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나호열
언제부터인가 안개를 사랑하게 되었어
그 자리에 놓여진 것들 탐내지 않고
손끝 하나 다치지 않게 하고
부드럽게 감싸 안을 줄 아는 안개를 사랑하게 되었어
처음에는 더듬거리고 막막해하다가
한 걸음씩 고개 숙여 걸어가다 보면
엷은 슬픔의 축축한 옷 안개의 속마음을 알게 되지
껴안을수록 나의 두 손은 허허로운 가슴께로 모두어지고
헤쳐 나가면 나갈수록 무겁게 다가서는 생을 사랑하게 되었어
한 걸음 벗어난 아득한 벼랑 너머에도
하늘과 땅 밑에도 길이 있음을 눈감고 알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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