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고요합니다
정태중
바람 한 점 없는
그러나 어디선가 시작된 시원한 색채가
짧은 티셔츠 사이로 와 닿으면
어제의 거친 다색의 아픔이 생각납니다
돌이켜 덧칠하지 않아야 할 오늘이
물에 들뜬 기름처럼 유착하지 못하고
명분만을 찾아 흘러간다면
고요는 한낱 허무할 뿐입니다
층층에 박힌 창문들이 똑같아
숨 멎을 것 같은 미로
정형화된 골목을 빠져나와
아직은 어스름한 하늘을 봅니다
간 간 풀벌레가 울다가
걸음 소리에 놀라 저도 소리를 멈춥니다
숨 멎는 참음을 배우는 새벽입니다
저들도 두려운가 봅니다
너나 나나 새벽을 교차할 뿐인데
서로가 적막으로 들어섭니다
짧은 고요가 머뭅니다
살 맛을 잃어버렸는데 살맛이 납니다
설봉문학 / 설봉문인협회 회원님!
7월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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