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 木 ( 설목)
김남조
나의 마음 속
누구도 모르는 산등성에
한 그루 설목을 가꾸어 왔습니다
나뭇잎 지고
시냇물마저 여위는 가을을
최후의 계절이라 믿었던 어느 그 날,
사랑하노라 사랑하노라던 사람
떠나고 없음이여
미워하면서 나를 미워하면서
내 옆에 남아줌이 더욱 백 배는
고맙고 복되었을 것을
물방울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두터운 철물 같은 고요 속에
나뭇가지 사철 고드름 달고
소스라쳐 위로 설악( 雪 岳 )에 뻗는
백엽보다도 희고 손 시린 이 나무는
역력히 이 나무를 닮고
역력히 이 마음을 닮은
내 사랑의 표지입니다
붉은 날인과 같은 회상입니다
당신이여
불씨 한 줌 머금고 죽어도 좋을
이 외로운 겨울밤 겨울밤
설봉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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