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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시04.그대 품속에서]07.그대 품속에서 외 6편

작성자gaegu|작성시간26.06.08|조회수24 목록 댓글 0

 

그대 품속에서

당신과 나 거기서 살고 싶소.
낮에 드리운 햇살이 살며시 미소 지을 때
들엔 민들레 꽃씨가 파란 하늘가로 날아오르고
붉은 패랭이꽃 수줍다 못해 붉은 꽃망울 터뜨릴 때 

당신과 나 깊어 가는 동지(冬至)의 밤에 호롱불 밝혀 두고
머리 맞대고 도란도란 정겨운 얘기 주고받으면
살쾡이 나오는 깊은 산 속의 밤도 무섭지 않을 거예요
거기서 우리 잃어버린 옛 사랑의 노래도 한 곡 불러요

논 가 언저리 저렇게 지천으로 억새는 바람에 나부끼고
살포시 묻어나는 당신의 고운 손길은 들녘을 채우는데
당신의 바지런한 손끝에 피어나는 저 황금빛을 보세요. 
춤추듯이 일렁거리며 다가오는 우리들의 꿈을 보세요. 
 
당신과 나 손에 손을 마주 잡고 경건히 꿇어앉아
가을 들녘에 푸지게 흐르는 대지의 숨결을 느껴요
거기서 우리 눈을 들어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아요.
눈가에 어리는 수고의 땀도 다 잊힌 즐거움 이예요


아마도 

사람은 누구든지 
거의 비슷한 성정(性情)을 갖고 있을게다
열이면 아홉 그 중에 십중팔구는
좋은 것 보면 갖고 싶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먹고 싶고
좋은 곳 있으면 가서 구경하고 싶은
거기에 각자의 옳은 소견(所見)이 있다
자기의 소견에 옳은 데로 하는 것
그게 바로 자연산(自然産) 천연산(天然産)이다
이것은 누구나 다 보편적으로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으로 지니고 있는 
변하지 않는 속성(屬性)이다
그런 말이 있다.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니라
공자의 논어 예(禮)편에 나오는 말이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마라’
그런 뜻인데 세상 천지에 그렇게 할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렇지 못한데서 
인생의 모든 딜레마가 여기에서 파생된다


고향

고개 넘어 굽이굽이 
뒤를 돌아가는 능선(稜線)엔
다람쥐 한 마리 뽀르르 쫓아 나와 
눈알을 데룩데룩 굴리고
어디선가 툭 떨어지는 솔방울 하나 
숲 속에 감도는 정적
그 위로 파란 하늘이 문을 열고 
낮게 드리운 듯이 내려오고
그 먼 산 아래로 
잠자듯이 누워있는 동네 안 길로 
흐르는 길에 농부가 끄는 달구지 소리 철렁 철렁 
저 만치서 꿈꾸듯이 달려와 포근히 품에 안기는
살겁고 정겨운 고향 
흙내 나는 내 어릴 적 유년의 꿈이 어리는 곳
가고 싶다 모든 것 다 내어버리고 
세상의 모든 무거운 것들 훌훌 다 떨쳐 버리고
그냥 맨 발로 뜀박질하며 달려가고 싶다 


자식(子息)

자식은 눈에 보이면 情이 간다
애초부터 생산을 안하고 눈에 안보이면
정을 붙이고 정성을 쏟을 원천적 이유가 소멸된다
딸의 이름을 ‘不必’이라고 지은 스님이 있었다
아마도 불필요한 것을 만들었다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도 모른다
출가 수행하는데 있어 그 딸은 걸림돌이었을 게다
그 딸도 그 아비를 따라 불문에 歸依했지만 ...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해서 유명한 스님이다
그 분은 이미 작고하셨지만 그가 살아생전에
행했던 무수한 逸話들이 겨울날 눈발처럼
흩날리는 것은 그가 勇猛精進했기 때문 일게다
나는 基督이지만 佛家에도 상당히 관심이 있다
불가에서 말하는 因緣같은 것에 특히 그렇다
그렇다고 내가 불가에 깊이 심취해서 기독을 
멀리하거나 기독을 배척하는 일은 없다
내가 단지 여기서 因緣을 강조하는 것은
자식이 걱정을 끼치기 때문이다
옛날 말에 ‘품안에 있을 때 자식’이라고
부모 슬하를 떠나 객지에 나가 생활하는 자식은
이미 둥지를 떠나 날아가 버린 새와 같다 
그 둥지를 떠난 자식으로 인해 마음이 무거우니
답답해서 그렇게 한번 말해 보는 것이다 


마치

마치 거미 꽁무니에서 
거미줄이 솔솔 풀려 나오듯이
마치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이 술술 잘잘 나오듯이
마치 방앗간 떡 기계에서 
떡가래가 줄줄 뽑혀 나오듯이
마치 공장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자동공정으로 제품이 조립되어 나오듯이
마치 약장사가 약 선전 가판대위에서 
쉴 새없이 말총을 쏘아대듯이
 
세상만사가 그렇게 如意하게 
잘도 풀린다면 무슨 걱정
시인도 그의 머릿속에서 
자동화기에 장전된 실탄처럼
무수하게 자유자재로 
내 갈길 수 있다면 좀 좋을까?
밑천이 많아야 한다 
지식이 풍부하게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언변의 문 
사색의 문이 활짝 열려야 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入出入 할 수 있는 
만능키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많이 시원해 질 것이다
그것이 마음대로 안될 때 
産苦가 있고 陣痛이 있다
글 쓰기는 마치 잉태한 산모가 
출산하는 것과 같다
帝王切開로 인공분만을 할 때도 있고
시원스레 자연분만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生産을 했다는데 意義가 있다


만약에

일을 밥먹듯이 하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 천지에 밥 때 되어서 밥 먹기 싫다고
하는 사람 과연 몇 명이나 볼 수 있을까?
허기진 골짜기를 채워주며 시린 구복(口腹)을
알딸딸하게 해주는 즐거운 식사시간이야말로
온 천하(天下) 만민(萬民)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시간이다
이 날 이 시간이 되면 왁자해진다
한마디로 부산해지고 시끄러워진다는 말인데
왜 그렇게 될까? 
순전히 기대 심리다
그제도 했고 어제도 했고 오늘도 하면
틀림없이 마른 배때기가 동산만큼 
불러온다는 사실을 추억하기 때문이다

일을 놀이하듯이 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의 삶을 큰 카테고리로 봐서 놀이라고 보면 어떨까?
‘논다 = 일한다’라는 등식이 성립하는데 
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고역(苦役)이 될 것이다.
그래서 생긴 말이 ‘낚시꾼’은 즐겁지만  
‘어부(漁夫)’는 괴롭다는 말인데
생업(生業)에 대한 마음의 자세를 
어떻게 갖느냐의 차이(差異)에 따라
그렇게 사뭇 달라진다는 말이다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것
무슨 일이든지 밥먹듯이 하게 하소서
아무 일이든지 놀이하듯이 하게 하소서 


토룡(土龍)에 얽힌 에피소드

오늘은
내 유년(幼年)의 시절 
밭떼기 근처에서 주워 먹고 놀았던 
바로 그 생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 어머니는 농부(農婦)였다
옛날 농촌에선 일손이 귀할 때였다
그래서 어린 나를
-이제 겨우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은-
젖을 먹여서 잠을 들게 하여  
강보에 싸서 밭이랑 가에 눕혀 놓고 
어머니는 아마도 밭을 매시던가
아니면 다른 밭일을 하셨을 게다
그래서 한참 일을 하시고 나에게 돌아오면
그 때 나는 일어나서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난 아기는 손에 잡히는 데로
입에 가져다가 빤다 우선 배가 고프니까
아마 그때 꼼지락거리는 토룡이 눈에 뜨였고
그것을 집어다 쪽쪽 신나게 빨았나 보다
손에는 허연 토룡을 쥐고 주물락 거리면서

그 붉은 색 토룡은 
내가 얼마나 빨고 또 빨고 핥았던지 
색이 바래져서 허옇게 되어 후물거렸다 한다
그 귀한 약재 보약을 어렸을 때
많이 먹다 보니 지금도 건강한가 보다

이 이야기는 돌아가신 어머니에게서 
내가 장성한 뒤에 들려주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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