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박규리
평상 위에 쓰러져 잠든 너의 곁에 앉았다
무심코 발바닥을 들여다본다
각질이 지고 엄지발톱 하나가 까맣게 죽어있다
그동안 너의 만행은 얼마나 고단했는가
야윈 가슴과 어깨를 누르던 힘겨운 생애는.....그렇구나
그것을 고스란히 진 것은 발바닥이었다
사랑이란 바로 그 사람의 발바닥을 사랑하는 일임을
사랑이란 바로 그 사람의 발바닥이 되어주는 것임을
아, 사랑만큼은 지상에서 가장 낮은 바닥의
발바닥과 발바닥이 말없이 함께 가는 길임을
나는 왜 건듯하면 잊게 되는지
내가 곁에 있는 줄도 모른 채
무슨 곤한 꿈이라도 꾸는가
쭉 뻗은 발바닥이 움찔움찔 움직인다
잠든 너의 발바닥에 하염없이 귀기울인다
그래.....듣지 않아도
우리의 생애는 이다지 속절없다
꿈 속의 꿈 같은 세상에서
꿈 밖의 꿈을 꾸며 걷고 있는 이여
나는 너의 발바닥 같은 사랑이 되고 싶다
피 흘리는 발바닥이 되고 싶다
- 박규리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 (창비,2004)
2026년 7월 30일
국제설봉예술원에 박꽃이 피고 지고,
박들이 커져 갑니다
작년에는 삶아 말리기 실패했는데,
올해는 잘 말려 시 한 편씩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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