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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문학 2023년 10월 1일 좋은 시 선정 / 추석 뒤에는 / 정태중

작성자rthkjc|작성시간23.10.01|조회수52 목록 댓글 0

추석 뒤에는

정태중


설익은 밤의 가시가 통증을 더 누릅니다

불빛을 길게 끌던 귀향의 꼬리가
나흘, 딱 나흘 붉어서 구월도 제법 붉어는 갑니다

오랜만에 만난 점방 딸 얼굴에도 보름달 뜨고
추석 무렵에나 보는 고향 아우들도
볏논같이 뙤약볕에 익어 붉기는 합니다

이른 추석이라 생경한 풍경들은 떫은맛입니다

여름 같이는 푸르러서 오래전의
밤이슬에 반짝이던 알밤과 홍시를 불러냅니다

살그미 발자국 죽이며 숨소릴 죽이며
새벽을 훔쳐내었던 그 시절이 가까이 와서는
어떤 날의 고통 같이는

찌릅니다

고향역을 질러내었던 그 많은 목소리
한가위에 잘린 귀경의 뒤란으로 소멸합니다

설익은 밤의 가시가 통증을 더, 더디게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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