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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문학 / 설봉문인협회 2024년 3월 30일 좋은 시 선정 / 피습 / 정태중

작성자rthkjc|작성시간24.03.30|조회수46 목록 댓글 0

피습

정태중


피습은 습지에서나 일어나는 일

갈대 사그라드는 겨울 복판의 황량함
날카로운 서릿발 일어서는 거기는 지금 암투

붉은 해 떠오르자
칼끝에 서린 한토막 속보
겨울이 죽어야 봄이 온다는 절명의 순간
순간이 흡사 서울의 봄이다
철새 둠지튼 습지에는 억쌘 갈대와
몇 마리 승냥이 같은 것들의 울음이
밤의 밤 깊숙히 존재를 숨긴 체
양면의 얼굴로 환하다
성역이라는 벽
새해 벽두 새벽도 아닌
상스러운 그런 성역이라는 벽
습지의 쾌쾌한 냄새를 동경하는 무리들의 성벽
만물은 푸르러 오고
때는 거스를 수 없는 성역
겨울나기는 희망의 봄이다
질긴 적갈색의 뿌리가 한가닥 옷을 벗고
행진한다
붉은 피 토해내듯 붉은
선혈 낭자한 습지 위로는 붉게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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