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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릴 내가 안길곳

작성자사예|작성시간21.12.08|조회수93 목록 댓글 0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32살의 나이로 요절한 김현식(金賢植, 1958~1990년)은 1980년대에 활동한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로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랑했어요, 비처럼 음악처럼, 내 사랑 내 곁에” 등의 대표곡을 남긴 가객으로 유명하다.

김현식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때 사촌 형에게 기타를 배우면서 음악에 눈을 떴고 밴드부 활동을 하며 고등학교를 다녔으나 1975년 자퇴했다. 그 후 통기타 가수들과 어울려 거리공연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78년에는 앨범을 준비하였으나 음악기획자의 부도로 무산되었고 이때 대마초 사건에도 연루되었다.

그러나 1982년 결혼을 하고 이듬해 아들을 얻으면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다시 클럽 무대에 서면서 재기를 위해 1984년, 2집 앨범을 발표하였다. 블루스, 발라드, 소울, 팝, 펑키, 트로트 등, 그가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스타일의 음악이 담겨 있는 2집 앨범에서 “사랑했어요”라는 곡이 크게 히트하며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밴드의 필요성을 느꼈던 그는 1985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밴드를 결성하였다. 1986년 12월에 발표된 3집 앨범은 퓨전 재즈식 연주와 블루스풍 보컬이 세련되게 믹스된 앨범으로서 “비처럼 음악처럼”이라는 명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음악적 견해차로 3집 발표 후 밴드는 해체되었다. 김현식은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멤버들과의 의견 차이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는 1987년 11월 다시 대마초 사건으로 구속되었다.

1988년 2월 삭발을 한 채 오른 재기 콘서트 무대에서 용기를 얻고 그해 9월 “언제나, 그대 내 곁에” 등이 실린 4집 앨범을 발표하며 부활하였다. 4집에는 어둡고 우울한, 짙은 외로움이 배어 있는 팝발라드 곡들이 실려 있다. 그 후 “신촌블루스” 멤버들과 음악적 교류를 하며 함께 라이브 무대에 서다가 1989년 “신촌블루스” 2집에 객원 보컬로 참여하여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골목길” 등을 불렀다.

당시 그는 재기를 위해 음악에 매달리는 한편 술로 외로움을 달래다가 1989년 영화앨범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녹음할 때부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고, 1990년 “넋두리” 등이 실린 자전적 앨범 5집을 발표할 즈음에는 의사가 “술을 한 방울이라도 마시면 죽는다”고 경고할 정도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결국 최악의 몸 상태에서 녹음하던 그는 6집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1990년 11월 서른둘의 젊은 나이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에 발매된 유작 앨범 6집에 실린 또 하나의 명곡 “내 사랑 내 곁에”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갈라지고 탁한 목소리로 거칠게 토해내는 듯한 특유의 음색으로 포크, 팝, 소울, 록, 블루스, 발라드, 펑크에 이르는 다채로운 사운드를 구사한 싱어송라이터였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굴곡진 삶을 살다가 요절함으로써 대중과 대중음악인들 모두에게 전설적 인물로 남았다.

오늘도 비틀거리며 험한 길을 걷고 있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보고 있자니 불과 32세에 요절한 가객 김현식의 노래 “내 사랑 내 곁에”가 생각난다. 아~, 나의 조국 대한민국아,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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