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들어 삽니다
안미숙
바람이 났냐고요
어찌 아셨나요
들키고 말았군요
그렇습니다. 다정하고 자상한 당신 미소에
나는 신바람이 납니다
무에 든 바람처럼
힘든 날 없지 않지만 그래서
말랑해질 수 있으니 얼마든 바람 들어 살렵니다
바람 없는 곳 어디일까요
꽃 한 송이 얼굴에도 바람의 살결 그려져 있고
물결의 피부에도 바람이 수 놓고 있습니다
나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로부터
달려 나와 사랑 일깨워 준 사람들에게
바람 들여놓고 삽니다
바람이 붑니다
나도 그렇게 누구에게 불어가려고
뒤숭숭합니다
내 안에도 그대 안에도 있는 바람이
눈웃음으로 만나 가슴으로 번지는 날들
바람든 것들의 황홀한 삶의 춤사위에
마음이 가만히 노닙니다
- 안미숙 제2시집 새를 물었습니다 (시음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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