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
정태중
피습은 습지에서나 일어나는 일
갈대 사그라드는 겨울 복판의 황량함
날카로운 서릿발 일어서는 거기는 지금 암투
뿐
붉은 해 떠오르자
칼끝에 서린 한토막 속보
겨울이 죽어야 봄이 온다는 절명의 순간
순간이 흡사 서울의 봄이다
철새 둠지튼 습지에는 억쌘 갈대와
몇 마리 승냥이 같은 것들의 울음이
밤의 밤 깊숙히 존재를 숨긴 체
양면의 얼굴로 환하다
성역이라는 벽
새해 벽두 새벽도 아닌
상스러운 그런 성역이라는 벽
습지의 쾌쾌한 냄새를 동경하는 무리들의 성벽
만물은 푸르러 오고
때는 거스를 수 없는 성역
민초의 겨울나기는 희망의 봄이다
질긴 적갈색의 뿌리가 한가닥 옷을 벗고
행진한다
붉은 피 토해내듯 붉은
선혈 낭자한 습지 위로 붉게
곧
봄이다
설봉문인협회 2024년 1월 16일 좋은 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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