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약(文弱)의 나라에서 이단아가 정권을 잡다.("박정희 새로보기" 중에서)
비장한 각오로 한강다리를 건넌 박정희 장군. 그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개조하고 싶었던 혁명가였다. 문약의 나라, 먹물의 나라, 형식과 관습에 억매인 썩어빠진 대한민국을 한번 뒤엎어 버리고 싶었던 인물이 야심만만한 육군 소장 박정희였다. 그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잘살아야만 하는 나라였다. 아니, 잘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나라였다. 그런데 잘살고자 하면 무엇이 필요한가. 박정희 이전까지의 답은 오로지 대의와 명분이었다. 공자 말씀, 맹자 말씀을 잘 따르며 수신제가(修身齋家)를 하고, 모든 국민이 수신제가를 잘하면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가 되리라는 성리학의 세계관, 그것이 1960년대 초를 살아가던 대다수 국민의 인생관이었다. 자유민주주의 나라를 세우고, 공산주의와의 일전을 불사했던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치세 12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은 주자학적 도덕관과 문치주의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때에 등장한 박정희 대통령은 당대의 먹물들이 보기에 이단아 그 자체였다. 농촌의 가난한 집안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가난과 사투를 벌이며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거친 직업군인, 내세울만한 집안도 없고 돈도 없는 그가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의 사령탑에 올랐으니, 당대의 권력층이 깜짝 놀랄 일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바로 그런 당대의 이단아였기에 대한민국을 전면적으로 개혁할 적임자였음을 바로 알 필요가 있다. 만약 그가 경성제국대학 법과를 나와 고시에 합격해 정부의 고위 문관으로 재직했더라면 어땠을까? 혁명을 할 생각도 못 했겠지만, 설사 혁명을 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 이전의 관료들처럼 탁상에 앉아 공상(空想)에만 잠겨 있었을 것이 뻔했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당대 최고의 이공계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일본 육군사관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친 그는 그 누구보다 깨인 지식인이었다. 20세기 인류 지식의 총화인 과학기술을 받아들인 선진화된 공업국가였던 일본에서 직접 배운 엘리트였다. 일본 육사를 거치며 그는 눈을 뜨게된다. 세계 최강의 미국과 전쟁을 벌일 만큼 강대국이 된 일본의 힘은 바로 과학과 기술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사서오경을 달달 외우고 상복을 몇 년 입어야 하네라며 입씨름하는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오로지 땀 흘려 일하는 기술인과 내일의 기술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가 있어야만 비로소 강국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청년 박정희는 가지게 된 것이다. 대영제국이 해가 지지 않게 된 까닭이나, 미국이 세게 최강국이 된 이유는 딱 하나다. 과학과 기술. 그것이 없으면 과거의 대영제국도 일본제국도, 오늘의 미국도 없다. 문약의 나라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났지만 시대와 역사의 조건을 극복하고 과학과 기술이라는 문명을 맛 본 박정희 대통령. 그가 대한민국의 사령탑에 오르며 드디어 한반도 역사 5천년 만에 처음으로 과학기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아직도 우리는 먹물을 우대하고 기름쟁이를 천시하는 풍조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박정희는 달랐다. 기술 과학 입국만이 5천년 찌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광화문광장에는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과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여기에 5천년 가난을 물리친 박정희 대통령 동상이 세워지는 날이 언젠가는 올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