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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문학 / 설봉문인협회 2024년 9월 9일 좋은 시 선정 / 과수원에서 / 마중기

작성자AZHYY|작성시간24.09.09|조회수63 목록 댓글 0

과수원에서


마종기


시끄럽고 뜨거운 한 철을 보내고
뒤돌아본 결실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가 내게 말했다.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난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땅은 내게 많은 것을 그냥 주었다
봄에는 젊고 싱싱하게 힘을 주었고
여름에는 엄청난 꽃과 향기의 꿈.
밤낮없는 환상의 축제를 즐겼다
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
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내 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
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
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그 감격이 내 몸을 맑게 씻어주겠지
열매는 음식이 되고. 남은 씨 땅에 지면
수많은 내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구나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구나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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