 말미에 갑질 논란 따위는 전혀 없이 일을 철저히 하려는 그의 의지를 칭송하는 내용이 나오던 시절에 청춘을 보낸 사람이다. 그런 내가 다국적기업에서 승승장구할 때 아내는 내게 종종 “당신에게 누가 뭐라고 하겠어?”라고 했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어린 딸들과 무슨 얘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딸들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전화로 누구에게나 야야 하며 소리 지르고 화를 내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는 느낌을 받았다. 내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할 사람들은 가족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에게 내가 잘못하고 있음을 말하는 직원을 보배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그 시기였다. 어떤 조직에서든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경험적 조언: ① 가족에게 뭔가를 지시하려고 하지 말아라. 가족은 당신의 하급직원이 아니며 가족에게 당신은 직장 상사가 아니다. 청소가 이게 뭐냐, 냉장고 정리가 왜 이 모양이냐 같은 말은 회사에서나 통하는 말임이므로. 먼저 가족이 하는 말에 귀부터 기울여라. ② 당신을 분노하게 만든 직원이 있으면 즉시 “10분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해라. 그 10분간 분노를 가라앉힌 후 사근사근 대화하거나 이메일로 감정 표현 없이 fact만 전달하여라. 개인적으로 나는 이 방법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체험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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