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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문학 / 설봉문인협회 2026년 10월 23일 좋은시 선정 / 백년 / 문태준

작성자AZHYY|작성시간26.10.23|조회수73 목록 댓글 0

백년


문태준


​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 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람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울었네

​- 문태준시집 《그늘의 발달》 (문학과지성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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