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비우는 날 비가 내렸다
정태중
저리도 높은 굴곡의 산 짙고 푸르러 슬픈가
절반을 지나온 생의 뒤안
그림자 짙은 한편의 시를 읽는다
그러고 보면
밤 별을 본지 오래되었다
슬픔이란 형체도 없는 것이
어둠처럼 감정을 앞세워 차오르면
한계령쯤의 높고도 깊은 절망이
그르렁 눈시울 붉혔던 날들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이 되겠노라고
다짐했던 그 푸른 날은
세상에서 가장 먼 별을 보는
야윈 나뭇가지에 앉은 이슬이 되었다
바람은 골 따라 부는 것만이 아니어서
한쪽 가슴을 내어놓고
시린 바람이 차오르는 한쪽 가슴에는
저리도 깊은 굴곡의 산 짙고 푸르러 슬픈지
눈물 비우는 날 비가 내렸다
야윈 가지 서럽도록.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