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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문학 / 설봉문인협회 2024년 7월 11일 좋은 시 선정 / 계란 한 판 / 고영민

작성자AZHYY|작성시간24.07.11|조회수63 목록 댓글 0

계란 한 판


고영민



대낮, 골방에 처박혀 시를 쓰다가
문 밖 확성기 소리를 듣는다
계란……(짧은 침묵)
계란 한 판.……(긴 침묵)
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계란……(침묵)……계란 한 판
이게 전부인데,
여백의 미가 장난이 아니다
계란, 한 번 치고
침묵하는 동안 듣는 이에게
쫑긋, 귀를 세우게 한다
다시 계란 한 판, 또 침묵
아주 무뚝뚝하게 계란 한 판이 삼천 원
이라 말하자마자 동시에
계란, 하고 친다
듣고 있으니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귀를 잡아당긴다
저 소리, 마르고 닳도록 외치다
인이 박여 생긴 생계의 운율
계란 한 판의 리듬
쓰던 시를 내려놓고
덜컥, 삼천 원을 들고 나선다


-고영민 시집:악어 (실천문학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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