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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문학 / 설봉문인협회 2024년 4월 1일 좋은 시 선정 / 장사의 노래 18 / 엄재국

작성자AZHYY|작성시간24.04.01|조회수69 목록 댓글 0

장사의 노래 18

엄재국


무엇이든 팔아야 하는 나는
이제
세상에 막 나온 판매주의자
그러나 나는 상품을 모르는 손
손님의 주머니 속에 들어 가 본 적 없는 햇살
내 손은
손님의 머릿속이나 눈동자를 핥을 뿐.

달큰한 타인의 자본을 맛볼까요?

손님을 맛 본다는 건
나를 맛 보인다는 것
뼈를 살점과 함께 뜯는 악어처럼
이빨에 빛나는
핏방울 같은 붉은 이윤의 번득임
내 눈동자에 혓바늘이 돋는다

나를 팔아서 너를 산다는 건
너를 사면서 나를 판다는 건
여전히 갈증 나는 일

누가 어제에 지금을 팔았는가

오늘의 지금에 더 목 말랐는가
내일을 근저당 잡고
좁아터진 목구멍의 환호가
날름거리는 혓바닥의 밑천에 빛날 것인가

구토한 음식물에 묻은 침 같은 이윤을 발라
나는 내 목숨을 품는다

손님이 내놓은 지폐에 부는 바람에
내 들숨과 날숨이 낙엽처럼 바스락거려서
나는
가게 문을 닫으면서 눈썹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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