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나처럼
복효근
심고 가꾸고 꽃을 좋아하는 내가
꽃이 많이 핀 집을 지날 때면
그 꽃을 심고 가꾼 사람이 궁금해진다
그도 나처럼
눈물이 많고 가끔 거짓말을 하고
때론 돈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도 하고
가끔 예쁜 여자 생각도 하고
야한 영화를 찾아보기도 하며
전봇대 옆에 침을 뱉기도 하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괜히 알고나 있는 것처럼 으스대기도 하며
남 흉도 보고 욕도 할 것이다
꽃이 많이 핀 집 앞을 지날 때면
꽃을 하나도 가꾸지 않은 사람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그 사람을 떠올리며
꽃에 기대어 조금은 아름답고 싶은 그가
나와 함께 한없이
가엾기도 하고 턱없이 눈물겹기도 하여
오래 발길을 멈추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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