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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문학 / 설봉문인협회 2026년 3월 12일 좋은시 선정 / 냉이의 뿌리는 하얗다 / 복효근

작성자사랑|작성시간26.03.12|조회수72 목록 댓글 0

냉이의 뿌리는 하얗다

복효근



깊게깊게 뿌리내려서 겨울난 냉이
그 푸릇한 새싹, 하얗고 긴 뿌리까지를
된장 받쳐 뜨물에 끓여 놓으면
객지 나간 겨울 입맛이 돌아오곤 하였지


위로 일곱 먹고 난 빈 젖만 빨고 커서
쟈가 저리 부실하다고 그게 늘 걸린다고
먼 산에 눈도 덜 녹았는데
막내 좋아한다고 댓바람에 끓여온 냉잇국


그 푸른 이파리 사이
가늘고 기다란 흰머리 한 올 눈에 띄어
눈치채실라 얼른 건져 감춰 놓는데
그러신다 냉이는 잔뿌리까지 먹는 거여


대충 먹는 냉잇국 하얀 김이 어룽대는데
세상 입맛 살맛 다 달아난 어느 겨울 끝
두고두고 나를 푸르고 아프게 깨울 것이다
차마 먹지 못한 당신의 그 실뿌리 하나



- 복효근 시집,『목련꽃 브라자』(천년의시작,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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