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한명화 시인의 방

기다리던 봄을 만지다 / 설봉 한명화

작성자rthkjc|작성시간24.02.02|조회수94 목록 댓글 0

기다리던 봄을 만지다

설봉 / 한명화


숨찬 겨울
힘에 겨워 한 호흡 길게 머뭇거리면
숲은 일렁거리고
집 안 귀퉁이 물결 무늬 다듬잇돌에서는
고저장단 소리 맞춰 두들기던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가 들리곤 하였다
생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막아서고
깊은 어둠은 지나면 또 밀려오곤 하였다
유난히 검은 구름 한 채 터질 듯 어깨를 들썩이던 날
감았던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하늘은 구름을 거둬들이고
사람의 이름으로 풀어낼 수 없었던
간절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봄은 왔다
그동안 힘겨움에 옷 다 벗은 나무 위로
봄바람은 가지에서 가지로 건너다닌다
생명력 있는 모든 것들 위로 햇빛은 내린다
곧 꽃잎이 열릴 이 계절이 오기를
그동안 간절히 기다렸다
누구 꽃 아닌 사람 없으리니
나는 이제 푸른 강물 위에 편지를 쓴다
그동안 녹아든 내 심장의 쿵쾅거리는 소리를 모아 던지고
새소리를 안고 봄을 만져본다.


잠실 석촌호수 시화전 전시 기간 중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