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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문학 2023년 11월 20일 좋은 시 선정 / 견디다 / 천양희 / 설봉문인협회

작성자rthkjc|작성시간23.11.20|조회수66 목록 댓글 0

견디다

천양희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번
꽃 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 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속에서 천일을 견디다
스물다섯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와
울지 않는 흰띠거품벌레에게
나는 말하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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