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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문학 / 설봉문인협회 2824년 4월 29일 좋은시 선정 / 조그맣게 / 이기철

작성자AZHYY|작성시간24.04.29|조회수13 목록 댓글 0

조그맣게

이기철



잎새들에게 옷 한 벌 빌려 입고
잎새처럼 함초롬히 사는 일

박꽃이 질까 봐 흰 종이로
고깔 한 겹 씌워 주는 일

달빛 한 되 함지박에 받아 놓고
서 말 쌀 꿔 온 날처럼 넉넉해지는 일

댕기새 돌 던져 울려 놓고 장고 소리라 우기며
혼자 하루를 노닥이는 일

햇빛으로 움막 짓고 온종일 나물 냄새 새똥 냄새 맡으며
저자에도 대처에도 나가지 않는 일

구름이 보낸 편지가 있나 없나
손가락으로 우체통을 열었다 닫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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