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네트 / 권영하
엄마의 목소리는 가느다란 실이었다
관절 하나하나를 묶어서 조종했다
연극이 시작되고 초반에는
능숙한 연출 덕분에 갈채를 받았다
그렇게 무대가 무르익어 가는 동안
엄마의 근육과 손가락은 서서히 시들어 갔다
어느 순간부터 실은 축 늘어졌고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누가 대신 당겨주지 않으면
말을 할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얼굴은 붉어지고 가슴이 쾅쾅 뛰었다
어쩌지, 나는 주인공인데
관객을 웃기고 울려야 하는데
도중에 멈출 수가 없었다
에필로그만큼은 나의 색과 향기로 채워
나의 공연을 완성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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