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라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는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복효근 <어느 대나무의 고백> 문학의 전당.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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