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그 쓸쓸한 밤
정태중
등의 문양은 티벳 고원이다
마른 체형의 고승이 좌선 하듯
세상사 고뇌의 비늘 떨쳐내며
파드닥 한 물결 등에 지고 바다를 건넌다
무리지어 은빛 문양 펼쳐보는
한 떼의 처절한 삶이
어찌 너희들만이겠는가
물결의 물결을 헤치는 기나긴 여정
너른 바닷가 풍랑소리 구슬프다
스르륵 어둠이 겹겹으로 쌓이면
홍일점 같은 불빛 하나
무량하게 둥둥 떠서 평온을 기도한다
나는
붉은 탁자에 내린 가로등 불빛 아래서
푸른 바다를 담은 한 병의 소주를 따르며
등의 거친 삶에 취하고 만다
파드닥
내 인생의 처연한 등을 읽어버린 바다여.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