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법은 변하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 있는 사파리공원(safari park)에 가보면 강한 동물은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다. 생태학자들은 이런 약육강식(弱肉强食)을 두고 먹이사슬이라고 한다. 동물사회에서는 이렇게 약자(弱者)는 언제나 강자(强者)의 먹이가 된다. 고대 중국 당나라 때의 대표적 문장가였던 한유(韓愈, 768~824년)의 쟁신론(諍臣論)은 이 약육강식론을 근거로 하는 것이었다. 그는 정치적 승자와 패자는 오직 힘과 힘의 대결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물 세계의 살벌한 생존경쟁과 인간사회의 치열한 권세 경쟁은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보았다.
한유가 쓴 『승려 문창을 전송하며 쓰다(送浮屠文暢師序)』라는 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무릇 새가 고개를 숙이고 먹이를 쪼아 먹다가 머리를 쳐들어 사방을 살피고, 짐승이 깊숙이 숨어 살면서 가끔씩 나오는 것은 다른 새나 짐승이 자기를 해칠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한 것은 먹히고 강한 것은 먹습니다. 지금 나와 문창 그대가 편안히 살면서 한가로이 삶과 죽음에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 금수와 다르니 어찌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를 수 있겠습니까?(夫鳥俛而啄, 仰而四顧, 夫獸深居而簡出, 懼物之爲己害也, 猶且不脫焉, 弱之肉强之食. 今吾與文暢安居而暇食, 優游以生死, 與禽獸異者, 寧可不知其所自邪.)”
이 글에 나오는 "약한 것은 먹히고 강한 것은 먹는다"는 약육강식은 승리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사회적 구조, 도덕이나 윤리는 찾아보기 힘들고 오직 권세만이 인간평가의 기준이 되는 인간 세상의 야만적인 속성과 냉혹한 현실을 빗대는 것이다. “잘난 자는 이기고 못난 자는 패한다”는 뜻의 우승열패(優勝劣敗)도, “성공하면 왕이 되고 실패하면 도적이 된다”는 뜻의 성황패구(成王敗寇)도, “환경에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適者生存)도 모두 약육강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한유(韓愈)의 쟁신론은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리 학교가 많아도 학교에 갈 수 없고, 아무리 병원이 많아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아무리 관광지가 많아도 여행을 갈 수 없다. 가난한 자는 이렇게 사회적 낙오자가 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사회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밀림의 최강자인 사자도 살아가기는 녹록지 않고, 북극 설원(雪原)의 최강자인 북극곰도 살아가기는 똑같이 녹록지 않다. 인간 세상도 이와 같다. 우산 장수의 삶도 고달프고 소금 장수의 삶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이다. “노동이 신성하다”고 말하는 사용자의 삶도 고달프고 “노동이 힘들다”고 말하는 노동자들의 삶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오늘의 삶이 아무리 고달파도 근면한 자의 미래는 밝고 나태한 자의 미래는 어두운 법이다. 베짱이처럼 노니는 삶보다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삶이 오히려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은퇴한 사람들도 대부분 일하는 즐거움을 찾아 나선다.
적자생존의 세상에서는 항상 강자는 승자가 되고 약자는 패자가 된다. 강자는 남의 재물을 빼앗고도 하하 웃고 약자는 재물을 빼앗기고도 강자에게 조아려야 한다. 그러나 바꿀 수 없는 것은 사랑하라는 말이 있듯 비정한 약육강식의 법칙은 버릴 수도 바꿀 수도 없는 하늘이 정한 공존 법칙이기도 하다. 초목은 흙의 지기를 빨아먹고 살고, 초식동물은 초목의 잎과 가지와 열매를 먹고 살고,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먹고 살고, 세균 같은 분해자는 육식동물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분해하며 살아간다. 이런 먹이사슬은 약육강식이기 이전에 서로가 살아가는 공존법칙이다.
이런 공존법칙에 의하면 생명체의 탄생은 축복의 서막인 동시에 환난의 서막이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강한 동물의 공격도 생존본능적 행위이고, 약한 동물의 방어도 생존본능적 행위이다. 포식자는 사냥감을 잡아먹어야 목숨을 부지하지만 사냥감은 포식자를 피해야 목숨을 부지한다. 이런 생존본능에 따라 야생동물들은 먹이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고, 인간은 이권이 있는 곳으로 몰려든다. 누가 이런 자연생태계의 생존법칙을 바꾸어 놓을 수 있으랴? 그래서 예부터 “바꿀 수 없는 것은 사랑하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현실은 좋든 싫든 어느 한두 사람이 바꿀 수 없는 엄연한 생존 현장이다. 그러나 인간의 법은 변해도 하늘의 법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하늘의 법에 따라 꽃피고 새우는 계절이 가면 찬 바람 불고 눈 오는 계절이 오고, 반대로 찬 바람 불고 눈 오는 계절이 가면 꽃피고 세우는 계절이 오듯 서로 반목하고 투쟁하는 이 어두운 시대가 가면 틀림없이 서로 웃고 악수하는 밝은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런 하늘의 법칙을 믿고 열심히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