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편지
정태중
ㅡ이노므 자썩들이 밤늦게 불러내고
머더는 짓이여ㅡ
추석 달이 환장하게 밝기는 하였는데
그놈 석이가 불러내서는
아버지 호령이 고샅까지 쩌렁댔다
열여덟 그해 순이
옆 동네 산으로 마실 가는 밤길
돌다리 건너다 스친 손끝으로 올라오는 달빛
반딧불처럼 심장이 반짝거렸는데
오래 쿵쾅거려버렸다
조용한 가을밤이 휘황한 서울을 지나간다
횅한 가슴으로 빠져나간 시간
다시 달빛 스며드는 새벽은 차다
오랫동안 잃어버린 기억과
잊어버린 마음들이 오가던 고샅
희미해진 뻐꾸기 소릴 찾으려 밤길 걷다가
가로등 불빛 흘러가는 천변 의자에서
오래 하늘 바라보았다
소리는 점점 어둠이 되고
횅한 가슴으로 토닥이듯 단풍잎 하나 따스하다
깊어지는 가을처럼 찾아온 또 다른 너로 인해.
제 14회 설봉예술제 문경개최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