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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문인협회 / 설봉문학 / 2023년 10월 31일 좋은 시 선정 / 별들의 이상 체온 / 이기인

작성자rthkjc|작성시간23.10.31|조회수80 목록 댓글 0


별들의 이상 체온

이기인


구겨진 체온 주머니 꽃잎을 절개해 놓은 환자복
아픈 목 꽃들을 향해 휠체어 바쿠들이 멈춘다
약봉지를 세는 아름다운 손가락 소독약 냄새 빨간 눈빛
알약은 일주일째 침침한 천장에 매달린다
늘어나고 줄어드는 희미한 성분의 눈물 맛을 기록하는 식물
사귀어온 볼펜 잎사귀 파란 뿌리를 갖고 다니는 수줍은 신체
최후의 만찬을 끌어 덮는 어둠 고드름의 주사바늘
고드름 고드름 젓가락질의 투명한 통증과 휘어진 악기들의 비명 발가락이 가려운 아이들이 모여서 그리는 병동의 형광등
세모난 유리창으로 사건처럼 떨어지는 네모 동그라미
바꿀 수 없는 근조화환의 크기를 데리고 온 용달차 엔진소리
울고 있는 목발하나 붕대를 벗은 노란 달빛
눈 감은 목련 봉우리를 사귀어온 이동침대
몸에서 뻗은 잎사귀를 굴리다 별들의 이상 체온을 입는다


이기인: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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