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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문학 / 설봉문인협회 2024년 2월 이달의 시인 / 권영하 시인

작성자AZHYY|작성시간24.02.22|조회수84 목록 댓글 0

권영하
시인
설봉문인협회 회원 (소속: 문경지회)



<작품감상>


폐가

권영하


젊음도 사랑도 모두 떠났다
선퇴처럼 허물만 남아있다
기둥은 반쯤 다리를 접은 채
햇살의 무게도 견디기 힘이 든다
몸의 피는 점점 말라 가고
피부의 거미줄은 골이 깊어진다
곳곳에 검버섯은 피어나고
기억도 안개처럼 흐릿해져 간다
이제는 떠날 때, 내려놓아야 할 때
눈을 감고 추억을 더듬거리며 빗장을 잠근다
우주가 조용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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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일어서기

권영하


나의 삶은 두 발 자전거였다
가만히 서 있으면 쓰러졌다
잡아주는 이도 밀어주는 이도 없었다
기댈 곳도 잡을 곳도 없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구덩이에 흙물이 튀어 옷을 적셔도
멈출 수가 없었다
자갈밭이나 진흙길에서도 달려야 했다
그 덕분에 종아리와 심장은 딴딴해졌고
이제는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었다
발을 떼고 다리를 쫙 벌리고
내리막에서 균형과 브레이크를 잡으면 된다
보트가 물을 가르며 달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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